평화협정 체결이 전화위복의 기회다
평화협정 체결이 전화위복의 기회다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6.02.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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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박근혜정부가 공식 표명한 사드배치와 개성공단의 폐쇄는, 1950년대를 방불케 하는 신 냉전구도를 조성하고 있다. 과거의 냉전이 한국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란을 가져 오고 남북한의 부정적 현실을 규정해 온 점을 생각하면 국가 공동체 운명의 타율성이 몸서리치는데, 신 냉전의 구도가 생긴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도 끔찍하다. 미국의 M·D계획의 연장선이라 하더라도 한국정부가 북한의 극단적 도발을 규탄하는 가운데 박근혜대통령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이 우리들의 촉각을 자극한다.

핵실험이라는 극단적 도발을 차단하거나 제동을 걸기 위해서 불가피했다고 가정해 본다. 그런데 북한의 핵 능력 제고는 그들이 핵 개발을 시작한 이후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다. 핵 능력이 억제 불가능하기 이전, 우리 스스로 그런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유력 동맹국인 미국과 주변 관계국인 중국을 동원하여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주관적 전략 전술이 적중한다면, 통일 대박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선거의 여왕의 기량을 찬란하게 뽐낼 수 있는 절묘한 한 수가 될 법도 하다. 술책에는 고육책도 있고 반간계도 있는데 국면을 일거에 전환시킬 수 있는 배수진을 못 쓸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모험은 스릴이 따르는 것으로 건곤일척의 모험이 성공하면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소명의 운명감에 몸서리치는 높은 자아의 소유자들이 선택할만한 모험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운명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상관된 결정이라면 신중하고 신중할 일이었다.

중국의 언론은 “중국은 한반도의 최악 상황에 주도면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은 동북아 방향에 군사배치를 강화하고 대응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스케폐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 하원 군사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2차 세계대전 규모와 유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북한정권이 도전을 받는다면 대량살상 무기도 쓸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현재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였다.

유성우와 같은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에서 폭죽처럼 쏟아질 정경이 눈에 선한데, 미 태평양사령관은 북한이 비핵화 되면 사드배치가 불필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을 새로 제안함으로써 사드가 조성한 한반도의 난국을 해결할 새로운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중국이 한반도 사드배치를 적극 거부하는 것을 한반도와 중국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겸허히 수용해, 사드배치는 우리 자위권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닭표 오리발 같은 주장은 삼갈 일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현실적으로 경쟁국에 중국의 방어시설을 노출시키고 역사적 관점에서도 그들의 우려는 정당하다.

청일전쟁 이후 대만할양, 요동반도 할양은 중국의 주권을 일본이 독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러시아, 독일, 프랑스 3국이 간섭하여 요동반도를 중국에 환부시켰던 것이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군사기술의 발달수준을 감안한다면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대를 그 코 밑에 있는 나라에서 자위권 운운의 희언을 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드 난국에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경솔로 그르칠 수는 있어도 주동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과 함께 북핵을 견제하기 위한 대북제제안 마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북한의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와 한·미의 북한의 진정한 핵 포기 의지 증명과 이후 대화 협상을 절충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할 필요가 없다. 위기의 국면에서 ‘비핵화·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을 처음으로 공식 거론한 것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유일한 방안임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는 냉전체제의 산물임으로 냉전을 극복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논리적으로, 60년도 훌쩍 넘은 정전상태는 그 자체가 비정상임으로 우리는 정상화를 향하여 뜻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드 파동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고, 박대통령은 그녀의 위태롭고 거친 배수진 전략으로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한 한반도의 유력한 평화 조성자가 되는 영광을 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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