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역사
우주와 역사
  •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6.01.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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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명예교수

누가 내게 “당신의 인생에 단 한권의 책이 무어냐 ”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멀치아 엘리아데의 「우주와 역사」라고 답할 것이다 엘리아데는 1907년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에서 태어나 1986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계한 세계적인 비교종교학자였다.

그는 모국어인 루마니아어로 10여권의 장편소설을 썼고 불어와 영어로 50여권에 이르는 학술서를 출간했다. 그는 1955년 시카고대의 비교종교학과를 창과한 이래 타계할 때까지 30여년 동안 시카고대 비교종교학과를 세계 일류의 학과로 만들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1965년 늦가을이었으니 어언 56년이 넘었다. 이 책은 원래 1945년 루마니아어로 그리고 1947년 불어로 출판되었고 내가 읽은 영문판은 1954년에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4장 176쪽에 지나지 않는 얄팍한 책이었지만 5시간에 걸쳐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우리나라에는 1976년 엘리아데 문하생인 정진홍교수가 번역 출간하였는데 25쇄가 넘었으니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꽤 영향을 준 것이 틀림없다. 나는 이 책을 기점으로 그의 「종교형태론」,「샤머니즘」,「성과 속」,「요가」등 10여권이 넘게 그의 책을 읽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의 글에서 엘리아데 책의 안내서가 바로 이 「우주와 역사」라는 것을 읽었는데 나도 전적으로 이에 동의한다. 이 책의 영문판 부제인 「영원회귀의 신화」는 원래 불어판 제명인데 「우주와 역사」라는 제명도 참 적절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에 큰 영향을 받아 1970년 10월 “영원회귀의 문학: 김동리론“이라는 평론으로 제 6회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뷰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충남대 교수공채에 합격하여 31년간 교수로 봉직하게 된것을 회고해 보면 참 묘한 인연이다.

그리고 나는 신화비평 내지 원형비평에 속한 비평가가 되었다. 영어권의 3대 비평서인 「비평의 해부」를 3독했는데 만약 노스럽 프라이가 엘리아데의 책 「우주와 역사」를 읽었었다면 그의 「비평의 해부」가 내용이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는데 1980년대에 나온 어떤 프라이 책에서 ”만약 엘리아데를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글을 읽고 나는 무릎을 쳤다.

「우주와 역사」는 한 마디로 시간론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우주적 시간(코스모스적 시간)과 인간적 시간(역사)은 서로 배제적인 것이아니라 상보적이다. 우주적 시간(영원회귀적 시간)이 타락하여 역사적인 (일회적 시간)시간이 될 때 상고인들은 신년제를 통하여 그 타락한 일회적 시간을 폐기하고 다시 우주적 시간으로 재생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과학이라는 미망아래 신화적 시간을 팽개쳐버리고 썩은 말뚝과도 같은 역사적 시간에 목이 매인 것이다. 현대인의 최대의 상실은 신화를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코스모스의 원형적 시간을 버리고 역사에 얽매어버렸으니 얼마나 불쌍한가.

인간에게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는 ‘시간’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상록」에 “누가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묻지 않는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안다.”라는 말을 우주적 시간과 역사적 시간에 그대로 패러디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21세기가 오면 개명천지가 올 줄 알았는데 우리의 정치 현실은 거꾸로 가는 시간대이다. 이럴 때 엘리아데의 「우주와 역사」는 많은 것들을 생각게 한다. 이 질곡과도 같은 역사적 시간을 빗자루로 쓸듯이 확 쓸어버리고 코스모스적 시간으로 회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역사의 질곡이 아무리 크더라도 반드시 코스모스의 여명은 밝아온다.

그래서 엘리아데는 우리를 모두 종교인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참고로 문학도들은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을 읽었으면 한다. 문학을 창작하려는 사람이나 문학을 연구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어떤 서광을 비춰줄것이다. 그리고 살기가 고달픈 사람들은 「우주와 역사」를 복음서처럼 읽었으면 한다. 시간의 재생은 우리 인류 모두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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