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심·정 연대’를 상상하며
‘문·심·정 연대’를 상상하며
  • 박호재 주필/부사장
  • 승인 2016.01.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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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호재 주필/부사장
야권 핵분열의 후폭풍이 거세다.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형국이기도 하다. 특히 안철수 신당세력과 더민주당의 상호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서로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국면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흡사 여야간의 정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며칠 전에는 이휘호 여사가 안 의원에게 했다는 말을 두고 격전을 펼쳤다. 정권교체를 부탁한다는 덕담을 했느냐 안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솔직히 좀 유치하다. 전직 대통령의 미망인에게 찾아가 언질을 구걸하는 것도 그렇고, 나이 드신 분의 덕담을 두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도 우습다. 그냥 인사차 다녀왔으면 그걸로 그만 아닌가.

정치는 생물이다. 그렇다면 통합은 물론이요 분열조차도 정치적 생명현상의 일부일 것이다. 선악의 이분법으로 가름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자신들의 진면목을 열심히 설파하고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으면 된다. 물론 분열이 주는 예감은 섬뜩하다. 유시민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35%는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역주의와 극우 보수가 시멘트 반죽처럼 엉긴 콘크리트 벽은 그만큼 완강하다. 결기어린 통합으로도 깨트리기 어려운 장벽이다.

그렇다고 야권의 분열이 하늘에서 난데없이 쏟아진 날벼락은 아니다. 까닭도 있고 조짐도 있었다. 주구장창 2% 지는 무기력한 제1야당에 대한 실망이 이끌어 낸 변화다. 야권 지지자들이 선수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분열이 빚은 경쟁구도는 무기력한 야권에 일단 긴장감을 안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발길이 부산해졌다. 새 인물 영입에 나서고, 내쳤던 사람들까지 챙기는 모양새다. 이제야 덧셈의 정치를 하는 모습이다. 아쉬운 대목은 왜 진즉 그러지 못했느냐는 것.

야권이 분열되자 집권여당의 지지세가 빠져나가는 측면도 주목된다. 이 때문에 보수, 중도, 진보의 세 진영이 중원을 갈라먹는 것도 괜찮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야권의 통 큰 연대만 가능하다면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안 신당의 중도개혁 노선이 더민주를 왼쪽으로 더 밀고 있는 현상도 흥미롭다. 더민주는 그동안 중도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세 진영의 정치 분점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면, 좀 더 자리를 확실히 잡아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유권자라는 정치 소비자들의 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서다. 한 결 같이 새정치를 들먹거리며 혼란을 빚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신당 세력이 하나로 결집하고, 더민주가 진보의 색채를 더 명확히 한다면 분점체제가 더 안정될 것이다.

문제는 더민주가 중도라는 영역을 온전히 내버려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려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 정치를 돌이켜볼 때 중도는 어차피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뒤섞인 점액성의 권역이다. 야권은 늘 시류에 따라 중도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경계에서 펼쳐지는 두 진영 간 국지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더민주는 어떻게 진보의 정체성을 보다 확연히 할 수 있을까. 물론 정강과 정책의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분열정국이라는 시의성을 감안한다면 다른 정파와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진보 종가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 담대한 진보의 길을 걸어온 정동영 전 의장과 결합하는 문·심·정 연대를 하나의 대안으로 상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성사만 된다면 야권분열의 우려와 혼란을 잠재울 정국의 분수령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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