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에서 2016으로, 삶과 정치의 경계를 무너뜨리자
2015에서 2016으로, 삶과 정치의 경계를 무너뜨리자
  • 박호재 주필/부사장
  • 승인 2015.12.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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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재 주필/부사장
2015가 저물고 2016 병신(丙申)년이 다가섰다.
태양과 불을 의미하는 병(丙)과 붉은 색의 신(申)을 조합한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라 불린다. 이 때문에 역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원숭이가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는’ 형상이기에 ‘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귀히 여김을 받는 해’라고 세밑 덕담을 풀어놓는다.

힘이 되는 존재, 무릇 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정치를 통해 공동체는 한 걸음씩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건만, 2015 한국의 정치는 역행이라는 말로 덧칠이 됐다. TK권력, 친박 권력, 공안 권력, 십상시 권력, 유신회귀 정권…등등 21세기 민주시민사회의 정치용어 사전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용어들이 난무했다.

이를테면 박근혜 정권은 권력에 덧붙이는 수식어 제조 공장이었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에 뒤질세라 주류와 비주류, 친노와 비노 등등 음험한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용어들을 생산했다.

권력의 심층을 헤아릴 수 없는 민중의 입장에서 그러한 용어들은 일종의 추상명사였다. 올림푸스 산 위에서 펼쳐지는 신들의 전쟁이었다. 그 단층 아래로 세월호가 침몰했고, 노동자들의 자실이 잇따랐으며, 진보정당이 해산됐고, 담배 값이 올랐고, 쌀값이 폭락했으며, 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됐고, 농민 백남기가 물대포에 쓰러졌다. 민중의 삶의 강은 그렇게 홀로 흘렀다.

정치와 민중의 삶의 경계가 명확해진, 정치의 존립가치가 부정되는 냉소 속에서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8할의 공력을 패권다툼에 쏟고 있다. 여권은 친박· 비박· 반박에 이어 ‘진실한 사람들’인 진박이라는 신상품이 나왔고, 야권은 분열의 파국을 맞았다. 완급을 가릴 과제였는지 경계를 넘어설 의지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객체의 시선에서 본 2015 한국의 정치는 이렇듯 절망적이다. 그러나 민중은 정치의 주체임이 역사 속에서 부인된 적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참여를 통해 인간의 자유는 비로소 성립된다고 말했다. 작금의 절망적 상황 또한 우리가 자각적 주체이지 못했던 결과에 다름없다. 2016, 다시 주체로 나서야 할 시간이다.

민중의 삶과 정치의 경계를 정치가 스스로 허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경계를 뚫고 나아가 정치와 삶이 섞이는 정치의 진면목을 쟁취해야 한다. 붉은 원숭이가 줄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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