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토슈즈도 어울리네
한복과 토슈즈도 어울리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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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무용단 '시집가는날' 발레 공연장에서>

치마 저고리, 사모관대 원삼 족두리까지 한복 차림에 토슈즈. 의상은 한복인데 버선에 고무신이 아닌, 발레화를 신고 발레 동작으로 물레방아 도는 우물가, 기와집 앞마당을 누빈다.

그런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공연 내용의 깊이는 잠시 미뤄두자. 무대와 관객이 하나되어 2시간이 훌쩍 지났다면 일단 성공작이라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무용을 매개로 한 동·서양의 어우러짐. 내용과 형식의 자연스런 교합이었다.


'맹진사댁 경사' 발레화…경쾌한 춤사위, 신국악 흥 돋워

지난 21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엔 '시집가는날' 발레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광주시립무용단이 창단 25주년을 기념하는 정기공연으로,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창작발레로 각색한 것이다.

욕심많고 권력 지향적인 맹진사는 딸 갑분이를 김판서 댁 도령에게 시집보내려고 신랑감을 보지도 않고 혼약을 맺는다. 그러나 혼례식을 하루 앞둔 날 신랑감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듣고 당황한 맹진사는 딸을 피신시키고 몸종인 이쁜이를 자기 딸로 속여 시집 보내려 했다가 낭패를 본다.

갑분이가 아닌, 이쁜이가 '시집가는 날'. 전통 한국 혼례풍속과 복식을 작품 속에 그대로 살려내면서 몸 동작은 시종일관 발레로 꾸며진다. 그래서 발동작이 가장 눈길을 잡았다. 깡총한 치마단 아래로 드러난 발목 부분엔 발레화를 챙겨 신었다. 자칫 무릎 아래로만 발레인가 하는 연상을 하게되는 대목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가볍게 뛰고 빠르게 도는 춤사위로 엮어지는 풍자와 해학은 가장 쉬운 표현으로 '참 재미있다'였다. 원작의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어서 일까. 빠르고 경쾌한 신국악 가락으로 깔리는 음악도 관객의 이해를 돕고, 흥을 돋우는데 한 몫 거들었다.

내용 전개에서도 동·서양은 조화됐다. 지난날 우물가에서 만난 이름 모를 도령을 그리워하는 '이쁜이의 환상'(1막2장)은 발레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환상적인 군무였다.

2막1장 '맹진사댁 무당굿'은 병신 사위와 명문 대가와의 사돈 관계 사이를 놓고 고민하는 맹진사가 결국 무당의 힘에 의존하여 굿을 벌인다. 전통 무당춤을 현대 발레로 풀어낸 것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2개의 장 모두 내용에 비해 장면 전환이 좀 지루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니면 발레와 무당춤의 대결 구도로 공연의 하이 빔으로 맞춘 것일까.

그동안 원작 '맹진사댁 경사'는 연극, 오페라, 가무극, 뮤지컬, 영화, 한국무용 등 공연 장르도 다양했다. 발레로는 이번이 첫 시도였다. 원작의 소재는 전통 혼례,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서양발레로 어떻게 보여줄까.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래선지 2,000여 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 또한 진지했다. 관객에게 이미 친숙한 작품이어서 였을까. 근래에 보기 드문 분위기였다.

발레의 특성을 적절히 배합해 무당춤, 꼭두각시, 남사당 등 한국무용을 발레화한 새로운 시도가 보는 이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발레 공연장에 상모돌리기도 등장해 관객들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한국 작품으로도 발레의 대중화가 가능함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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