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
독서의 즐거움
  •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 4.19 유공자)
  • 승인 2015.12.10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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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나 즐거움이 없이 한다면 고역일 것이고 노예의 사역일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 그것은 분명 고역 중의 고역이요 수면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학문의 길로 접어들었고 지금 팔십 즈음까지 매일 책을 읽는다. 나는 책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아마 줄잡아 1만 5천권 정도 될 것이다. 정년 퇴임한지가 11년이 되었지만 꾸준히 책을 사서 정년 이후 3천권 가량의 책을 샀다.

나는 가끔 혼잣말로 '그래도 이 자는 연금타서 먹고 놀지만은 안 했네'라고 중얼거리며 책을 사고 읽는다. 나는 내 제자들에게 책도 잘 빌려 준다. 책을 가지려면 첫째 책 정보, 둘째 돈, 셋째 결단력이다. 책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은 책을 사지 못할 것이다. 좋은 책을 구했을 때의 기쁨은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내 아내도 교수였지만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산다고 잔소리를 한다. 아마 책을 사면 집이 좁아지고 책으로 어지러워 질것을 염려해서 일 텐데 나는 도서관 사서보다 깔끔하게 분류하고 간수하기 때문에 어떤 책이 어디 있는지 알고 금방 찾아낸다. 이 모든 것이 즐겁기 때문에 책에 관한 한 전혀 귀찮지 않다.

나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읽는 편이다. 어려운 전공 서적도 여전히 술술 읽는다. 나는 젊어서는 정말 책을 빨리 읽었다. 책을 읽는 것은 기쁨이었기에 다음번엔 무엇을 읽을까 항상 준비해 두고 읽었다. 심지어 오전, 오후, 저녁에 각각 다른 책을 읽었다. 혹자는 무슨 정신 사나운 독서의 습관이냐 하겠지만 그대들도 그렇게 해보시라. 결코 정신 사납지 않고 효율적인 독서방법이라고 동조할 것이다.

한 권의 책은 종이와 잉크로 된 단순한 물체가 아니다. 그 속에는 저자의 다양한 혼이 담겨 있다. 우리는 책속에서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 독서란 이처럼 저자의 의식과 독자의 의식이 행간에서 부단히 대화를 하는 것이다.

결국 독서란 저자만 훌륭해도 안 된다. 저자 못지않게 독자 역시 훌륭해야 한다. 그래야 책이라는 공간에서 두 주체가 진지한 대화를 하게 된다.

흔히 글을 쓸 때 주제가 무엇이고 매재가 무엇이며 이런 것들이 어떠한 처지에서(독자를 고려하여) 쓸 것인가가 글쓰기의 기본이라 한다. 훌륭한 독자는 저자를 일깨운다. 나는 내 글을 읽을 독자가 누구일까 생각하며 글을 쓴다. 심지어 독자 중에는 악의적인 독자마저 있는 법이다. 설마 이 글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글을 쓸 때 독자의 반응이 어떨까 하는 예상은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책을 놓고 책과 세상사를 연결하여 글을 연재할까 한다. 어떤 때는 소설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사회과학, 철학, 역사 분야의 책이 텍스트가 되기도 할 것이다.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어떤 책을 갖고 쓸까 생각도 해 봤지만 독자들이 어리둥절할까봐 일반적인 책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하서 김인후의 자손으로 장성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광주서중, 광주고, 서강대 국문과, 서울대 국문과 문학석사, 다시 서강대 국문과 문학박사로 수학했다.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30년 6개월 역임했고, 4.19 유공자로 민주화에 헌신했고 현재 (재)대전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평소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고향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지면으로 만나는 고향의 독자들에 대해 느끼는 친근감을 숨길 수 없다. 다음에는 폴란드 출신 20세기 대표적인 인류학자 B.말리노프스키가 쓴 그의 대표 저서 <서태평양의 항해사들>이란 책을 가지고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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