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의 진실, 영화에 담다
민간인 학살의 진실, 영화에 담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2.06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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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연맹 학살 사건 다룬 다큐영화 ‘레드툼’
소외된 영화 소개하는 ‘숨은영화찾기’

[시민의 소리=권준환 기자]

제2차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5일 오후 광주영상복합문화관 6층에서 1950년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민간인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툼’이 상영됐다.

이번 상영은 ‘극단 연병’과 ‘허니펀치 프로젝트’가 공동주관했고, ‘허니펀치 프로젝트’가 주최를 맡은 ‘숨은영화찾기’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문화공유 프로젝트 ‘숨은영화찾기’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과거의 진실, 혹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대규모 자본의 스크린 독점과 배급의 문제로 인해 많은 관객들에게 알려질 수 없었던 ‘숨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허니펀치 프로젝트’의 양동준 대표는 “소외된 영화, 그리고 배급문제 등으로 상영되지 못한 영화를 소개하고, 감독님을 모셔 광주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드툼’의 연출을 맡은 구자환 감독은 인사말을 통해 “영화 자체가 꾸며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연출은 없었다”며 “왜 이 사건이 역사책에 실리지 않았을까 하는 관점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정말 빨갱이였는지, 그리고 그 가족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2시간가량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1950년대 국민보도연맹원(이하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뤘다. 39회 서울독립영화제(2013) 우수작품상, 19회 서울인권영화제(2014), 8회 경남독립영화제(2014) 등 10여 차례 이상의 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으나, 아직도 이 영화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레드툼’은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 당시 목격자나 희생자 유가족들의 증언으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 연기자들이 나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실제 그 당시를 겪었던 이들의 증언들이 모여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남편을 잃은 한 할머니는 이승만 대통령을 ‘개승만이’로 표현하며 오열하기도 했다.

보도연맹은 1949년 6월 국가보안법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국민들의 사상을 전향해 이들을 인도하고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승만 정권의 국민 사상통제 목적의 단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보도연맹은 좌파 낙인이 찍힌 사람들을 주요 대상으로 했지만, 사실 지역별 할당제와 공무원들의 실적 올리기 인해 식량, 비료 등을 배급해준다고 하여 등록한 농민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이 남침하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이 인민군에게 협력하고 배신할 것이라고 의심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군, 경찰들은 아직 북한에 점령당하지 않은 지역의 보도연맹원들을 무차별로 검속하고 사살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23~4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이들은 일부 지식인 계층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평범한 농민들이었으며 정치 이념과 관계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국가가 만든 계몽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쟁과는 상관없이 국가의 이념적 잣대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쓰이고 있는 ‘골로 갔다’나 ‘물 먹었다’는 말은 보도연맹원 민간인들이 산골이나 바다에 끌려가 떼로 학살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구자환 감독과 관객들이 소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구 감독은 “영화소재 자체가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아직도 쉬쉬하고, 배제하고 있는 소재이다”며 “이 사실 자체를 알리고 싶었고, 이 민간인학살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구 감독은 “보도연맹 학살 사건은 이념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인데, 지금도 형태만 달라졌을 뿐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현 정부가 지향하는 이념에 대항하면 사회적인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과거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그저 ‘빨갱이’에서 ‘종북’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며 “해방 후부터 6·25전쟁 사이의 5년 역사는 삭제와 왜곡으로 인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구자환 감독은 어째서 영화 제목이 ‘레드툼(Red Tomb)’이라고 정했냐는 관객의 질문에 “원제는 ‘빨갱이 무덤’이었는데, 결국 ‘빨갱이 무덤’과 ‘레드툼’은 같은 의미이다”며 “그 당시 학살자인 친일 군인, 친일 경찰들은 애국자가 돼서 현충원에 묻혔는데, 당신들이 죽인 사람들이 정말 빨갱이였는지,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해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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