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아폴로13호] [그래버티], 그리고 다큐[코스모스]
@[마션] [아폴로13호] [그래버티], 그리고 다큐[코스모스]
  • 김영주
  • 승인 2015.10.2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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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11호’의 닐 암스트롱. 1969년 7월 20일, 더위가 몰려오는 여름밤 TV앞에 모인 동네사람들. 양림동 오거리 아랫길 ‘서울 양복점’ 가게 앞이다. 내 초등4학년 67년 노란 은행잎이 휘날리던 가을날, 사직공원 입구 ‘양파정’의 옆구리 길을 끼고 올라선 옛 KBS방송국 앞마당에서 텔레비전을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2년 쯤 지나서, 우리 동네에 텔레비전을 갖춘 집은 서너 집이 있었지만, ‘서울 양복점’ 아저씨가 동네사람들과 수더분하게 어울려 지내는지라, 사람들은 그 양복집으로 ‘라디오 연속극’이나 ‘박신자·신동파 농구중계’를 듣거나 ‘김일 레슬링’을 보러 우르르 몰려들었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미국 우주선의 ‘달나라 착륙’을 중계한다니, 밤이 조금 깊었지만 그 집 앞은 바글바글했다. “토끼 절구질을 볼 순 업껏제~? / 거~ 무슨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여~, 이 개맹한 시상에 거~ 말겉지도 않은 말 허덜 말어~! / 자넨 농담도 못 알아 듣는가~? 잘 났어~! / 조은 날, 쌈 나것소! 테레비나 좀 봅시다. · · ·” 양복집 아저씨는 옆 자리에 막걸리 잔을 돌리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그야말로 시끌벅적 난리 굿판이었다. 그해 추석빔으로 가슴에 ‘아폴로11호’의 달착륙이 수놓아진 갈색 도꼬리에 대가리를 밀어 넣으면서 새 옷의 까끌한 감촉에 옅은 휘발유 냄새를 흠뻑 들이마셨다.



그 ‘서울 양복점’과 ‘갈색 추석빔’을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1995년에 [아폴로13호]를 보면서야, 그 때 그 장면이 문득 떠오르며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다빈치 코드]나 [뷰티풀 마인드]처럼, 론 하워드 감독 작품을 믿고 보는 게 이 [아폴로13호]부터이다. 이 영화는 까맣게 잊혀져 가는 ‘아폴로11호’의 내 기억을 되살려낸 영화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그래버티]와 이번의 [마션]에 전형을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이른바 우주공간에서 ‘로빈슨 크루소’다. 톰 행크스 · 산드라 블록 · 맷 데이먼.(그래버티Gravity, 우주정거장에서 중력에 얽힌 이야기. 마션Martian, 화성Mars에서 사는 사람.)
 
<마션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94626&videoId=48848&t__nil_VideoList=thumbnail 

항상 그러하듯이 하루하루 소소한 잡동사니 같은 일에 묻혀서 살아가는데, 어느 날 그 잡일들과는 달리 조금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5분 전에 다른 쪽을 선택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갑자기 자기 인생 전체를 뒤흔들어 버린다. 이제 그 혼란과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그 속에서 이런저런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다시 뒤엉키고 그 사이를 오고가는 희망과 절망이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세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우주공간과 우주선 안의 인간에게 잘 담아내서 날 감동시키고 눈물까지 자아냈다. 그 내용의 기본줄기가 거의 그대로이고, 그 재미와 작품성도 막상막하이다. 단지 그 장소가 ‘달 · 우주정거장 · 화성’이 다르고, 세월 속에 소품과 촬영기술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래서 이 셋 중에 하나만 보아도 된다.

우주공간과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스타 워즈]와 [스타 트렉]이나 [에어리언]과는 전혀 다르다.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는 관객의 취향이겠다. 그럼 [인터-스텔라]는? 이 두 종류의 중간쯤이겠다. 나는 미감이 리얼리즘 쪽이기 때문인지, [스타 워즈]나 [스타 트렉]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은 [다크 나이트]말고는 인공조미료가 많아서 맛이 느끼하다.

그래서 난 2014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새로 방영한 과학다큐[코스모스]13부작을 적극 추천한다. 칼 세이건이 해설한 과학다큐[코스모스]가 방영된 지 30여 년만이다. ‘상상의 우주선’을 타고 자연의 법칙과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광대한 우주 공간과 137억년의 시간을 자유롭게 항해한다. 기존 다큐멘터리를 뛰어넘는 지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영상미뿐만 아니라 우주의 신비로움을 표현한 그래픽 그리고 과학의 역사 속에 에피소드를 재현한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그 동안 ‘우주의 신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여러 개 보아왔지만, 내용으로나 기술로나 가장 훌륭하다. 대중재미도 상당히 잘 갖추었으니, 여러분이 ‘지적인 호기심’만 놓치지 않는다면 그 엄청난 무대에 돈으로 셈할 수 없는 ‘최고급의 초대’를 받을 자격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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