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효과 무력화가 균형발전의 시작
부패효과 무력화가 균형발전의 시작
  • 이민원 광주대 교수
  • 승인 2015.09.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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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투자여건이 마련되어 기업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 ‘마이클 포터’는 지역에서 기업들 사이에 경쟁이 왕성하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관청에 대한 ‘뇌물’의 효력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뇌물이 소용없어져야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분권화된 사회에서는 중앙정부 보다 지방정부의 정책이 지역의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기업들은 세금과 인재와 같은 정통적인 요소 외에도 '어떤 지방정부가 청탁성 부패에 얼마나 단호하며 지방정부 스스로 얼마나 부패를 강요하지 않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어떤 공직을 내정해 놓고 채용공고를 낸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소문이 난다면, 유능한 인재들이 응모를 할까. 무능한 인재들이 운영하는 곳의 경쟁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관청에서 어떤 사업을 발주하면서 청탁에 의해 배분한다면 실력 있는 기업들이 응모를 할까. 무능한 기업들로 이루어진 지역의 경쟁력이 높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부패가 단호히 배척될 때, 기업들은 지역정책을 믿고 지역에 들어온다. 기업이 들어오면 기업들 사이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지역발전이 촉발된다. 결국 지역의 발전은 지방정부의 청렴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각 지역에서 이 과정이 작동해야 균형발전이 시작된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지자체와 단체장들의 비리 사건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지자체의 투명성에 대해 세계의 기업들이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된다.

흔히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마다 특성에 맞는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지자체에서도 기업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지자체가 부패를 강요하고 외부 뇌물의 효력이 강력하다면 실력 있는 기업들이 여기 응할 리 없다. 오히려 지역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부패에 야합하는 기업들만 지역에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럼 지자체의 부패를 막고 외부 뇌물의 효력을 없앨 방법은 무엇일까. 부패한 단체장과 공무원을 감시하고 무능한 기업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먼저 단체장부터 보자.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체장 선출 후에 철저한 감시를 통해 부패를 막는 것 보다는 선출 전에 각 후보자의 과거이력을 철저히 검증하여 부패가능성이 낮은 사람이 선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뇌물은 자연스레 그 효력을 잃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당공천제 폐지로 지방의회의 견제력을 높여야 한다. 아무리 부패가능성이 낮은 단체장이라 해도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로 흐를 수밖에 없다. 또한 단체장이 통제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부패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지방의회의 견제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부패를 막아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다행히 민주당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당론을 정했지만, 다른 당에서도 보조를 맞추어야 실천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정치 참여를 높여야 한다. 단체장이나 지자체가 부패했을 때 지역의 경쟁력이 하락하면 그 피해는 시민에게로 돌아간다. 또한 부패한 단체장이나 지자체가 휘두르는 권력에 의해 특정시민이 불공평하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시민의 정치 참여란 이렇게 부패한 권력에 의해 시민 자신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막는 활동이다. 시민이 법의 보장에 의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부당한 정책을 거부할 수 있고, 단체장의 소환을 좀 더 쉽고 강력하게 할 수 있을 때 지자체의 부패는 근절되고 뇌물의 효력은 힘을 잃게 된다.

내부 자원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평판을 높여 기업과 사람을 불러와 경쟁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평판을 높이는 유효한 방법이 지자체의 부패를 막는 일이다. 지역발전의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특별한 돈이 들지도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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