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13) 빨리 늙어 죽고 싶다는 아내와 인터뷰 하지 말라는 남편
KTX(13) 빨리 늙어 죽고 싶다는 아내와 인터뷰 하지 말라는 남편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8.09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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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역 인근 상인들, ‘우리는 긴박하다’
광주역 폐쇄 후 시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 광주역 앞 상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무더위 아래 식당은 전기세 벌기도 힘들어 에어컨을 틀지 못했다.

인터뷰 많이 했는데 언론엔 안 나와

사람 죽일 만큼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실제로 삶에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KTX 진입이 끊긴 이후 상권이 죽어버린 광주역 일대 상인과 주민들이다.
최근 광주역의 존치와 폐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광주역 인근 주민들의 입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역 앞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KTX 들어올 때는 숙박하거나 쉬어가는 손님 등 유동인구가 있었는데, 지금 광주역은 유령역이 돼버렸다”며 “예전에 비해 손님이 50%이상 줄었고, 달방 몇 개 가지고 빠듯이 유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광주역을 폐쇄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길게 보면 시민의 입장에서 유리하겠지만 우리같이 대출받아 사업하는 사람들은 대출이자 갚기에도 급급하다”며 “광주역을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고 해도 몇 년 이상 걸릴 텐데, 우리는 그동안 무너진다. 형성되는 동안만이라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긴박하다”고 말했다. 그의 급박함이 말투에서 느껴졌다.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근처 한 마트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면서 ‘기자인데, 몇 가지 물어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상점주인 B씨는 기자라는 소리를 듣고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 사장님(남편)이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B씨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많은 언론에서 찾아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엔 광주역 앞 상권이 많이 죽었다는 소리만 나오지, 실제로 상인과 주민들의 말은 아주 일부분만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집세도 안 나오니까 근처에 있던 슈퍼, 빵집, 식당, 호프집 등 가게들이 다 문 닫았다”며 “예전에 비해 손님이 90%가 줄었고, 가게를 내놔도 나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4개월 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시청에 쫓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시에서는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겠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10년 20년을 본다고 하는데, 우리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 급하다”며 “이제 징그러워서 (시청에) 안 간다. 지금까지 쫓아다닌 것이 창피스럽고 슬프다. 얼른 나이 먹고 죽어버렸으면 싶다”고 한탄했다.

B씨는 “젊어선 아이들을 키우다가, 노후대책이라 생각하고 들어와서 장사하고 있는데 이제 죽도 밥도 안 되게 생겼다”며 “근처 식당들은 전기세도 못 버니까 에어컨을 못 트는데, 또 요즘 손님들은 더우면 나가버린다.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손주 때나 되면 이 근처가 좋아질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며 “이쪽 생활권 사람들의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않은 것이다”고 꼬집었다.
꼭 자신의 말을 기사에 써달라며 부탁하는 B씨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가게를 나왔다.

정치놀음 때문에 대안 논의되지 못했다

광주역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지난 7월27일에 광주역철길시민환원대책위원회(이하 시민환원대책위)가 구성됐다. 시민환원대책위의 가장 큰 목표는 광주역과 철길 부지를 폐쇄하고 광주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시민환원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북구의회 고영봉 의원은 “광주시에서는 광주역에 KTX를 진입하라고 주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해왔다”며 “하지만 결국 국토부의 원래 계획대로 광주역엔 KTX가 진입하지 않고, 송정역이 정차역으로 결정됐다”고 입을 열었다.

고 의원은 “시장후보, 구청장후보, 국회의원 후보라는 사람들이 표를 계산하면서 이런 사안을 가지고 정치놀음을 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언론들은 광주시에서 입장을 내거나 국회의원이 입장을 내면 보도되지만, 일반시민들의 입장은 보도되기 어렵다”며 “그동안 표 계산하면서 정치놀음 했던 사람들에 의해 언론이 이끌려 다니면서 구도 자체가 광주역에 KTX를 끌어들여야만 북구가 발전한다는 논리만 존재해왔을 뿐 그 외에 다른 대안은 전혀 논의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광주역 철길 주변 시민들은 소음과 진동 때문에 어려움 겪으면서도 광주발전을 위해 철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참아온 것”이라며 “사회적인 유발비용이랄지 광주발전을 위하는 길, 광주시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지 않고 본인의 표가 얼마나 되느냐만 고민하다 보니까 광주시민의 힘을 모아 올바른 정치력을 발휘해 예산을 끌어오거나 정책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문화전당, 5·18 연계 종합계획 필요

그는 “광주역 존치의 가장 큰 이유가 서대전역을 경유해 익산역까지 가는 9편을 끌어오겠다는 것인데 예전에 저속철이 된다고 극구 반대했던 것을 다시 끌어오려고 하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혹시나 9편이 모두 광주역에 들어오더라도 광주발전에 별로 도움 되지 않을 것이고, 수년 후에 또다시 광주역 폐쇄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역을 폐쇄하고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광주시가 국토부 및 코레일과 협의도 해야 하고, 시민들 의견도 청취하는 등 해야 할 일도 많고, 부담되는 일도 많아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따라서 광주발전과 지역민들을 위해 광주역을 폐쇄하고 광주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환원대책위의 주장이다.
광주역은 바로 인근에 문화전당과 교육대, 전남대, 비엔날레나 시립미술관 등이 인접해 있고, 5·18운동과 관련된 상징성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들과 연계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광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화 하는 것이 광주발전을 위하는 길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북구청, 북광주세무서, 북부경찰서 모두 오래된 건물이어서 좁고 불편하다. 때문에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이들 공공청사들이 한꺼번에 입주해 광주역을 종합행정타운으로 만든다면 지금보다 광주발전을 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광주역이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려면 광주시민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된다고 본다”며 “광주시민들의 힘이 모아져 제대로 된 정치력이 발휘됐을 때 필요한 예산 지원이랄지 행정적인 절차 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광주역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광주역 인근 상인들은 그때까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하소연했었는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고 의원은 “가장 나쁜 경우가 지금 이 상태로 시간만 보내는 것이다”며 “빠르게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고, 빨리 추진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광주역을 폐쇄하고 개발한다고 결정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광주시가 결정하는 과정까지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푸른길이 조성될 때 국고에서 예산이 내려왔었는데, 광주역도 광주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숙원사업이라며 적극적 행보를 하게 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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