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독도를 생각한다
다시금 독도를 생각한다
  • 김 종 / 시인, 화가
  • 승인 2015.08.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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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 시인, 화가

“…신라 지증왕은 13년(512년)에 아슬라주(지금의 강릉) 군주로 있던 이찬 이사부로 하여금 우산국을 정복케 하였다. 이사부의 군사들은 우산국 사람들의 위세를 목우사자(木偶獅子)를 이용하여 제압함으로써 결국 우산국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신라본기’에 담긴 독도와 우산도에 대한 기록이다. 이후 『세종실록지리지』,『신동국여지승람』,『만기요람군정편』,『증보문헌비고』등 다수의 문헌에도 울릉도와 독도(우산도)가 우산국의 일부로 우리 땅이 된 역사를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이 최초로 인지한 독도(일본의 당시 호칭은 ‘송도’)는 1667년에 발간한 『은주시현합기』에도 울릉도와 합하여 고려의 영토라 적고 있다. 1696년 1월에는 일본의 에도막부가 죽도(竹島)가 울릉도인 것을 알고 죽도 도해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또한 다음해 2월에는 에도막부가 안용복(安龍福) 장군의 활동으로 동래부사 이세재에게 서계를 보내어 일본인의 울릉도 출어금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다.
이 밖에 1785년에 일본 최고의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삼국통람도설』에다 울릉도와 독도의 정확한 위치는 물론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된 바로 옆에 ‘조선의 소유’라는 주석까지 달고 있다. 독도뿐이 아닌, 이들의 천인공노한 침략의 역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데도 단지 이웃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지리지형적인 악연(惡緣)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 된다.”는 진부한 명제가 아니더라도 일본은 계속해서 위험한 불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편찬하여 후세를 교육하고, 주야로 군국주의의 부활에 광분하고, 신사참배 등의 우익적 만행을 서슴지 않는가.
근자에 일본은 저들의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독도에의 집착과 과거사의 미화 내지는 정당화에 광분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미래의 2세 교육에까지 뉘우칠 줄 모르고 악마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무관심과 수수방관이 지나쳐 울화통이 터질 만큼 손 놓고 있다. 초등학생에서 대통령에까지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가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도대체 언제나‘이제 제대로 하는구나.’라는 미더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인가? ‘조선의 수군으로 독도와 울릉도를 지켜낸 바다의 사자’ 안용복 장군마저도 정기교육과정에서는 배우지 못한 우리가 아닌가.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 기록된 그리스의 ‘트로이 목마이야기’는 너, 나 없이 박식하다. 허지만 1500여 년 전 우리의 『삼국사기』에 담긴 이사부전의 <목우사자> 이야기는 낯설다 못해 아예 무지하다. 이 같은 사실은 스토리텔링에도 더없이 매력적이건만 그 많은 작가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사납고 거친 우산도 사람들을 제압하려고 태종(이사부)은 나무로 허수아비 사자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전함에 싣고 우산도 사람들을 향해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들을 풀어 놓겠다고 하늘 닿게 으름장을 놓았다. 실물처럼 제작한 나무 사자들을 진짜 맹수로 착각한 우산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태종에게 항복하기에 이르렀다. 이사부의 이 같은 지혜로운 전술이 울릉도와 독도를 우리의 영토로 만들었다.
다분히 신화적인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은 우리의 엄연한 역사이고 사실 중의 사실이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차례로 하는 것은 나누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지요.” 어느 회사의 광고 카피문안이다. 독도여행을 통한 더하기에서 나누기까지의 과정에는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국토를 바로 세우고 지키자는 중층적 의미를 갖는다.

다시금 지도를 본다. 우리 최동단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허욕은 한일합방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를 집어삼킨 야만적인 침략성을 반성은커녕 아직도 한 치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확고부동한 증거다. 어린애 떼쓰듯이 우기다보면 언젠가는 자기네 땅이 되는 줄 아는 파렴치한들을 달래듯이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들의 안하무인적 집착을 언제까지 방관만 할 것인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과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거짓을 진실로 왜곡하고 후세에까지 교육하는 저들은 여전히 전범일 수밖에 없다.
주인은 늘 침착하면서도 강단이 있어야 한다. 주변을 맴돌면서 주인을 정신 돌게 하는 도깨비 같은 저들의 억지행태를 보면서 “호랑이에게 열두 번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우리의 속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왕지사 저들의 파렴치에 대응하려면 더더욱 의연해지는 길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독도 방문의 기회가 있었다. 국토해양부가 후원하는 행사이고 함께 가는 일행들이 문화 분야의 인사들이었다. 그래 기회이겠다 싶어 독도에 대한 국민감정을 알리려고 길이가 긴 시 한 편을 썼었다. 그리고는 의식행사 때 낭송 순서까지 준비했는데 주관부처인 해수부에서 낭송불가(朗誦不可)를 통보해 왔다.
그쪽 돈으로 가는 여행이니 지시사항을 어길 경우 차질이 우려되어 더 이상 밀어붙이지를 못하고 굴욕적인(?) 여행에 만족해야 했다. 그때 주관부처의 이유인즉 ‘괜히 굵어 부스럼’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독도 문제만 나오면 주먹 쥐고 분노하는 측은 국민의 몫이고 세금으로 월급 받고 태평성대를 사는 외교통상부나 해양수산부는 무슨 말 못할 사정에 밀리는지 늘상 뒷전이었다.
말 못할 게 무엇일까 싶어 그간의 기록들을 들췄더니 우선 그 분량 모두를 살필 수가 없었다. 다만 그들 기록의 흐름에 비추어 일본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증거들을 꾸준히 준비해왔다면 우리는 즉흥적인 감정대응으로 일관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독도는 아프다. 김종 그림 2015.
DJP정권 초기의 일이다. ‘한일어업협정’을 겨룰 때 당시 직접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가며 우리 대표단으로 참여한 김선길 해수부장관이 보인 행태는 지금껏 창피하고 민망하다. 일본 측 대표단은 여러 개의 보따리를 가지고 회담에 임하는데 우리 측은 회담의 성공을 장담하며 달랑 서류봉투 하나만을 들고 상대와 마주 앉았다.
그 결과는 뻔할 뻔자 실패이고 국민적 공분을 사니까 장관이란 자가 자신과는 와세다대학 동문관계라며 일본의 대장상(大藏相)을 만나 결과를 바꾸겠다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갔었다. 이런 국제적인 대사마저 어린애보다 못한, 웃지 못 할 대처로 일관했으니 결과를 더 물어 무얼 하겠는가?
그리고는 곧바로 장관이 경질됐고 후임에 들어선 정상천 장관이 TV뉴스에 나와서 일본 협정은 실패했지만 중국과는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평소 생선회를 좋아하니까 협상에 자신 있다.”며 회담성공을 약속했었다. 결과는 일본 때와 동일했었다.

한마디로 국민세금으로 오만가지 특권은 독차지한 공직자들이 이처럼 국제무대에 나가서는 농판 노릇이나 한 것 외에 달리 한 일이 무엇인가. 여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며 이보다 더한 한심의 극치가 어디에 있겠는가?
요즘 KBS 1TV에서 『징비록』이 방송되었다. 나라가 어려우니 지혜를 찾아가자는 의도의 방송이겠지만 그 속에 어우러진 인물들의 행태도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천행인 것은 어쩌다 이순신 같은 영웅이 출현했는지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이었다.
임금이나 주변 벼슬아치들이 나라를 걱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미증유의 환란에도 사익을 앞세운 당쟁에나 골몰하는 모습이라니. 극을 보는 내내 죽어나가는 백성들 땜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시점에서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며 진정 이 나라에 어느 누구가 주인인지를 묻고 싶다.

슬프고 괴롭지만 우리는 한 마디로 주인이 없는 나라가 된 지 오래다. 국민 상대에는 그저 면피용으로만 응할 뿐 이순신처럼 몸 바쳐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날만 새면 누구를 헐뜯고 넘어뜨릴까만을 궁리하면서 나만 ‘까치 뱃바닥’이고 무엇을 해야 내 밥상에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올릴까만을 골몰하는 판국이다.
지난 해 기준으로 “빚진 공기업 30곳, 429조 3200여억 원”이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18조 5000억의 부채를 진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만도 1조 6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사장은 3900만원, 직원들은 1700만 원씩의 성과급을 타갔다고 한다.
경우는 한국전력공사도 마찬가지여서 공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빚을 지고 있건만 사장과 직원이 각각 5200만원과 1500만원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공기업이 직원 1인당 평균 1400만 원, 기관장은 8470만원씩을 연봉 이외의 성과급으로 받아가는 무법천지인데도 나무라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찾아볼 수가 없다.

몇 해 전 LH한국토지공사가 하루의 이자만도 100억씩을 부담하고 있다고 해서 이러고도 이 나라가 온전한가를 자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이번 보도에는 축에도 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가히 공기업 임직원에게 “하늘이 내린 직장”이란 말을 쓰는 이유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나라 지켜야 할 자리에는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등신노릇이나 하던 사람들이 나라 곳간의 재화는 여기저기서 물처럼 퍼다 쓰는 판국이라면 이러고도 나라가 거덜 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소리를 쳐도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그리스의 다음 타자가 꼭 한국일 것만 같아 못내 불안하다. 혁명 차원의 개혁이란 말은 이런 때 필요한 말이 아닌가?
한이 없지만 또 한 곳을 짚어보자. 국회의원은 예전에는 단 하루만, 지금은 법이 바뀌어 1년 이상 배지를 달면 평생 연금을 받는다. 그 좋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온갖 특혜란 특혜는 독차지하면서 입으로는 국민생각 밖에 없다, 국민이 주인이다 별의별 너스레를 떠는 그 ‘특별한 분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하나 되었던, 그 은밀한 역사적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 하늘에서 본 독도, 독도연구소 누리집 인용
이리 많은 특별한 분들이 우글거리는 데도 국회의원 수를 대폭 늘리자고 떠드는 정당이 있다니!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우리 형편에 효율적인 국회의원 숫자는 지금의 십분의 일인 30명이면 딱 좋겠는 생각이다. 그런데 최소 100여명은 더 늘려야 한다니 이러고도 이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고 자칭 ‘걸어 다니는 헌법기관’이란 말인가.
그 많은 잘못들이 엄존하고 있는데도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하루하루를 조용하게 잘들 넘기고 있다. 대통령도 국회의장도 대법원장도 건재한 나라가 개혁이나 개선은 뒷짐 진 채 방치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들은 구직에 지쳐서 자진실업자가 되고 자진실업자는 실업률에 반영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장사가 되기를 하는가 일당 근로자들의 공사판이 반반한가. 이런데도 공기업 직원들은 도대체 무슨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거액의 성과금과 연금을 받아가며 저리 널널한 지 묻고 싶다. ‘공기업’은 말 그대로 “국가가 사회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하는 기업”을 이르는데 목전에 벌어지고 있는 이들의 행태는 주머니 속의 ‘사기업’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처럼 공기업이나 국회가 잘못하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 그 어디에도 단속하고 감독할 기관이 없다는 것인가. 물먹는 하마처럼, 아니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고려 말의 불가사리처럼 이리 챙기고 저리 챙겨가도 그것 안 된다고 바로잡는 곳이 없다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주인의 유무를 말할 것인가. 정치인들이 날만 새면 “주인은 국민이다.”고 한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이 말의 추상성을 빼고도 진정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가!
독도 문제를 앞에 두고 만감이 스쳐 간다. 일본의 불편한(?) 심기를 생각해서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을 방송금지곡으로 묶어버리면서 한일어업협정을 1999년 1월 8일 국회에서 토의도 하지 않고 날치기로 단숨에 통과시켰고 같은 달 22일에 발효되었다. 속 빠른 의결이고 속 빠른 공포이다.
이때에 새로 그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때문에 독도가 한일공동관리수역에 들어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당장 3천척의 쌍끌이 어선이 일자리를 잃었고 선박 및 어구류 제조업체들이 날벼락을 맞았고 어민들은 통곡을 했지만 정부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 어선들 모두를 북한에 주자고 했다는 것이다.

진정 국민의 편에 서서 독도를 지킬 마음이 있는 사람들인지 되묻고 싶다. 그들은 국민을 상대로 말할 때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분명한 의지를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뒷전에서는 딴 짓하면서 어물쩍 넘어갔음은 어느 정부나 예외가 없었다. 우리가 살피는 이 소박한 역사적 사실들 말고도 또 다른 엄청난 뒷거래가 있는지 이리도 미덥지가 않다. 어물전 지키는 일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인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대통령쯤 되면 훗날의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또 다른 ‘이완용’이 될 각오 없이 어찌 독도문제를 국민 몰래 뒷거래할 수 있겠는가? 우리 같은 소시민의 생각이 이럴진대 안용복 장군 같은 분은 지하에서 얼마나 대성통곡을 하고 계실까. 후손된 자로써 부끄럽고 민망하고 미안할 뿐이다.
독도를 생각하면서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일본이야 원래 근성이 바르지 못한 나라이니 그쯤 제쳐두고 우리의 엄연한 국토를 가지고 국민 몰래 뒷거래하는 자는 어느 누구든 ‘이완용’이다. 나라는 망하든 말든 ‘성과금’ 잔치나 즐기는 공직자도 ‘이완용’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라를 병들게 하고 나라를 좀 먹는 자는 누구든 역사 앞에 ‘이완용’이 될 각오부터 해야 한다.

저들 일본은 선한 일에는 단 한 번도 가담하거나 협조한 적이 없는 흉악무도한 역사의 장본인이다. 그 많은 범죄를 자행했던 지난 역사를 이제는 반성하고 달라질 법도 하건만 지금도 백년하청으로 숨겼던 발톱을 더 강하게 내세우면서 계속수위를 높여만 간다. 저들은 이 오랜 역사에서 우리에게 노략질과 분탕질만을 일 삼아온 상종 못할 도적들이었다.
독도를 지켜내자면 결론은 하나이다. 너나없이 “이순신 정신”으로 무장하면 훔쳐가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의 연안으로 범접하는 일마저 두려워할 것이다. 독도의 가장 우뚝한 곳에다 일본에서도 관측될 만큼 이순신 장군의 대형 동상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겸하여 독도의 전면에 전함처럼 여러 척의 거북선을 배치하면 이순신 DNA에 취약한 저들이니 세워놓은 동상과 거북선만 보고도 “아, 저기는 대한민국의 영토였구나.” “우리가 언감생심 넘어다 볼 땅이 아니구나.” 질겁을 하면서 다시는 시비 걸 엄두를 못 낼 것이다. 이는 분명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다시금 확인하지만 독도는 우리 국토의 아픈 살점이다. 피가 통하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신경조직이다. 남북이 분단된 것만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인데 눈 뻔히 뜨고 독도마저 도둑맞는다면? 영웅 이순신의 자손으로서 부끄러워서 어찌 이 땅에서 숨 쉬고 살 수 있을까? 독도는 동쪽 바다를 여닫는 우리 국토의 막내둥이 관문이다. 얼마나 못 났으면 이리 엄연한 일을 두고 ‘분쟁’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짱끼고 방관하는가?
독도에 가서, 연인처럼 마중 나온 빨간 복장의 ‘독도우체통’을 해후했다. 8,15 70주년에 즈음한 감격이 너무 커서 소회를 한 편의 시로 다듬었다.

코흘리개 어린 날, 침 발라 우표 붙여서 우체통에만 넣으면 팔도사방 어디든 착착 배달된다고 알았지요. 그래서 울고 보채는 골치 아픈 땡깡쟁이 산통 깨는 심술쟁이는 우표 붙여서 콱 어디론가 보내버린다 했지요. 독도에 가서 빨간 옷 차려입고 얌전하게 마중 나온 우체통을 보자니 눈물이 다 나대요. 시상에 여그가 어디라고 편지 부친 사람에다 그것 꺼내다가 배달하는 사람까지… 그러다가 문득 파도소리, 바람소리, 괭이갈매기의 똥, 슴새의 말똥거리는 눈빛... 그것들 외에도 독도 꺼라면 받아들면 향내 안 나는 것 있겠어요? 이것들 이마에다 우표붙이고 저 빨간 입에다 넣어만 주면 배달 못할 데가 없단 말이지요? 처음 볼 때는 산중거문고처럼 낯설기만 하던 우체통이 소낙비 폭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매불망 이 나라 삼천리에다 오대양 6대주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섬놈들 콧구멍이나 배꼽까지도 착착 배달시킨다는 걸 알았네요. 동해바다가 섬놈들 넘어다보고 도둑질 하라고 생긴 바다인가요? 독도가 지놈들 노적가리 쌓자는 앞마당인 가요? 저것들 저리 뻔뻔하고 집요하게 깐죽거리는 걸 보면 밀어붙인 이마빡에다가 강력본드로 입도 뻥긋 못하게 속달우표를 탁! 붙여서 저 먼 화성으로나 보내버릴까요? 지금까지의 죄도 모자라 지금도 죄 지을 궁리에다 게다짝 딸각거리며 “하이하이” “고랏고랏” “도스케키” “도마렛…” 굽실거리는 저 심보 고약한 것들을 화성이라고 맘 좋게 받아준당가요???
「독도우체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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