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소외,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호남소외,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 이민원 광주대 교수
  • 승인 2015.06.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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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불안이 흐르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에 달했고, 도덕이 죽고 통치가 부활하면서 민주 대 독재의 패러다임이 다시 등장하고, 정치는 기능을 상실하여 지리멸렬한 가운데 지역주의 정치는 여전하고, 소득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성장 정체의 부담은 모두 서민의 몫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호남소외 현상은 점점 더 기승을 부려 급기야 호남을 ‘섬’으로 만들었다. 천수답인 호남 경제는 중앙정부 지원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정치인들에 대한 ‘묻지마’ 투표는 초라한 정치인을 양산하여 호남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사태에 직면한 호남인들의 대응 자세는 심각하다. 호남소외 현상에 대해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마치 국외자처럼 비판만 하거나, 구조적인 개선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각개격파를 통해 개인적 성공을 꾀하고, 호남차별을 극복하려는 처절한 노력없이 호남차별을 거두어 달라고 읍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탈호남을 통해 호남소외의 폭탄을 비켜가려는 굴욕적 행보를 취할 만큼 호남인의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이제 호남인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의 지식인들은 부끄럽게도 한국과 호남사회를 견인할 의제설정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 현실을 극복할 집단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새로운 지역주의를 호남에 만들어내려는 움직임 마저 태동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호남정치인들의 호남안주로 인한 호남정치 리더십의 부재가 불안한 호남 자화상의 원인 중 하나다. 호남차별을 이야기할수록 호남은 오로지 호남차별의 시각에서만 존재하고 있다는 역설 역시 그 원인이다. 남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가 존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또한 긴 세월 동안 중앙집권체제에 익숙해진 결과 지역의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기도 할 것이다.

높은 의존성에 대한 대책은 지방분권 개혁일 수밖에 없다. 중앙 정부의 기득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므로 지역의 힘을 모은 요구가 필요하다.

중앙집권구조에서 호남소외는 필연적으로 불균형 발전을 초래한다. 이로 인한 호남인의 분노와 좌절, 한국경쟁력의 약화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호남차별의 구조에서 호남에 특별한 은전을 바라는 시각도 옳지 않다.

호남차별의 구조를 비판하고 저항만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저항의 정당성이 차별에만 있다면 호남이 지금의 호남인 까닭은 오로지 호남을 차별하는 집단에 있게 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호남의 존재 근거가 저항만이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저항을 통해 호남이 영남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배세력에 등극하고자 해서도 안 된다. 차별이데올로기를 없애는 게 과제다. 이제 차별을 이야기하는 호남도 스스로 비판할 줄 알아야 하고 변해야 한다. 바깥에서 주어지는 차별철폐가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차별을 무력화시켜야한다.

호남의 진전이 필요하다면 호남의 요구와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단단한 호남을 만들 수 있다. 호남은 이제 운명의 주인이 되어 과거의 왜곡된 역사를 고쳐 쓰고,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써야 한다. 호남의 운명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긴장하여 우리의 힘을 쏟아 붓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필코 우리의 후손에게 스스로 이룩한 자부심 넘치는 호남을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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