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7
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7
  • 프랑크푸르트=권준환 박용구 기자
  • 승인 2015.06.15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슈타트발트(Stadtwald), 완벽에 가까운 도시숲

최근 전남도가 발표한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이 그 동안 진행돼왔던 단발성이고 관 주도의 사업형태에서 벗어나 도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의 소리>는 전남도의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을 점검하고, 국내 및 해외 우수사례 취재를 통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취재진은 독일의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검은숲)를 둘러보고 경이로운 자연풍광에 넋을 빼앗겼다.
슈바르츠발트는 워낙 거대한 숲이어서 세세하게 둘러보려면 수 십일도 부족하다. 때문에 500번 국도를 타고 달리며 슈바르츠발트 장관의 일부분만 맛보고 와야 했다.
슈바르츠발트를 지나 양 옆으로 숲과 나무가 우거진 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 아우토반(Autobahn)을 달려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 도착해 방을 잡았다.

국제공항이 있으며 이번 기획취재에서 다루고 있는 헤센 주(Hessen州) 프랑크푸르트의 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이다. 마인강 옆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라는 뜻이다.
프랑크푸르트 한(Frankfurt Hahn),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더(Frankfurt an der Oder) 등 이름이 같은 도시를 구분하기 위해서다.

   
 
상업도시 바로 옆에 거대한 도시숲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대표적인 상업도시이면서, 경제·금융도시다.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인해 중세양식의 건물들이 대부분 파괴돼버려 전후 재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프랑크푸르트 도심에는 마치 연필과 닮았다고 해서 연필빌딩이라고도 불리는 메쎄투름(Messeturm)을 비롯해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랑크푸르트는 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슈타트발트(Stadtwald:시유림)라는 세계 최초의 도시숲을 가지고 있다.

도시숲이라고 해서 작은 규모일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슈타트발트는 프랑크푸르트시 남서부와 인근도시에 걸쳐 있는 도시숲으로 그 넓이가 5,785헥타르에 달한다.
이는 광주광역시 면적의 약 9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중 프랑크푸르트시에 속하는 숲의 넓이는 3,866헥타르다.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도시의 허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숲 아래의 지하수를 통해 시민들의 식수공급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고비용 체계인 우리나라의 광역상수원 방식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깨끗한 물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슈타트발트는 원래 목재 생산을 위한 산림의 기능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욕구가 변화함에 따라 숲이 수행하는 기능도 달라져야 했다.
따라서 지금은 시민들이 가족끼리 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휴양공간으로 변화됐다.

자연스러운 풍경 위해 끊임없이 연구

물론 아직도 벌목을 하고, 목재를 생산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철저한 계획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벌목으로 인해 경관을 해치지는 않는지,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의 이동경로를 손상시키지는 않는지, 어느 정도를 베고 또 어느 정도를 심어 몇 년이 지나야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풍경이 연출될 것인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획한다.

취재진은 마인강 다리를 건너 슈타트발트가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남쪽으로 이동했다. 도로 옆으론 나무와 수풀들이 우거져 있었는데, 하얀색 꽃이 자주 보였다.
가이드에게 저 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는 “저 꽃의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의 도로를 차로 달리다보면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죠. 계절별로 피는 시기가 다른 꽃들을 섞어서 심기 때문에 1년 내내 저마다 다른 꽃들을 볼 수 있어요. 꽃이 피지 않는 한겨울엔 빨간 열매가 열리는 나무로 인해 꽃이 핀 것처럼 보이죠”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꽃으로 조경을 할 때 팬지면 팬지, 철쭉이면 철쭉, 꽃잔디면 꽃잔디 등 한 가지 수종을 모아 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꽃 피는 시기가 오면 무척 아름다운 꽃밭이 되지만, 그밖에 꽃이 져있는 기간엔 밋밋하고 볼품없는 공간이 돼버린다.
이렇듯 ‘숲 속의 전남’이 전남의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를 바탕으로 목표가 뚜렷한 계획이 우선적으로 세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생긴 숲속 오솔길 걷는 기분

슈타트발트는 연간 600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프랑크푸르트 인구가 3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수다.
자동차를 타고 슈타트발트로 들어가자 군데군데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도로변엔 불법 주정차를 방지하기 위해 통나무들을 눕혀 놓았고, 숲 안으로 이어지는 길 입구에는 진입 방지대를 만들어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숲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슈타트발트의 길은 미로처럼 복잡하지 않다.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길들이 이어지는 구조다.
또한 길의 폭이 성인 서너 명이 나란히 설 수 있는 정도로 넓지 않고 좁다. 그야말로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 자연스럽게 생긴 오솔길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많은 부분이 철저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독일인들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도로 건너편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로 향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입구에는 여우, 거북이, 새 등의 그림과 함께 ‘Wir müssen draussen bleiben’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해석해보면 ‘우리는 밖에서 머물러야 해요’가 된다.
일반적으로 식당 등에 이 글귀가 있다면 ‘애완동물 출입금지’의 의미가 되지만, 이곳에서 말하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숲 속에서 가족과 함께 즐기는 바비큐

숲 놀이터의 바깥 공간엔 ‘Grillplatz’, 즉 ‘야외 그릴장소’가 있다.
독일은 숲이라고 해도 불을 피우거나 취사를 하는 등의 행위를 무조건 막지 않는다.
지정된 장소에서 질서만 지킨다면 숲 속의 정취를 만끽하며, 가족 또는 친구들과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숲 속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나무그늘 아래에 가족들끼리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쉬고 있었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중앙엔 이곳의 상징적인 시설인 여인 형상의 미끄럼틀이 있고, 안쪽에 설치돼 있는 놀이시설들은 모두 공룡을 본 따 만들었다.
공룡이나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슈타트발트는 이처럼 도시의 허파 역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휴식공간, 어린이들의 놀이공간,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레저공간, 목재 생산을 통한 소득창출, 그리고 시민들이 마실 물을 제공하는 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도시숲이 가지고 가야 할 방향성에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는 형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