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5
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5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5.2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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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 간직한 고창 삼태마을숲
전남도 이야기 있는 숲 조성 필요
최근 전남도가 발표한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이 그 동안 진행돼왔던 단발성이고 관 주도의 사업형태에서 벗어나 도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의 소리>는 전남도의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을 점검하고, 국내 및 해외 우수사례 취재를 통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얼마 전 한 인터넷 광고를 봤다.
‘가장 지키고 싶은 꿈’이라는 제목을 가진 재생시간 5분의 이 광고에선 막 수능을 치룬 고3학생들에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묻는다.
학생들은 만수르와 결혼하기, 아이돌 가수 데뷔하기, 세계일주 떠나기, 학교 운동장에 농사짓기 등 다양하고 재밌는 꿈들을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살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꿈을 이루는 것과 5억 원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백이면 백 5억 원보다는 꿈을 이루겠다고 대답한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대답이 끝나자 불이 꺼지고 칠판에는 영상 하나가 재생된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 학생들의 아버지들이다. 아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버지들에게도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고향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등의 꿈들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와 ‘경험’의 중요성 대두

이어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살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꿈을 이루는 것과 5억 원 중 어떤 것을 선택 하겠나요?’라고 질문한다.
아버지들은 잠시 생각하다가 ‘5억 원’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아빠이고 가장이니까,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힘들 테니까, 아들의 기초사업비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등 가족을 위한 희생정신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기자도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광고는 한 생명보험의 광고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때문에 광고라는 것을 잊을 만큼 몰입도가 크다. 이처럼 갈수록 ‘이야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관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살린 스토리를 입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는 관광자원화가 대두되고 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소비자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스타일과 이야기, 경험과 감성을 산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전남의 ‘숲 속의 전남’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숲을 조성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이 가진 이야기를 접목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창 삼태마을숲은 산림청,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공동주관하는 ‘2014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뽑혔다.
삼태마을숲은 단순히 숲이 아름다워서 뽑힌 것만은 아니다. 숲과 지역에 얽힌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화 했기 때문이다.

삼한(三韓)시대부터 이어져온 오랜 역사

▲이병렬 고창문화연구회 박사
고창의 마을들을 조사·연구해 ‘고창의 마을유래’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고창문화연구회의 이병렬 박사를 만나 삼태마을숲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삼태마을이 있는 곳은 마한시대 영광에 있었던 부족국가에 속해 있었다. 마한이 붕괴되면서 백제에 흡수됐고, 송미지 현(松彌知 縣)이 됐다.
그러다가 757년 신라 경덕왕 시대에 무송 현(茂松 縣)으로 바뀌었고, 1417년(태종17년)에 무송과 장사(長沙)를 합쳐 무장(茂長) 현이 됐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무송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는 무송 유씨와 무송 윤씨 두 집안이다.
무송 유씨는 시조 유금필(庾黔弼) 장군의 5세손인 유록숭(庾祿崇)이라는 사람이 고창의 사패지지(賜牌之地 - 사패(賜牌 고려·조선 시대 임금이 내린 문서)에 의하여 하사받은 토지)로 평산 유씨에서 분적했다. 무송 유씨들이 이 일대에 큰 세력을 차지한 것이다.

무송 윤씨는 시조 윤양비(尹良庇)를 중심으로 고려시대와 조선전기까지 지금으로 말하자면 서울대학교 총장 급의 대제학을 3명이나 배출했다. 그러면서 무송 윤씨들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또한 구슬을 훔친 도둑으로 오해받는 수치를 참으며 거위를 살린 일화로 유명한 윤회(尹淮)도 무송 윤씨다.
윤회는 술을 무척 좋아했다. 윤회가 집현전 학자들을 양성하고 있을 때, 세종대왕이 윤회의 건강을 염려해 술을 하루에 3잔만 마시라고 명했다. 윤회는 순순히 알겠다고 물러났다.
그리곤 큰 사발로 3잔을 마셨다. 임금의 명을 어긴 것은 아니므로 세종대왕도 뭐라 하지 못하고 두손두발 다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듯 지금은 비록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삼태마을은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 보호하는 비보림으로 숲정이 조성

삼태마을숲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조성된 것은 아니다.
이병렬 박사는 “선조들이 조성한 숲들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풍수지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천변, 그러니까 큰 물과 관련돼 있는 동네는 당산이 많다”며 “12당산을 기본으로 숲을 조성하게 되는데 삼태마을도 그래서 당산이 많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삼태마을을 지나는 하천은 풍수적으로 행주형(行舟形)이다.
행주형은 물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배의 형상을 말하는데, 대부분 하천이 흘러가거나 가로지르는 곳을 말한다. 반대로 파도치는 형국에 배가 달리는 모양은 파주형(波舟形)이라 한다.
행주형이나 파주형이나 숲정이(숲쟁이)가 발달하게 된다. 숲정이에서 ‘정’은 ‘성’을 뜻하는 말로서, 숲의 성이라는 뜻이다.

숲정이가 발달하는 이유는 물이 범람하기 때문이다.
산의 입구에 있는 마을은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게 되고, 작물들이 다 휩쓸려버린다. 그것을 막으려고 주변에다 나무를 심게 되는 것이다.
고창에서는 ‘당숲거리’라고도 했는데 당산을 보호하는 숲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삼태마을숲도 물이 범람하는 것을 막고, 마을을 보호하는 비보림(裨補林)이다.

이병렬 박사는 “비보(裨補)는 보통 좋지 않고 허한 곳에 세우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강한 곳을 누르는 것도 비보다”며 “서울 관악산은 불이 나는 형국이기 때문에 불을 꺼야하므로 우물을 파거나 청계천 쪽에 커다란 연못을 만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전라남도가 스토리 있는 숲을 조성해가려고 한다면 먼저 당산이 어디에 있는지 조사해야 그 지형의 풍수를 이해할 수 있다”며 “전남의 숲에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서는 선조들의 풍수지리적 사고와 체계를 반영해 명칭을 짓거나 위치를 선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나무만 심는다면 스토리텔링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대에 와서 경험과 이야기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전남이 숲을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조사·발굴해 연구하고 이를 숲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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