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님포매니악] 그리고 광주 비엔날레와 아시아 문화전당
피카소와 [님포매니악] 그리고 광주 비엔날레와 아시아 문화전당
  • 김영주
  • 승인 2015.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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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그린 ‘알제의 여인들’이 미술품 경매에서 1968억 원으로 세계 최고가격으로 팔렸단다. 난 피카소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서서 싫어한다. 공짜로 준다고 해도 거절할 그런 그림을, 왜 그리 엄청난 거액을 주고 살까? 그 그림을 산 사람은 그렇게 거액을 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일까? “그런 그림을 좋아할 리가 있겠어? 워낙 유명한 화가라 투기로 샀겠지?” 그런데 “피카소는 왜 그리 유명할까?”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200여 년 동안 지구촌을 온통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유럽문명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러 대량실업의 공황과 대량학살의 전쟁이라는 자기 파괴적인 문명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었다. 그 암울한 시대는 슈펭글러가 가히 ‘서구의 몰락’을 예견할 만한 시대상이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멸망’을 선언했고,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외쳤고, 프로이드는 무의식에 담긴 ‘인간의 광기’를 드러냈다. 이런 시대상을 예술가들의 예민한 감성에 포착되지 않을 리 없다. 이른바 현대예술이다. 그래서 1968년에 젊은이들은 “모든 금기를 금지한다!”며 그 동안 서양문명에서 금기로 여기던 수많은 장벽에 망치를 들고서 ‘문화혁명’을 외쳤다. 그 동안 문명은 ‘빛과 어둠 · 남자와 여자 · 이성과 감정 · 영혼과 육체 · 필연과 우연 · 일과 놀이’에 ‘선善과 악惡을 몰아치며 부당하게 폭행하였다. 이 모든 것에 저항하는 운동들을 모두 아울러서 나중에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 피카소는 그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가운데에서 우뚝 솟았다. 그래서 그는 유명하다.

이렇게 그의 유명세에는 공황의 대량실업과 전쟁의 대량학살의 핏빛 수렁이 깔려있고, 그 문명의 폭행에 저항하는 1968년의 치솟는 분노가 서려있다. 그 1968년을 되새기려고 1968억 원에 팔린 걸까? 우연에 기댄 독설이지만, 그야 어떠하든 엄청난 가격에 팔린 그 그림은 황금빛에 찬란한 보물이라기보다는 핏빛에 젖은 문명의 폭행을 상징한다. 현대예술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출발점이다. 그러니까 현대예술은 문명의 폭행에 저항하고 그 폭행에 시달리는 서민을 감싸주어야 한다. 이러한 현대예술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이 세상을 바꾸어낸 커다란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잘못된 수렁을 빠져들어서 더욱 깊이 병들어 가고 있다. 그 잘못된 수렁의 뿌리는 2가지이다. 하나, 서양문화의 뿌리인 ‘대립 존재론’에서 비롯한 ‘선과 악’의 극렬한 대립으로 극단적인 자기집착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문명의 잘못된 자기집착을 닮아가고 있다. 둘, 극단적인 자기집착에서 나온 그로테스크한 상상을 창조성으로 착각하고 문란과 퇴폐로 치달으며, 그걸 ‘천재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고 찬양한다. 이러한 현대예술의 ‘천재와 예술’은 2가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동쪽, 그 ‘천재와 예술’이라는 우상에 비열한 지식인들까지 끼어들어서 허세와 허영으로 으스대며 99%에게 등을 돌리고 1%의 적과 동침하고서 세상을 속이고 주눅을 준다. 그 잘못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게 ‘피카소 그림의 1968억 원’이다( 피카소가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니니까, 피카소의 잘못은 아니다. 낸시랭은 그렇게 의도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잘못 가고 있어 보이는데, 낸시랭이 대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런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으니 더 지켜봐야겠다. ) 황금빛 돈잔치에 불나방처럼 모여들어서 누구는 주인공이 되어 떵떵거리고 으스대며 누구는 주변이 되어서 떡고물을 주워 먹는다. 그러니까 그 1968억 원은 지지를 받아야 할 서민에게서 멀어지고 ‘적과 동침’한 몸값인 셈이다. 이에 서민은 한 쪽으론 그런 문화예술을 뒤받침하는 '돈과 권력'에게 폭행당하고 멸시받으며, 다른 한 쪽으론 그 황금빛 돈잔치에 부러워하고 주눅든다. 서쪽, 이창동 작품처럼 깊은 슬픔의 리얼리즘으로 지나치게 무겁고 음울하거나, 김기덕 작품처럼 극렬한 분노로 저항하며 기괴하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잔혹엽기로 악다구니 쓰고 박치기한다. 그 어느 쪽이든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창동 쪽은 힘들더라도 깊은 슬픔의 감흥이 있어서 겨우겨우 견디며 만나지만, 김기덕 쪽은 힘들 뿐만 아니라 진저리까지 치기 때문에 아예 회피한다.

영화이야기를 할 작품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피카소 그림 소식에 문득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님포매니악]과 [안티 크라이스트]가 떠올랐다. 피카소 그림처럼, 현대예술의 평단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한 걸작이라며 그의 의미심장한 문명비판과 풍자를 극찬한다. 그의 작품은 서쪽으로 간 이창동과 김기덕의 문제점을 둘 다 갖고 있다. [어둠 속의 댄서]에서 만난 깊은 슬픔의 리얼리즘에 감동하고, [도그빌]에서 파격적인 주제를 참 독특한 무대에 담아낸 연출에 반했다. 그런데 [안티 크라이스트]와 [님포매니악]은 완전히 김기덕 쪽이어서 역겨웠다. [안티 크라이스트]는 자연산천이 '사탄의 교회'라며 극렬한 우울증을 엽기적인 폭행과 섹스로 인간을 저주하고, [님포매니악]은 여자의 '섹스 중독증'을 넘어선 님포매니악을 앞세워서 쌔디즘과 마조히즘의 폭행을 풍자하면서 문명의 폭압에 도전하고 해체하려고 한다. 인간 자체를 악마로 증오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처방하고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그 폭행자를 닮아가는 자기집착이다. 그걸 평단에서는 걸작이고 천재라며 찬양한다. 극단적인 '대립존재론'의 극렬한 자기집착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병이 더욱 깊어가고 그 잘못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식인들은 그 병을 고치고 그 잘못을 벗어날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그 병폐와 잘못을 추앙하고 흉내내면서 과장하고 과시한다. 잘못된 현대예술을 꾸짖기는커녕, 인간사회를 또 다른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래서 나는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김기덕의 작품을 비난하고 회피하며, 박찬욱의 작품에 놀라면서도 동조하지 못하며, 이창동의 작품은 훌륭하지만 부담스럽고 힘들다. 그리고 육상효의 [방가? 방가!] [강철대오]와 이한의 [완득이] 같은 블랙코메디를 매우 좋아하고 높이 평가한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1418&videoId=44704&t__nil_main_video=thumbnail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현대예술이 서민에게서 너무나 멀어졌다는 게 공통점이다.( 영화처럼 대중성이 강한 예술분야마저도, 현대예술에 몰입된 유럽의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은 영화는 거의 대부분이 관객이 모이지 않는다. ) 이게 현대예술의 가장 큰 잘못이다. 그런데 광주 비엔날레가 그 병폐와 잘못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이지 않고 혈세만 ‘밑 빠진 독’에 하염없이 부어넣고 있다. 아시아 문화전당은 어찌 될까? 제발이지 비엔날레의 쌍둥이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현대예술을 버리든지, 아니면 현대예술의 병폐와 잘못을 극복할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 초점은 ‘건전한 시민의 생활예술’이다. 그런데 그 병폐와 잘못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술이라는 허울아래 감쳐둔 ‘자기 밥그릇’에만 매달려 있다.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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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심화로 불붙는 미술시장..크리스티, 사흘경매 1조5천억원(종합)

 

'부익부빈익빈' 탓에 억만장자 불어나 고가경쟁 심화 연합뉴스 | 입력 2015.05.15.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사흘간 무려 1조5천억 원 상당의 미술품이 거래됐다. 13일(현지시간) 크리스티에 따르면 지난 11∼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미술품들의 낙찰가 총액은 14억1천3만 달러(약 1조5천423억 원)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단일 경매회사의 주간 미술품 낙찰가 총액이 10억 달러(약 1조940억 원)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종전 기록은 역시 크리스티가 지난해 5월 세운 9억7천500만 달러(약 1조667억 원)였다. 이번 주 뉴욕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연일 '억'소리 나는 낙찰기록이 세워졌다. 첫 날인 11일 밤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1억7천937만 달러(약 1천968억 원)로 세계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12, 13일 진행된 '전후·현대미술' 경매에서도 마크 로스코의 'NO. 10'이 8천190만 달러(약 896억 원)에 팔리는 등 고가 낙찰행진이 이어졌다. 금주 크리스티 경매에 오른 1천100여 점의 작품과 불꽃 튀는 경매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사흘간 1만5천여 명이 경매장을 찾았다.

크리스티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소더비 경매에서도 고가 낙찰 소식이 잇따라 미술품 경매시장에 대한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부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강화해 억만장자들의 재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자 고가 경매품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1억7천947만 달러에 팔려 세계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을 사들일 수 있는 억만장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 '알제의 여인들' 경매가의 100배가 넘는 자산, 즉 179억 달러(19조5천343억 원)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최소 50명이 넘는다. 반면에, 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경매에 나온 1997년 당시의 물가와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알제의 여인들의 당시 가격은 1억3천300만 달러 수준인데, 이 가격의 100배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10여 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1997년 이 작품의 실제 경매가는 3천190만 달러(348억 원)에 그쳤고, 이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다 해도 4천670만 달러(509억6천만 원) 수준인데 이번 실제 경매가는 4배 가까이 치솟았다. 즉 불평등 심화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강화하는 과정에서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미술시장 경매품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11일 CNN 머니에 "고가 미술품 시장이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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