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을 선거가 크게 보이는 이유
서구을 선거가 크게 보이는 이유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5.04.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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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박원순 두 사람은 몇 가지 닮은 점을 갖고 있다. 전문직, 시민단체 활동가, 그리고 두 사람의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 안철수가 배경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비슷한 환경에서 각각 광주와 서울의 자치단체장을 맡게 되었지만 봉직 후 평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평가의 다름은 당연한 일이나, 한쪽은 긍정적인, 다른 한쪽은 부정적인 면모가 더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두 지역의 일부에서 이달 말 국회의원 보선이 치러진다. 당초 이 단체장들을 뽑아준 두 도시 유권자들이 또 어떤 표심을 보여줄 것인지, 나라 돌아가는 꼴이 어떻든 간에,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광주가 정치1번지라고 말한다. 이는 광주의 진보성을 의미하고, 시민사회의 성숙함을 말한다. 그러나 그 같은 외형적 평균치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과 광주 두 도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가치들이 충돌하고 이합집산의 면모가 여전한데 그 역시 당연한 모습이리라.

민심이란 바다에 배를 띄우는 평형수와 같아 그것이 차올라야 만이 안전하고 멋진 항해를 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도 순항한다. 서울과 광주는 단체장을 뽑은 결과를 놓고 보자면, 시민사회의 성숙도에 큰 차이가 난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번 4.29 국회의원 보선은 두 도시의 정치의식을 다시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서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두 도시의 현재를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한국사회 정치 에너지와 연동되어 우리의 미래를 전망하게 해 줄 것이다. 두 지역 선거가 가진 의미가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관악을은 여야가 맞붙어 있고 광주는 야권만의 게임이긴 하다.

이는 광주의 평형수는 이미 현재의 집권세력에서 흘러든 오염된 물을 배제하면서 정화시켜가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서울의 평형수는 여전히 친일과 독재, 권력과 유착했던 자본에서 유입된 썩은 물로 유지되고 있는 결과다.

그렇더라도 광주는 변방도시이며, 그것도 1백년 이상 자란 거대한 독초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소외까지 당하고 있는 지역이다. 바로 이 상황이 광주의 깨어있는 시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요소가 된다.

일찍이 천정배라는 정치인의 행보를 지켜봐 왔던 광주사람들은 그가 차기 대통령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이 이끄는 제1야당 소속이 아닌데서 오는 갈등을 겪고 있다. 개인적 역량과 호불호를 떠나 현 정국을 타개해 줄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하는가, 아니면 광주호의 독자적 평형수라도 어떻게 유지하고 이를 수도까지 역류시킬 방법이라도 있을까, 이모저모를 복잡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주시민들(8분의1이긴 하지만)의 이번 선택은 현 시장과 야당, 차기 대통령 후보까지, 모두의 평가와 지지 판단여부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지만 매우 큰 선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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