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편집국에서]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 정인서 편집국장
  • 승인 2015.04.16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산 세월호 희생장 분향소 앞에 마련된 의자가 빗물에 젖었다. 무대도, 의자도 비어 있었다. 가장 앞 줄, '박근혜 대통령'과 다음 줄에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이 쓰인 의자도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기자
▲ 정인서 편집국장

세월호 1주기를 앞둔 전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러 내렸다. 퇴근길에 라디오를 켜니 성완종 리스트 파문 보도에 이어 세월호 1주기 관련 뉴스가 나왔다. 그래서 ‘내일이 그 날이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2년 전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렇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셨고 그래서 언제나 아버지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 88년의 삶을 살아온 아버지는 늘 근엄했고 언제나 양복을 입으셨다. 하지만 병석에 계신 동안 양복을 입지 못하셨다. 병원에 들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눈가가 촉촉해지곤 했다.

세월호 사건이 있던 날은 장모님 기일이다. 지난해 목포에 있는 절에서 첫 제사를 지내고 점심을 들고 있던 차에 세월호 소식을 TV를 통해 보았다. 배는 한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이 탔다는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있었다.
무척 걱정 됐었다. 그런데 ‘학생 등 승객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나오자 가족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정말 다행이다는 말을 서로 나눴다. 더욱이 대부분 고등학생들이라는 데 염려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원 구조가 오보였고, 실종자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실종자가 사망자로 변했다. 그리고 실종자는 모두 사망자로 바뀌었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신원이 밝혀질 때마다 애틋한 이야기들이 함께 쏟아졌다.
당시에 TV뉴스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잠시 보다가 전원을 끄곤 했다. 그저 컴퓨터 화면에서 제목만 읽어보는 정도였다. 누군가 TV를 켜면 사망자 숫자가 늘었고 현장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그러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누군가 옆에서 하품하면 전염되는 것처럼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스로 외면하고 싶었다.
보통 눈물은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또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나오거나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의 눈물을 흘린다. 즉 기쁨의 눈물이나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슬픔의 눈물은 항균물질이 적고 수분과 염분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눈이 충혈 되는 이유이다.

16일엔 TV를 틀지 않았다. 실종자 가운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이 나라를 보면서 무슨 말인들 할 수 있을까. 눈물은 살아남은 자의 참회의 눈물일 수밖에 없다.
난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 가보질 않았다. 아니 갈 용기가 없다. 단지 용기 있는 사람들의 글과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곤 할 뿐이다. 아무도 나에게 팽목항에 가보았느냐고 묻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팽목항에 가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난 거절할 것이다. 어떻게 그곳에 가볼 수 있다는 말인가. 부끄럽고 죄스럽다.
단지 광주YMCA, 광주시청 그리고 서울 광화문의 세월호 참배 장소에만 슬쩍 눈도장을 찍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난 스스로 위안 삼을 뿐이었다. 아마도 그곳에 앉았다면 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 것이다.

16일 낮 12시 박근혜 대통령은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참사 발생 이튿날인 작년 4월17일, 5월4일에 이어 이번이 겨우 세 번째다. 그저 선체인양 확약과 대국민 발표문 정도로 진도 방문의 ‘역할’은 끝났다.
박 대통령이 이날 눈물을 흘렸을까? 하기야 눈물을 흘린 들 무슨 소용 있으랴.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