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3) 김백설 (사)우리문화예술원 기획실장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3) 김백설 (사)우리문화예술원 기획실장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1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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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문화 고민해야
주민의견 쉽게 들을 수 있는 창구 필요
한국적인 공동체, 세계적인 롤 모델 될 수 있다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어느새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봄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왔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다. 따스한 어느 날 김백설 기획실장을 만나기 위해 지산동에 자리한 우리문화예술원을 찾았다.

김 실장은 갈수록 관심 받고 있는 공동체 문화와 관련한 광주시의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녀는 시민의 의견을 쉽게 수렴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방법 제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서른세 번째 순서는 김백설 기획실장과 대화를 나눠봤다.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현재 우리의 공동체 문화는 어떤가요?
-지금까지 우리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살아왔어요. 우리 민족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얽히고설키면서 공동체 활동을 해왔던 민족이죠.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문화말살정책과 70~80년대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문화가 쇠퇴되고, 저급화시키고, 미신으로 치부하면서 공동체 문화도 많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또한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갈수록 더욱 개인문화로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다보니까 결국 지역문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 같아요.
풍물을 예로 들자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수도 있어야 하고, 장구도 있어야 하고, 징, 북, 소고 등도 있어야 하죠. 이것들이 함께 어울리지 않으면 풍물놀이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공동체가 가지는 의미가 컸습니다.
물론 예전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이것에 맞는 공동체가 있었다면, 이제는 현대에 맞는 공동체문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주라는 대도시 안에서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예전처럼 풍물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지역문화는 계속해서 보존돼야 하고 후손에 전승시켜 육성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다 보니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공동체 문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문화는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축적돼온 것입니다. 따라서 3~5년 한다고 해서 정착될 수 없는 것이죠.

▲전국적으로 공동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광주시는 어떤가요?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는 가족입니다. 가족들이 자기의 역할을 잘 수행했을 때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가 돼서 지역이 발전하고 나아가 국가의 발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 사업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작은 단위의 마을 공동체들이 튼실하게 잘 유지가 되고, 확장이 됐을 때 우리가 원하는 시의 모습이 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각각의 자치구들이 잘 돌아가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철학이 있기 때문에 국가정책과 마찬가지로 광주시 정책 역시 마을과 지역,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안타까운 점들이 있어요.
마을사업이라는 것이 결국엔 풀뿌리 사업이 돼야 하는 것이고,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정책을 펼 때 보면 ‘이건 몇몇 사람들 머리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 시에서 나왔던 정책 중에 ‘2015광주마을학교 사업’이랄지 ‘광주형 모델 발굴 위한 마을공동체 사업’들을 보면 독소조항이 너무 많아요.

물론 사업신청을 하기 위해 업적이나 근거 등을 제시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사업을 추진해 나갈 때 정말로 주민이 원하는 마을을 위한 사업을 정책기관이 고민했냐는 것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마치 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몇몇 단체가 지정돼 있고, 이 단체에 맞는 사업공모가 나왔다는 느낌입니다.
마을 공동체 사업은 주민들이 활동가가 돼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소수를 위한 공모사업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공동체 사업과 관련해 시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해주셨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주제와 목표를 가지고 정책을 펼 때 유명한 사람들이나 교수들만 모아놓고 사업을 기획하지 말고, 정말 주민이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넷 SNS를 통해 통·반별로 의견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준다던지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봐야겠죠.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식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현재의 공동체 사업은 공모사업이 나오기 전에 필요성에 의해서 지역 자체적으로 하는 곳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이 일부 문화기획자 등 소수가 추진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마을사업은 문화기획자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수의 마을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보면 문화기획자들이 문화정책의 유행에 따라 키워드를 가지고 접근해서, 사업이 끝나면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마을이라도 자생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어렵습니다.

60~70년대에 두레가 성행하고 계가 남아있을 때만해도 활동가나 문화기획자가 있어서 공동체가 잘 돌아갔던 것이 아니잖아요. 정부나 시에서는 유럽이나 일본의 공동체 문화를 배워 와서 좋은 것들을 짜깁기해 실패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선진지 문화라고 해서 모두 우리에게도 잘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죠.

현재 선진지라고 불리는 곳들도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맞는 것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된 것처럼, 우리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시대에 맞는 방법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광주광역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까지 기대심리가 더 많이 있어요. 품성을 알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런저런 안 좋은 말을 듣고 있으면 가슴 아플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시민과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방법으로 귀를 열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자리에 있으면 귀가 많이 막히잖아요. 자기 뜻을 밀고 나가는데 한계도 생기고, 그래서 오해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더 다방면으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듣기만 해도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은 광주의 얼굴이고 큰 그림을 가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옆에 있는 보좌관들이나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사람들이 더 고민하고, 잘 해야 합니다.

이들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바탕 위에서 광주시의 좋은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긷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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