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 생각보다 크더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 생각보다 크더라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09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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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도 위안부 소녀상 세워져야
젊은이들도 관심 많다는 것 알아줬으면

지난해 말 조대여자고등학교 동아리 ‘꿈꾸는 담쟁이’ 학생 작가들이 ‘못다 핀 꽃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이야기’라는 책을 내서 화제가 됐었다.
이 책에는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의 고된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위안부 생활을 했던 것으로 오인 받아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당시엔 위안부로 희생된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현대에 와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사실 당사자들이 아닌 일반 국민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하지만 최근 광주에서 평범한 대학생이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조선대학교 아랍어과 휴학생인 전경훈 군이다.

어느덧 날씨가 많이 풀렸다. 9일 오후, 비록 바람은 거세게 불어댔지만 햇볕이 따스해 추운지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경훈 군을 만나기 위해 조선대학교를 찾았다. 두어 달 후엔 장미꽃이 만발할 장미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모금활동의 시작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훈 군은 이화여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보고 군복무시절이 떠올랐다.
그는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시위를 지켜봤었다. 경훈 군이 알아본 결과 전국에 소녀상 개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권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문화전당 앞 광장에 소녀상이 세워진 상황을 구현한 합성사진.
그는 광주에도 소녀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인터넷에 이러한 의사를 밝히며 글을 올리자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1달 정도 준비기간을 가진 후 지난 1월21일부터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만원, 2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다양한 액수의 기부금이 모였다. 그래서 보름 만에 약 400만원이 모금됐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개인이 기부 받기 위해선 모집목적, 모집금품의 종류와 모집목표액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모집계획을 관할 관청에 등록해야 했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써 자신의 신용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관계로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모금활동을 재개했다.

이를 통해 1,100만원이 모금됐지만 나라에 내는 세금(기부금의 3.3%),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수수료, 후원자들에게 주는 옷이나 에코백 등의 제작비용 등을 빼면 60%정도인 6~700만원 정도 모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경훈 군은 시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협조할 수 있으면 협조하겠다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시청과 지금까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로만 이야기해왔는데, 조만간 PPT를 만들어가서 서류상으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는 (위안부 문제가) 옛날 일이고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모금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슬픈 면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모금활동은 사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서울대학교 조소과 염중섭 씨의 재능기부와 홍보영상을 제작해주는 등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소녀상 제작비용과 운반비용, 설치비용 등을 모두 따졌을 경우 본래 목표 모금액은 4,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염중섭 씨의 재능기부로 제작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듦에 따라 목표 기부 모금액을 1,500만원까지 내릴 수 있었다.

그는 위안부 문제가 젊은 층들에게 관심받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지만, 이번 모금활동을 놓고 보면 10대에서 30대의 젊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젊은이들의 참여활동을 드러낼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이 ‘젊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도 기회만 있다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며 “젊은 층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관심과 의지가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락처는 전경훈 010-7101-8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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