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친일 아리랑을 읊는다(13)
다시 친일 아리랑을 읊는다(13)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5.02.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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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속의 영세중립국 펼쳐야
▲ 이홍길 고문

농부철학자 윤구병 교수는 “영세중립 코리아만이 살길이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대 강국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저지른 패악을 지적한다. 그런데도 한국이 이들 강대국들과 싸워 이길 힘이 없음을 직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평화통일 밖에 없고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영세중립의 보장을 받아내는 길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국제법학자 이장희 교수는 그의 정년 퇴임강연에서 “국제법은 유럽 열강이 제국주의 침략·식민지배 등 불법행위를 합리화하는 이론적 무기로 활용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법 이론에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전략적 지배논리가 녹아 있음”도 아울러 설명하고 있다.

근대 극동 3국의 운명이 갈라진 것은 국제법에 대한 인식과 대처 자세가 달랐던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일본이 한국의 독립과 개혁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청일전쟁을 일으켜 전쟁의 모두에 경복궁을 점령하고 고종을 포로로 잡아 외교권 군사권을 농락한 것도 국제법을 가장 악랄한 수준으로 이용한 예라 할 것이다.
위의 두 교수가 우려하는 한반도의 오늘은 언제 느닷없이 닥칠지 모르는 불온한 국내적 국제적 정치환경이 조성되어, 100년전 한말의 역사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100년전과 다르지 않게 한반도를 둘러 싼 4강은 여전하고 열강간의 긴장이 만만치 않은데다 분단된 두 개의 한국은 미사일과 핵문제까지 포함하는 군비경쟁으로 지역의 안보환경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진단하면서 한국이 전시 작전통제권 마저 사실상 미국에 무기한 맡겨버린 것과 관련해서 이장희 교수는 “평화통일이 되려면 주변의 중국‧러시아가 통일한국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하는데, 미국이 전시작전 통제권을 쥐고 있는 통일한국을 그들이 바라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제국 말기와 같은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마당의 안타까움을 피력하면서 “진영외교에서 벗어나 평화·균형외교로 가야한다”는 다짐과 함께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윤구병 교수와 이장희 교수의 한국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제의를 아우르면, 진영외교를 벗어나 4강 외교를 적극화하고 특히 미국을 중점적으로 설득하여 궁극적으로는 어느 4강에도 적대하지 않고 모든 4강에게 도움이 되는, 명실공히 중립국이 되는 길이 운명 지워진 모법답안임을 확인할 수 있겠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운다고 했다. 우리들에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 생명과 재산을 몽땅 내건 일을 다른 나라에게 맡겨 버리는 편안함 때문에 전작권 같은 너무도 당연한 우리의 자주권을 미국에 맡기고자 하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퇴행적 사대심리의 내력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비록 위기를 큰나라의 도움으로 해결한 역사들을 가졌지만, 그것은 또 다른 불안을 잉태하고 자결의 주체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개화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고 생각하고 일본의 도움으로 대한제국의 미래를 열고자 했던 갑신정변의 개혁세력들은 결국 일본의 한반도 침략의 향도가 되었다. 또 국난을 청나라의 군사적 원조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사대외교는 망국의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다.
4강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한민족 운명의 절대조건이다. 그 절대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길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고, 그것은 바로 영세 중립국이 되는 길이다. 4강에게 영세중립국 보장을 받는 길이 우리의 길임과 동시에 4강이 동북아에서 외교·군사적 부담을 해소하는 획기적 평화의 길임을 우리가 선도적으로 주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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