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대해부(2) 정체성 체질 개선 시급
5.18기념재단 대해부(2) 정체성 체질 개선 시급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5.02.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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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본래 목적보다 1회성 행사 사업 비중 높아

▲5.18기념재단은 정체성 확립을 통한 전국화, 세계화 보다는 행사성 업무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5.18기념재단이 설립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으나 설립 당시의 정관에 따른 본래의 목적사업은 그 비중이 줄어들고 행사 위주의 신설사업이 주요 업무로 부상해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이사장 선출과정에서의 해프닝, 비정규직 해고에 따른 조직내 갈등, 기념재단의 산파역할을 했던 후원회의 존립 여부 등 성년이 된 기념재단에 누적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5.18재단은 정관 제1조에서 “조국의 민족 자주 통일을 위한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대동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여 민주주의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외연확대 치우쳐 정체성 확립 소홀

이에 따라 518재단은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토록 해 국가가 공인하는 정체성을 확보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을 이끌어냈다.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다양한 투쟁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라는 성과를 도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두환과 노태우 등 국가반란세력을 ‘내란을 목적으로 한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세워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등 ‘폭도’로 치부됐던 광주의 5.18을 한국 민주화를 넘어 세계 민주화의 상징으로 바로 세웠다.
5.18재단은 목적사업으로 정관 제4조에 5.18정신을 계승하는 기념 및 추모사업, 학술 연구 문화 사업, 장학사업을 규정했고 2002년에 신설사업으로 진상규명, 홍보 출판, 자선, 시상, 국내외 민주인권단체와 연대사업 등을 추가했다.
5.18재단은 지난 20년간 매년 5.18기념행사는 물론 국내외의 다양한 포럼과 연구사업 주관하거나 지원하는 등 5.18정신을 드높였고, 청소년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주적 가치와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활동을 펴왔다.
또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민주운동 지도자 및 단체들에 광주인권상을 수상하여 민주화의 열정을 공유하는 등 5.18의 국제적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5.18재단은 외연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행사 위주의 사업들을 키우면서 5,18정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그치질 않고 있는 것이다.

5.18 관련사업 방만하게 늘어

5.18기념재단 누리집에 나타난 사업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기념사업으로는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 운영, 사이버참배와 오월길 안내 등 5.18누리집 운영, 소식지 ‘주먹밥’ 발행 및 5.18언론상 등 5.18홍보사업, 5.18인식조사, 영창 빛 법정 체험행사와 음악회, 휘호대회 등 5.18민주화운동선양사업 등이 있다.
교류연대사업으로는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수상해온 광주인권상, 2010년부터 수행한 광주아시아포럼, 국외시민사회 및 아시아민주화운동연대 등과의 국제연대, 국내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는 국내연대 등이 있다.
인재육성사업으로 활동가를 키우는 5.18아카데미, 인턴 파견 및 채용 등의 5.18인재육성, 피스잼청소년평화대사 등 자원활동가 육성 등을 벌이고 있다.
문화사업으로는 5.18문학상, 5.18전국고등학생토론대회, 5.18레드페스타, 청소년연극캠프, 오월길 운영, 오월문학총서 발간 등이 있다.
교육사업으로는 교사 연수와 5.18참여교실 등 오월교사 양성, 5.18교육활동 지원, 5.18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교육자료 개발과 보급, 5.18 관련자 가족의 희망장학금과 극빈층, 다문화가정을 위한 나눔장학금 등 장학사업 등이 있다.
문화사업으로는 5.18문학상, 5.18전국고등학생토론대회, 청소년캠페인축제인 5.18레드페스타, 5.18청소년연극제, 오월문화 콘텐츠 중심의 오월길 운영, 5.18문학총서 발간 사업 등이 있다.
학술사업으로는 5·18관련 논문, 석박사과정생 연구과정, 소규모 연구회 및 공부모임, 학술대회 개최 지원 등을 통해 연구자들의 상호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또 아시아민중의 인권 및 민주화운동에 대한 소통의 장으로서 아시아저널 발행, 5.18민중항쟁의 학술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진실규명 사업은 5.18 관련 자료수집과 보존 및 활용, 정사로서의 5.18민주화운동사 정리, 미해결과제 정리 및 연구 등을 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존립근거 회복해야

이러한 사업들을 하고는 있으나 상당 부분 미진하다. 올해로 5.18 35주년을 맞기까지 진실규명이 미해결된 상태로 아직도 진행형이며 누가, 왜 민주화를 요구했던 시민과 학생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도록 했는가에 대한 핵심문제를 밝히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일베’와 같은 부정적 집단으로부터 5.18의 근본가치를 부정하고 왜곡 폄하하는 일이 나타나고 일부 대형 언론들이 이에 동조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5.18과 거리두기’ 현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5.18재단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5.18의 정체성 확립과 유지를 위해 방향을 정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만 5.18기념재단의 존립근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5.18재단은 최근 발간한 ‘5.18기념재단 20년사’에서 초기 10년을 모색 및 성장기, 후기 10년을 안정적 구조화기라고 분류했다.
그리고 5.18재단의 설립 의의로 4가지를 밝혔다. 우선은 5.18정신의 올바른 정립, 정신계승 주체들의 올바른 시민공동체 구현의 토대를 마련했다. 둘째로 5.18은 인권과 평화운동으로 지평을 확대해 정체성 확립과 확장의 기반을 구축했다. 셋째로 청소년 교육사업을 통한 5.18정신의 미래가치 정립을 위한 역할을 위임받았다. 넷째로 5.18 피해자들의 역사 복원과 복지증진 체제를 갖추었다.

역사적 사건 아닌 비전 구축 시급

그러면 5.18재단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20년사’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앞날에 대한 우려의 지적도 있었다.
첫째는 5.18재단이 지향해야 할 ‘생활 속의 5.18’ 구현을 비전으로 내세울 수 있는가이다. 5.18운동을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대상화한다면 그 정신은 시민과 괴리되고 재단은 사업실행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5.18의 상징성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가이다. 5.18민주항쟁은 수많은 희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가져왔지만 아직도 그 이미지는 ‘아픔’과 ‘고통’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5.18정신의 전국화, 세계화의 가능성이다. 세대가 거듭할수록 5.18에 대한 기억도 흐려지고 폄훼세력이 창궐하는 데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이다.
넷째는 5.18민주항쟁 35년에 이른 지금 세대간 차이와 이질화로 5.18정신의 공유가 미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변화와 신세대의 감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5.18민주항쟁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의 지향점으로서 나눔과 참여의 공동체가 5.18정신의 핵심 가치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아픔과 고통보다는 승리한 역사로서 긍정적 이미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5.18에 대한 왜곡논리들을 근거와 자료를 중심으로 대응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신세대의 감성은 물론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접점의 다양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5.18기념재단은 물론 관련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나 공법단체 구성도 요원한 상황에서 5.18기념재단만 ‘홀로서기’를 시도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5.18기념재단은 사업비와 운영비를 국비와 시 예산에서 매년 30~40억원을 지원받아 운영한다. 이러한 예산을 1회성 행사 등에 쏟아 부울 게 아니라 5.18정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연구 및 정책 개발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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