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70시절의 가슴 시리도록 눈부신 청춘!
@[쎄시봉] 70시절의 가슴 시리도록 눈부신 청춘!
  • 김영주
  • 승인 2015.02.1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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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즐기는 예술분야는 단연코 영화이고, 그 다음을 꼽으라면 노래이다. 그 노래 중에서도 정태춘의 ‘봉숭아’ · 이동원의 ‘향수’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 정오차의 ‘바위돌’ · 고복수의 ‘타향살이’와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 현미의 ‘떠날 때는 말없이’와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 그리고 가곡 ‘청산에 살리라 · 동심초 · 그리운 금강산’을 가장 즐기고 자주 부른다. 나는 내 자신에게 빨려들어서 ‘자아도취’ 스타일로 부르기 때문에, 그 노래들의 기본가락을 지켜가면서도 흥취를 돋우는 대목대목에 내 감정을 적셔서 내 나름의 음색과 해석을 담아 넣는 즉흥창법을 만들어낸다.( 그 즉흥창법이 노래하는 장소와 분위기가 딱 들어맞는 느낌으로 확 밀려들 때면, 그 짜릿한 엑스타시로 내 스스로를 전혀 콘트롤하지 못하고 ‘자뻑의 도가니’에 휘말려들어 그 자리를 박살내버리고 싶은 충동의 ‘화산폭발’을 일으킨다. )



이 즉흥창법의 기본스타일이 바로 ‘포크’이다. 그 수많은 가수들의 하늘에 별처럼 많은 노래들의 음색과 창법을 엇비슷하게 흉내내다가도 감흥의 포인트에선 내 음색을 살리고 내 감정을 담아서 포크 스타일로 살짝 바꾸어 부른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노래는 ‘포크송’이다. 그 첫 만남은 단연코 은희의 ‘꽃반지’이다. 중2 까까머리 시절, 내가 아는 노래는 학교에서 배운 노래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이다. 그 때까지 내가 만난 가요라는 게 어른들이 술자리에서 부르는 옛 뽕짝과 ‘이미자 조미미 남진 나훈아’가 부르는 신식 뽕짝이었다. 그런데 ‘꽃반지’는 아주 색달랐다. 길게 늘어뜨린 쌩머리에 짧은 치마 끝으로 쭉 뻗은 다리 위에 통기타를 품에 안고서, 청초하게 맑은 음색으로 서정적인 감성을 담은 가사를 간결한 가락에 실어서 읊조리듯이 노래했다. “♫생각~나~안다. 그~꽃.반.지.-, 그대가- 만들어준~ · · · 이.제.에~는 가버~린- 가-슴아~픈-추-.억-♬” 모든 게 새로웠다. 그 새로움에 열광했다기보다는 아련하게 사무쳐서 스며들었다. 그리곤 휘파람으로 시작하는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루-루 루루- 루-루루 · · ·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로 이어지면서 ‘포크송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내 인생의 노래에서 가장 크게 차지했던 가수는 송창식이다. 1975년, 하길종 감독 [바보들의 행진]의 영화음악으로 ‘왜 불러’ · ‘고래사냥’ · ‘나 그대에게’가 크게 히트를 쳤다. 그를 처음 만난 건 ‘피리부는 사나이’지만, ‘왜 불러’와 ‘고래사냥’의 충격적인 창법과 풋풋하게 푸르른 노래가사에 열광하면서 그의 모든 것에 화악 빨려들었다. 그의 노래를 샅샅이 찾아보았다. 그제야 쎄시봉의 트윈폴리오 시절에 ‘하얀 손수건’과 ‘웨딩케익’을 알게 되었고, 숨어있는 명곡 ‘상아의 노래’와 ‘밤눈’도 애창하게 되었다. 그의 노래 40~50곡을 빠삭하게 꿰어냈다. 거기에 윤형주 · 이장희 · 김정호 그리고 양희은과 박인희가 곁들여졌다. 친구의 낡은 기타를 물려받아서 포크송 노래책에 찍힌 기타코드를 홀로 더듬거리며 ‘나이롱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두터운 노래책의 기타코드를 모두 통째로 외워버렸다. 내 가장 순박한 열정의 젊음을 포크송의 노래와 ‘나이롱 기타’로 불살랐다.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난 모든 게 너무나 촌스러워서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틈틈이 “너, 가수했어도 한 가락 했을 꺼다!”는 칭찬에 그나마 위로를 삼는다.

한 권의 책으로 써도 모자랄 이야기가 가슴 한 구석에 웅크려 박혀있는데, 그 싱그러웠던 추억의 이야기에 손을 잡아 이끌어내는 영화가 나왔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 · ·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에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쎄시봉], 예고편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린다. 이 설레는 맘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다. 멍든 가슴 뒤켠에 깊이 묻어둔 첫사랑 그녀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것도 그 스물 시절에 그 모습으로 만난다?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진짜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날아갔다. 펑펑펑 울었다.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순박하고 너무나 싱그럽고 너무나 달콤했다. 그리고 가슴 미어지도록 슬펐다. 일어설 수가 없었다.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밤 문득 드릴 말 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은 이 내 사랑을♬~~~” “우리도 스무 살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슴 시리도록 눈부신 청춘! 그 순간 우리는 함께였다.”


<노래 동영상 - 우리들의 이야기> http://tvpot.daum.net/mypot/View.do?clipid=55298780&ownerid=45x1okb1If5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83648&videoId=47064&t__nil_VideoList=thumbnail

송창식 · 윤형주 · 이장희 · 조영남이라는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에 ‘오근태와 민자영’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함께 얽어 넣은 게 매우 좋았다. 실제 인물들만을 이야기해 갔다면, 영화가 다큐에 가까워서 내 자신의 이야기가 자리잡고 앉을 틈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젊은 날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에, 관객들이 거기에 자기 자신을 담아 넣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이 영화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 이토록 감정에 복받쳐 올랐다. 내가 [친구]와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와이키키 부라더스]나 [고고70]에 그토록 유달리 감흥했던 것도 내 자신의 이야기가 그 안에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들의 그 거리 · 그 집 · 그 의상 · 그 소리 · 그 소품들 그리고 그 대사 · 그 몸짓과 표정들이 나에겐 너무나 정겹고 그리운 사연이 담긴 그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 대중재미 B+(내 재미 A특급), * 영화기술 A0, * 감독의 관점 : 민주파 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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