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마을에 ‘응애’소리 울려 퍼지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응애’소리 울려 퍼지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2.0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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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동 자체 운영 출산지원사업 3곳
출산율 높이는 다양한 방법 찾아 실천할 것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선 명절 때를 제외하곤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동네에 신생아의 ‘응애’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작은 시골마을이라 마을 어르신들이 오다가다 들르며 증손자뻘 되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동 주민센터에서도 축하한다며 선물을 가져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아이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아직도 작은 농촌 마을에서는 마을이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삼도동 주민센터
삼도동은 광산구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38.7㎢로, 땅덩이는 크지만 인구는 3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삼도초등학교를 지나 좌회전을 하니 삼도동 주민센터가 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삼도초등학교는 전교생 50여명으로, 삼도동에 있는 유일한 학교다.

삼도동 주민센터 앞으로는 논밭이 넓게 펼쳐져있다.
이날은 유난히 햇볕이 따스한 날이었다. 날씨가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서 주민센터에 들어가기 전 잠시 논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삼도동 곳곳엔 아직도 눈이 쌓여 있었다. 뜨끈하게 열이 올라오는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흙 위라서 그런 듯싶었다.

깜짝 놀랐다. 고맙고 기분이 좋다.

삼도동에는 '응애' 울음소리에 기뻐하는 사업이 있다. 농촌마을의 출산과 양육을 응원하기 위해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 작지만 지원을 해주는 ‘햇살이 사업’이다. 햇살이 사업은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들었다.
광산구의 복지 전문 중간지원조직인 투게더광산 삼도동위원회가 주관하며 주민센터가 협조하는 식이다.

햇살이 사업은 ‘삼도동 거주 몇 개월 이상’과 같은 특별한 조건은 없다. 주민등록상 상도동에 거주하고 있다면 간단하게 확인을 한 후 지원한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 상도동에서는 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삼도동위원회에서는 신생아 가정 3가구를 방문해 가구당 50만원씩 출산 축하금 150만원을 전달했다.
삼도동 주민센터 신선미 주무관은 “많은 분들이 삼도동으로 오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지원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삼도동위원회 김용안 위원장은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삼도동을 위해 사업을 지속해나가겠다”며 “농촌지역 출산율 제고를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도동위원회는 최근 출산한 임은진 씨에게 출산축하금을 전달했다.
문수희 씨는 햇살이 사업의 최근 수혜자다. 그녀는 젊은 엄마로써 시부모님과 함께 삼도동에 집을 짓고 이쪽으로 이사 왔다.
농촌지역이고, 초등학교도 한 개밖에 없어 교육적 측면에서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크게 걱정은 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맑은 공기와,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들이 있어 아이들에겐 더 좋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이번 햇살이 사업으로 지원 받은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 생각도 못했는데 적지만 이런 지원을 받아 우리 입장에선 참 고맙고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광산구에는 삼도동처럼 동 자체적으로 출산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 3군데가 있다.
삼도동의 ‘햇살이 사업’, 평동의 ‘신생아출산 축하 지원 사업’, 수완동의 ‘아기 주민등록증 발급’ 등이다.
광주의 5개구 중 동구, 서구, 남구는 동 자체에서 운영하는 출산 지원 사업이 없고, 북구는 한 곳이 있다. 광산구만 3곳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투게더광산이라는 복지 중간조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뭣이 많이 들어가는데 도와주신께 고맙죠

평동 역시 농가세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농촌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평동 주민센터에 들어가자 입구 바로 왼편에 큰 장독대가 하나 놓여있었다. ‘퍼갈수록 샘솟는 사랑의 쌀독’이라고 적혀 있었다. 웬 장독대인가 했더니, 주민들에게 쌀을 기부 받아 이 쌀독에 넣어놓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자유롭게 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출산 지원 사업과 마찬가지로 투게더광산 평동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평동위원회에서는 2013년 1월부터 출산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고, 농협 상품권과 기저귀를 지원하고 있다.
평동 주민센터 김미영 주무관은 “앞으로도 출산 가정에 육아용품 등을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등 평동의 출산율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평동위원회 전동선 위원장은 “회원들이 내는 월 회비에서 5천 원 정도 조금씩 모아 출산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작년엔 신생아 12명 출산을 목표로 했는데 10명밖에 태어나지 않아 아쉽고, 올해도 12명이 목표다”고 밝혔다.
덧붙여 “젊은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다보니 사람이 없다”며 “그나마 아직 이쪽에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지원해주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평동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감림 할머니는 최근 토끼 같은 둘째 손녀를 봤다.
김 할머니의 며느리는 캄보디아 사람이다. 하지만 한국말을 꽤 잘해서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감림 할머니는 “애기가 둘이어서 뭣이 많이 들어가요”라며 “뭣이(돈이) 많이 없으니께 힘들지만, 그래도 (동에서) 많이 도와주신께 고맙죠”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평동에 이어 수완동을 찾았다. 수완동은 거주민이 7만8천여 명으로 광산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으면서도 평균 연령이 30세 밖에 안 되는 ‘젊은 동네’다. 월 평균 83명의 아이들이 태어나는 도심지역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완동 주민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북적이고 있었다.

산후조리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수완동에서는 출산 지원 사업으로 아기주민등록증을 무료로 발급해주고 있다. 삼도동이나 평동과는 다르게 아기주민등록증 발급은 동 주민센터에서 관할한다.
2011년 6월 수완동 주민센터 직원 워크숍 중 ‘감정행정을 하자’고 나온 의견이 반영돼 사업이 시작됐다.

처음엔 여자아이는 핑크색, 남자아이는 하늘색으로 코팅해서 나눠주는 등 단순했지만, 지금은 스튜디오와 연계해 그럴듯한 주민등록증으로 재탄생했다.
수완동 주민센터 최유나 주무관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아기 탄생의 소중한 기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완동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최혜원 주부는 최근 첫 아이를 낳았다.
동 주민센터에서 아기주민등록증을 만들어준다는 소리를 듣고 ‘이건 뭘까?’라는 생각으로 발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최 주부는 “요즘 하도 정보유출 문제가 심각해서 과연 좋은 것인가 싶기도 하고, 괜히 만들었나 하는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다른 동에서 기저귀를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부모들마다 각자 쓰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효율성이 낮은 것 같다”며 “차라리 산모들에게 산후조리원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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