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론]집이냐 사람이냐
[문화칼론]집이냐 사람이냐
  • 김하림
  • 승인 2001.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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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문화의 시대'라는 말도 이제 먼지가 끼기 시작한다. 자치체마다 '문화행정과 지역발전'이란 슬로건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이러저러한 문화정책을 실시하거나 표방하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는 식상해가고 있고, 심지어 '문화'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비문화적 사고나 반문화적인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조차 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 지역의 현주소는 과연 어떠한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광주시가 21세기를 선도하는 문화예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문화인프라 구축을 강조한 점을 돌이켜 보거나, '예향과 의향'의 장점을 계승하여 국제적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격조 높은 문화예술도시 육성'을 표방한지 제법 시간이 흐른 현 시점에 있어서.

굳이 우리 지역에만 국한되지는 않지만, 문화인프라 구축이 '시설' 중심으로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어쩌고 문화단지, 문화 저쩌고 센터' 건립 등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 물론 '집과 가재도구'도 중요하다. 이슬에 젖은 채 길바닥에서 잠자 왔던 것이 '문화예술'의 실상이기 때문에.

OO 문화단지.문화 OO센터..'시설'만 키운 문화인프라
'사람' 키울 생각 않고 왜들 '집' 타령만 하나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집'이 있다한들, 살림살이를 할 전문적인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중앙정부의 예산 배정이나 사업 선정에서 우리 지역이 다시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집' 타령에 젖어있기 때문은 아닐까.

여기에는 '관료, 고급, 관변'중심의 기존 문화정책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좌우간 '집'을 지어야 생색이 나고 업적이 되며, 집을 차지하여 '장'이 되면 된다는 식의 관행적 사고가 아직도 횡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 문화가 꽃을 피우고, 문화예술이 확대재생산될 리 만무하며, 전문인력이 양성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입에 붙은 말이지만, '지식기반, 정보문화'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곧 '사람'의 문제로 직결된다. 문화예술분야의 매니지먼트, 마케팅, 홍보, 벤처를 담당할 전문인재를 시급히 양성하고 이들과 전문창작인들을 연계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초가집' 한 칸도 짓기 어려우며, 제 아무리 '고대광실'이라도 먼지만 쌓일 뿐이다.

제 코가 석자인 산업계나 굼뜨기만 한 학계를 바라보고 있을 수만 없다. 정책과 행정이 발벗고 나설 수밖에. '전문인'이 모여들면 누구라도 '큰 집'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긍할 것이다.

부산과 전주가 뜨고, 춘천과 부천이 주목받는 데에 '집'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소리는 과문한 탓인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당연히 자체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사람'이 모이다 보니, 참신한 생각과 기획이 집결되고, 매니지먼트와 마케팅이 결합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사람들은 '과거'의 관록이나 명예, '현재'의 지위나 권위보다는, '미래'의 꿈과 열정에 가득 찬 사람들이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 분야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김하림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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