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7) 김용호 극단 연병 대표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7) 김용호 극단 연병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1.2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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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답게 내세울 수 있는 것 기획해야
바쁜 청춘들, 하고 싶은 일 고민하는 시간 필요
라면만 먹고 살 정도의 각오는 해야죠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광주에 ‘연병’이라는 이름의 극단이 있다. 마치 욕과도 같은 강한 이름이다. 극단 연병의 김용호 대표는 25살 젊은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하고 싶던 연극을 하기 위해 25살 청년 5명이 모여 만들었다.
김용호 대표를 만나러 충장로 학원가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찾았다. 김 대표는 연극을 통해 부조리한 이 세상에게 쓴소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젊은 청년으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스물일곱 번째 순서는 김용호 극단 연병 대표의 이야기다.

   
 
▲만약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공약들을 얼마나 이행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라면 한 가지를 정해 강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현재 이것저것 약하게 하다보니까 모두 이도저도 안 되는 것 같아요. KTX고속철과 관련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런 쟁점들을 시에서 강하게 주도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 과연 이것이 운영이 잘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자주 있습니다.
문화적인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문화전당에서 어떤 공연이나 전시 등이 있을 때 그곳을 채울 수 있는 관객층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공연예술을 할 수 있는 기반들을 대학로처럼 만들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 것 없이 도청에다 전당만 지어놓고 사람들이 오기를 기대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저라도 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광주가 예향의 도시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예술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 문화전당이라는 것이 대관료부터 시작해서, 과연 예술 하는 사람들을 살리는 건지 죽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다양한 문화 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축제(Edinburgh Festival)처럼 문화도시답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을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5살 청년인데, 청년으로서 하고 있는 고민들이 있나요?
전 현재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전공을 살리는 친구들을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친구들이 대부분 토익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같이 술을 한 잔 하면 친구들은 저에게 ‘부럽다. 넌 하고 싶은 거 하니까’라고 말합니다. 그럼 저는 ‘그럼 너도 해’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라는 대답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친구들에게 꼭 사회 탓만이 아니라 네 탓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왜 공부를 잘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죠.
하지만 돈 많이 벌려고 인생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선택할 수 있는 폭,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들을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열어줘야 합니다. 학생 위주로 유망주를 키우듯이, 재능이 있고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과감하게 투자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연극을 하면 가난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공연은 어리고, 경력도 짧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비로 다 자체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충장로 학원가에서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편의점 앞에서 잠시 모여 담배를 피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까, 할게 없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뜻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평생 돈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청춘이 아까운 것 같아요. 청춘은 도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토익시험 준비나 공무원 시험공부는 도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을 모아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등 혼자 생각하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즘 청춘들은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김 대표가 생각하는 도전이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등산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서석대를 가보는 것도 도전일테고,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매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도전이 될 수 있겠죠.
행동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없던 것을 했을 때 분명히 용기도 생길 것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히말라야를 가보진 않았지만 히말라야 정상을 찍고 왔다고 상상해보면 제 자신이 많이 바뀔 것 같아요. 극단도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두렵고 무서웠지만 한번 하고 나니까 더 힘이 생겨서 계속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에겐 이번 작품 자체가 도전이에요. 전국적으로 사람들은 로맨틱 코미디 연극을 좋아합니다. 또 이런 장르를 해야 극단 입장에선 돈이 벌리는 것이고요.
하지만 아직 우린 젊으니까 대중성을 배제하더라도 예술성 있는 작품을 누군가는 찾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습니다. 잘 되지 않을 건 예상하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

▲극단 이름이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연병’은 ‘연극에 병적인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솔직히 연극을 대중예술이라고 할 순 없어요. 그 중심에 수익만 노리고 들어오는 상업연극팀들이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면 안되겠다. 우리가 이단아가 되보자’하고 일부러 어감을 세게 만들었습니다.

연극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을 가지고 관객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도였어요.
밥 먹으려 사는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젊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 라면만 먹고 살 정도의 각오는 해야죠.

또한 5·18과 관련된 연극들이 많이 있는데, 그 연극들이 5·18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부각시키면서 돈 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은 걱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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