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재단(1), 출범 이후 지금껏 뭐했나
광주여성재단(1), 출범 이후 지금껏 뭐했나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1.2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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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수행 사업, 일반 여성들은 느끼지 못해
중장기발전 계획 및 비전수립 시급해

광주는 여성친화도시이다. 여성친화도시답게 광주여성재단은 광주의 여성권익을 향상시키는 일들을 하기 위해 창립됐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광주의 여성들이 광주여성재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광주여성재단이 출범 4년차를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여성 시민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광주여성재단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일반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광주여성재단은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진출 창구 역할에만 머물러 평범한 일반 여성 시민들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4월 출범한 광주여성재단은 광주광역시가 출연한 산하기관이다. 여성정책 분야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민선 5기 강운태 시장 당시에 설립됐다.

광주여성재단의 역할은 이렇다. 여성 및 가족정책 연구·개발, 성인지적 정책실현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여성능력 개발과 경제활동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 여성을 위한 정책이 일상생활에 스며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여성재단은 아직까지 중·장기발전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고 있다. 광주시와 5개구 노력했던 여성친화도시의 문제 제기도 못하고 있다. 재단은 단위시설 개선사업, 연구보고서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어 일반 시민들은 크게 개선된 사항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성재단과 같은 해에 출범한 광주문화재단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광주문화재단도 출범 초창기 중·장기발전 계획 미수립, 재단 내부 내홍, 수차례 인사채용비리, 조직개편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진통을 겪은 뒤 대표이사와 사무처장이 바뀐 뒤 재출발의 길을 걷고 있다.

출범 초기, 행정 일로 치부해 여성단체 소외

여성재단도 역시 설립 준비부터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혁신적인 움직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출범 당시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여연)은 “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행정에 우려를 금한다”며 “지역 여성계의 기대 속에서 출범하게 될 광주여성재단이 여성정책의 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민·관·학·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연은 광주시가 재단 설립의 구체적인 실천단계인 정관과 인사, 자산, 공간마련 등 중요 사항들은 재단 설립에 있어 ‘행정의 일’이라며, 공개와 공유를 거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황정아 전 대표는 “여성재단은 지역 여성계가 시장 후보들에게 요구를 해서 만들어 졌고, 강운태 시장이 이를 받아 굉장히 빠르게 만들어졌다”며 “설립 과정부터 여성단체들은 재단에 깊이 관여를 해왔고, 내용도 주도를 해왔었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황 전 대표는 “재단이 막상 만들어지고 나니까 운영 주체가 바뀌게 되면서 여성단체와 재단이 긴밀한 관계를 갖고 운동영역도 확장시키고 행정과 조율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전혀 그런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재단에서는 정책연구를 통해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현실과도 동떨어져있는 것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현장의 이야기들이 결여된 것으로 보여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것이 정책과 행정에 잘 반영되지도 않고 여성재단은 지역 전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첫 출범을 알린 광주여성재단의 초대 대표는 이윤자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그러나 여성재단의 정체성 수립 및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또다른 비판적인 시각이 양산됐다. 이윤자 대표는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뒤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렸다.

그런데 당시 민선5기에 출범한 광주여성재단의 수장은 민선 5기 시장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약한 바가 있어 해임안이 부결되어 ‘면죄부’, ‘측근 허물 감싸기’라는 비난이 거세졌다.

더군다나 이사회 소집 배경이 ‘명분 쌓기’라는 뒷말이 나오면서 처음부터 해임 의지가 없던 시장이 징계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이를 지켜봤던 이들은 “광주여성재단은 여성의 정책발굴을 위해 마련된 재단이 아닌 선거캠프를 지원하는 뒷조직을 두려고 마련된 것이 아니냐, 벌금형은 해당이 안 되지만 엄연히 위법을 저지른 재단 대표이사에게 아무런 대시민 사과도 없이 도덕적 책임을 묻지도 않고 ‘면죄부’가 부여된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재단의 조직개편, 실제로 개선 효과 있나

지난 2013년 3월에는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 및 사무총장 모집공고에 따라 제2기를 맞아 새로운 임원을 구성해 조직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재단 나름대로의 성과와 설립 초기 운영의 미흡함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 1실 3팀(정책연구실, 교류협력팀, 교육운영팀, 경영지원팀)의 체제에서 4팀 1센터로 조직을 개편해 정책연구실이 정책연구팀으로 강등되고, 정책연구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광주여성민우회는 “이번 조직 개편은 재단의 핵심기능이 돼야 할 지역 여성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실의 기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여성정책기관인 재단 설립 후 오히려 여성단체 활동의 위축과 사업 중복 문제가 불거졌고 재단과 타 여성단체 간 소통방식 문제, 내부 직원 간 갈등 등 문제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광주여성민우회 백희정 대표는 “재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연구기능이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염려를 했다”며 “그동안 여성재단의 내부 평가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내용들은 밖으로 공개가 되지 않아서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백 대표는 “정책연구 이외에 사업을 수행하는 팀들이 여전히 여성단체와 중복되는 사업을 비슷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정책연구를 했던 부분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었나, 실효성이 있나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여성단체와 재단의 소통 부분은 의견이 분분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재단측은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여성단체들은 아직도 소통이 부족하다고 말을 하고 있고, 재단과 여성단체가 사업을 같이 할때 실제로 나름대로 적어서 아이디어를 받기는 하나 행정쪽에서 요구하는 부분과 달라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광주여성재단은 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여성단체 및 유관기관, 여성소모임, 지역의 여성인재와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12년 발족한 ‘광주젠더포럼’은 정치, 경제, 노동, 교육, 보육, 사회복지, NGO, 등 7개 분과로 나누고, 지역여성정책의제 10대 의제를 선정했다.

그러나 교류협력사업은 여성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증진을 목적을 두고 있다. 세부 사업들을 수행하면서 광주젠더포럼의 분과장과 실무위원 등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과를 구성했지만, 대외홍보가 덜된 탓인지 그들만의 ‘토크콘서트’가 된 듯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잘 알지 못한 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여성정치인력 부재도 관심 가져야

또한 광주여성재단이 아직까지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둘레 안에서 작은 단위사업들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3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지역별 성평등 수준분석 연구에서 광주광역시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 여성의 정치인력 부재의 현실이 뚜렷하게 나타나있다.

광주광역시 대표성 제고 영역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세부지표를 비교했을 때 전국평균은 2.0이며, 1위 지역은 6.2를 기록하고 있지만 광주 0을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광주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에서 여성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정책 발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광주여성재단은 여성정책 발굴을 동시에 여성 정치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광역 및 기초의회의원 부분의 세부지표는 광주가 31.4로 전국 평균 21.8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광주지역이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으로 여성이 꾸준히 당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성 대비 성비율로 광주의 여성 정치인은 20%수준에 그치고 만다. 민선 6기의 7대 현역 시의원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현역 21명의 광주시의원 중 여성의원은 5명뿐이다. 6대 시의원도 26명 중 여성의원은 4명뿐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벽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구에 살고 있는 여성 한 모씨(50)씨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광주라는 슬로건은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것은 여성으로써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며 “광주에 여성재단이 설립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재단인지는 주변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광주여성재단은 겉모양새는 재단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일반 여성들이 피부에 와 닿는 재단의 사업들을 알 수가 없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단이 여성정책과 관련해서 수행해야할 수많은 과제들을 놓여있지만 아직까지 재단의 중장기발전 계획 비전 수립 및 정체성 확립도 안 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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