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하성우, 훌륭한 배우를 넘어서 좋은 감독을 향하여!
@[허삼관] 하성우, 훌륭한 배우를 넘어서 좋은 감독을 향하여!
  • 김영주
  • 승인 2015.01.22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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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책을 보다]에서, 중국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의 매혈기]를 만났다. 그는 그 무슨 특별한 배움도 없이 어느 자그마한 도시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자기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글을 써 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면서, 마침내 소설가로 떠오른 사람이란다. 그와 그의 작품에 호기심이 바짝 일었다. 그에게 아직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하정우가 주인공이고 감독까지 맡아서 영화로 만들었다하니 [허삼관]을 더욱 만나고 싶었다.



난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런데 이 영화이야기에선 그 깊은 풍자를 말하려고 하니 그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이야기를 읽으면 영화보기를 망치므로 더 이상 읽지 마시길 . . . ) 가난하지만 성실한 허삼관과 부자이지만 거만한 하소용 사이의 갈등은, 그 동네에서 부자와 빈자의 관계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상류층과 하류층의 관계뿐만 아니라 못된 국가와 착한 서민의 관계를 뜻하기도 하고 나아가서 암암리에 식민통치와 식민지 서민을 뜻하기도 하는 복합적 상징을 품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사건이 끼어들어 있다. 허삼관의 아내가 허삼관과 혼인하기 전에 하소용과 잠깐 사귀었는데, 하소용의 씨앗을 뱃속에 잉태한 채로 허삼관과 혼인하였다. 하소용을 미워하는 걸 넘어서서 적대감마저 갖고 있는데, 그 개잡놈의 씨앗을 열한 살이 먹도록 모른 채 키워오면서 깊은 정이 들었으니, 그 난처함이 오죽하겠는가!

낮과 밤이 100%가 없이 서로 어우러져 오고가면서 하룻날을 이루듯이, 천사와 악마도 100%가 없어서 서로 어우러져 오고가면서 세상만사를 이루며 살아간다. ‘허삼관의 큰 아들 사건’도 허삼관과 그의 아내가 하소용과 같은 동네에서 살다보니 서로 어우러져 오고가면서 나타난 세상사의 하나일 따름이다. 단지 그게 보기 드물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스캔들인지라, 온 동네에 소용돌이치고 파도치며 소란을 일으킨다. 위화는 허삼관의 가족을 소박하고 정겹게 그려가고, 하소용의 가족은 거만하고 비열하게 그려간다. 그의 그런 관점은 옳을까 그를까? 그리고 그걸 적절하게 잘 그려낸 걸까? 100% 팩트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없으니, 100% 팩트만을 추구하는 것도 잘못이다. 로고스와 파토스가 서로 어우러져야 하듯이, 팩트와 과장이 적절하게 잘 이루어져야 한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허삼관]만 보더라도 위화의 작품이 삶의 깊은 맛을 우려낸 훌륭한 작품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허삼관이 ‘피를 판다는 것’은, 얼핏 보기엔 그가 돈이 궁색할 때마다 그의 꽉 막힌 숨통을 틔워주는 요긴한 방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그저 단순하게 그의 개인적인 일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네와 그 지역의 사회문제요 나아가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국제문제까지 암시하고 있기에, 그 풍자하는 바가 깊다. 그래서 [허삼관의 매혈기]는 또 하나의 [아Q정전]이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고 [자랏골의 비가]이며 [레 미제라블]이다. * 소설가 위화의 관점 : 사회파 A+.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80409&videoId=46724&t__nil_main_video=thumbnail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허삼관]은 훌륭한 작품일까? 배우로만 좋아했던 하정우가 이제 막 초짜 감독임에도 그만큼 만들어냈다는 게 앞으로 더 좋은 감독이 될 수 있겠다. 무대나 의상과 소품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잘 이끌어냈다. 그러나 눈에 거슬리는 점은, 현대 중국의 모택동 초기 시절의 시대상을 우리나라 6.25 직후 1953년 충청도 공주의 시대상으로 바꾸어냄에 그 다른 점을 제대로 각색해 내지 못했다. 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시나리오 작가의 역량이다. 그러나 각색이 A학점을 줄 수 없어서 서운하다는 뜻이지, 그래도 B학점은 되어 보인다.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좋은 시나리오로 더욱 좋은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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