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 종, 한국 범종 특징 없이 제작
민주의 종, 한국 범종 특징 없이 제작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5.01.08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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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색채 배제에 급급...용뉴(龍鈕) 등 전통 무시
▲ 종뉴에 우리나라 범종의 특징을 이루는 포뢰는 없고, 대신 국적불명의 황금색 비둘기들이 날고 있어 '민주의 종'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아시아문화전당 앞 광장에 재설치된 ‘민주의 종’이 우리나라 범종의 특징 중 하나인 용뉴(龍鈕)가 빠진 채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의 종’은 종의 꼭대기 부분의 장식인 용뉴(龍鈕)가 아예 없어 한국 범종만이 갖는 독특한 특성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범종은 중국이나 일본종과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와 의장(意匠)을 지니고 있다.

먼저 종신의 외형은 마치 독(甕)을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이 위가 좁고 배부분(鍾腹)이 불룩하다가 다시 종구(鍾口) 쪽으로 가면서 점차 오므라든 모습을 하고 있다.

종의 정상부에는 한마리 용이 몸을 활처럼 구부리고 입을 벌려 마치 종을 물어 올리는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양다리는 각각 앞, 뒤로 뻗어 발톱으로 종의 상부인 천판(天板)을 힘차게 누르고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용뉴(龍鈕)로, 종을 매달기 위한 고리 기능과 장식적인 효과를 동시에 수행한다.

이 용뉴(龍鈕) 부분은 상상의 바다짐승인 포뢰(蒲牢)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후한(後漢) 반고(班固)의 ‘서도부주(西都賦註)’에 따르면 바다에는 고래가 있고 바닷가에는 포뢰가 있다. 포뢰는 고래를 무서워하여 보기만 하면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꼭 종소리와 같다.

또 용왕경(龍王經)에 따르면 아홉 종류의 용 가운데 포뢰가 특히 울기를 좋아한다. 이 때문에 종을 치는 당목(撞木)도 지금은 통나무모양이 주종이지만 간혹 고래 모양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용뉴에 용의 머리가 앞뒤로 달려있는 중국이나 일본종과 달리 우리나라 범종은 용뉴에 용이 한 마리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포뢰를 ‘민주의 종’에서는 아예 찾아 볼 수가 없다. 대신 밋밋하고 의미없는 고리만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옆에는 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국적불명의 황금색 비둘기들이 날고 있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민주의 종’에서 우리나라 종에서만 볼 수 있는 음통(音筒)은 확인할 수 있었다. 고리 뒷부분에서 둥근 대롱형태의 음통(音筒)이 솟아 있었다. 이러한 음통은 대부분 그 내부가 비어있고 하부 쪽이 종신 내부에 관통되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이밖에 몸체 위아래로 띠를 두른 듯한 모습의 문양대인 상대와 하대며, 그 사이에 4.19, 5.18 등 ‘민주’를 상징하는 문양 장식은 대체로 무난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소리>는 이 종을 제작한 성종사에 "왜 용뉴(龍鈕)없이 ‘민주의 종’이 제작되었느냐"고 질문했다.

성종사의 원천수 이사는 “조선대 교수가 최초 디자인을 해왔는데 종을 매달 수 있는 구조물이 아예 빠져 있었다”며 “이후 디자인과 문양에 대해 ‘민주의 종 건립추진위원회’와 협의를 하는 도중에 종교적 색채를 빼자는 추진위의 제안에 따라 용뉴를 빼고 대신 옆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구름 위에 앉혀놓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이사는 “종을 제작할 때 용뉴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민주의 종’처럼 용뉴를 빼고 작업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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