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합격! 현수막 적절한가
△△대학교 합격! 현수막 적절한가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1.0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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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모임, 올 한해 67건 학원광고물 고발
교육청, 인권침해 문제 인정, 자체법규 없어 막막…
학벌없는모임, 학원광고물 관련조례 개정 촉구

어느 순간부터 고등학교 생활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공부만 해야 하는 지루한 시절이 됐다. 이제 고등학생에게 있어 ‘일탈’이란 ‘학원을 땡땡이치는 것’이 돼버렸다.
대학교 생활도 크게 다르진 않다. 대학생들은 놀고 먹는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대학교 도서관에 가보면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꼭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높은 연봉 또는 안정적인 직장을 향한 취업준비생들의 사투는 눈물겹다.
어느 정도 알려진 기업이라면 토익점수 800~900점 이상은 기본이고 언어, 역사, 한문 등에 대한 지식도 요구한다. 자신의 전공 외에 취업을 위해 해야 하는 공부가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우리는 ‘○○학원 출신 김철수. △△대학교 합격!’ 또는 ‘□□대학교 4학년 이영희. ◇◇기업 입사확정!’과 같은 현수막을 꽤 자주 본다.
심지어 고등학교에서조차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에 몇 명이 합격했다고 광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학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무척 강하다. 실제로 학원의 가장 효과적인 광고는 명문대 합격이나 900점 이상의 토익점수,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등에 얼마나 많은 학원생이 배출되었는지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광고를 본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사회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고 무리를 해서라도 학원에 보낸다.
이에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모임)’이 광주지역 학원 및 교습소의 광고들이 지나치게 허위·과대·사행성이라고 고발했다.

학원광고물 제한의 필요성

학벌없는모임은 “개인 능력보다 학력이 고용·임금·사회적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오로지 진학에 유리한 암기위주 학습과 입시문제 풀이에 능통한 학원 교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며 “학원은 학원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명문학교 합격자 숫자·명단을 현수막 광고나 온라인 등을 통해 게시하고 있다”고 밝히며 명문대 진학에 대한 경쟁과 불안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과열된 학원 홍보는 학생들에게 오직 학업성적의 성취만을 강요하여 비인간적 수험생활에 파묻히게 하기 쉽고, 개인의 다양한 특기와 적성을 계발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양산하여 오로지 입시경쟁에 몰두하도록 다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허위·과대·사행성 광고를 금지하는 법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조례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강제적인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단속기준과 권한, 처벌규정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학벌없는모임은 2014년(12.27까지) 67건의 ‘학원의 성적공개 및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광고’를 광주광역시교육청에게 고발했다. 현재 광주광역시 동·서부교육청의 업무 협조로 해당 학원의 광고물 철거 및 권고조치가 일부 이뤄졌으나, 자체 법규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해당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광고물의 문제점

학벌없는모임은 “학원광고물은 성적으로 학생들을 차별하고, 학부모에게 잘못된 교육적 판단을 유도하거나 사교육비를 무한정 부풀릴 우려가 있으며, 더구나 동의하지 않은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노출시킴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공개하지 않는 석차나 성적, 상급학교 진학내용을 학원 임의로 공개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사회적 노력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인권 침해행위이자 입시경쟁에 대한 부담을 증폭시켜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벌없는모임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먼저 교육기본법 제23조를 들었다. ‘학생의 정보는 교육적 목적으로 수집, 처리, 이용 및 관리되어야 하고,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 및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학생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하고, 일괄적인 동의 방식을 통해 일부 학생이 원하지 않는 개인적인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학생 동의 없이 성적, 상급학교 진학내용 뿐 만 아니라 가족 및 교우관계, 징계기록, 학비 미납 등의 개인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되며, 설령 보호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도 학생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이상 불특정 다수의 집단에게 정보를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헌법 제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며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가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학력. 학벌 차별의 핵심적 원인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로 이루어지면서 차별적 문화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 그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고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은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학벌없는모임은 “헌법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 원칙이자 인권실현의 기본조건은 평등이고, 어떠한 경우에라도 차별할 수 없으며, 학생들도 선의의 경쟁을 빌미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학원광고물 철저히 관리해야

학벌없는모임의 박고형준 활동가는 “입시경쟁이 심화될수록 능력 계발을 위한 직업이나 학교선택 보다는 이른바 명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학벌주의가 견고해질 것이므로, 이러한 학원광고물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이 나서서 철저하게 관리감독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을 상대로 ‘학원광고물 홍보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조례 개정,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특히 ‘성적, 석차공개 및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등과 같은 허위·과대·사행성 학원광고물 홍보에 대해서는 특단의 금지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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