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친일 아리랑을 읊는다(6)
다시 친일 아리랑을 읊는다(6)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4.12.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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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지난 12월 23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개탄하면서 해산 결정을 한 재판관들에 대해서는 “이런 결정을 내린 분들이 앞으로 정치적인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유신에 반대해서 추방당했던 시노트 신부가 작고했다. 1975년 4월9일 유신정권은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한지 18시간만에 인혁당 사건 8명을 전격 사형시키고 주검이나마 돌려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도 묵살한 채, 고문 흔적을 감추기 위해 송상진. 여정남씨의 주검을 화장해 버렸다. 시노트 신부는 이와 같은 만행을 선교회와 외국 언론을 통해 세계에 폭로했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추방당했던 것이다.

생전에 그는 인터뷰에서 “내게 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말할 수 없지만 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박정희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에게 행한 그 짓이 바로 악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유신시대의 한국 언론에 대해 자신의 밥을 위해 진실과 약자를 외면하고 독재자와 타협이라는 편한 길을 택했기에 신문사들을 ’밥통일보‘라고 불렀음을 말하였다.
박정희까지 나서서 김일성의 지령으로 간첩에 의해 조직된 것이라던 인혁당 사건은 훗날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무고한 법살 임을 증명하였다.

같은 날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은 헌법파괴와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헌법 수호의지를 담은 역사적 결정이라고 호언하였다. 2014년 12월 23일에 들었거나 회고했던 말들은 앞으로의 역사에서 어떻게 판단될 것인가가 궁금하지만, 중단 없는 역사에서 아직 뾰족한 정답이 없는 것이 한국 현대사의 족적이다. 그래서 호언과 망언이 그치지 않는 성 싶다.

왕 친일파로 불려온 이완용 평전을 읽는다. 가치를 배제하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역사가의 한 미덕이어서, 객관에 대한 분별없는 천착이 일견 역사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같지만, 우리를 미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평전의 저자는 이완용을 합리적인 근대인으로 묘사하면서, 충군(忠君)과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적 가치를 위해 용기를 내거나 또는 제국주의의 폭력에 분노하기 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다수가 문명화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절대로 분노하지 않는 그러한 이성적 인간이었다.

을사보호조약과 한일합방조약 체결 때 대세를 어찌할 수 없다고 발언한 점에서 그의 철저한 현실주의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 현실 가운데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 보다는 최대한 또는 최소한 얻을 수 있는 것을 셈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살핀다.
한일병합조약에 서명하면서 데라우치에게 내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민심이 불복하지 않도록 인민의 생활 방도에 힘쓸 것, 둘째는 황실에 대한 대우가 민심을 움직이는 변수가 되므로 이들을 후하게 대우할 것, 셋째는 조선인이 일본인에 비해 열등한 지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교육에 관한 행정기관을 설치하여 일본인과 동일한 교육을 실시할 것 등이었다. 실력 양성을 화두로 삼은 애국 계몽주의자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마당에 황실과 대한제국 인민의 평안을 도모한 주장에서 공허한 가치보다 우선한 현실적 사고를 살필 수도 있겠다.
공동체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넓게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고 좁게는 누렸거나 누리는 자들의 책임이다. 현실과 실용이 삶을 도탑게 하는 방법일진데, 결코 우리들의 가치적 선택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친일거두 이완용의 행보는 차라리 그의 이기주의와 정치한 타산에서 살피는 것이 옳겠지만, 대중정서와 식견은 시대적 차이가 있음도 무시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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