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1) 이남옥 지혜학교 선생님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1) 이남옥 지혜학교 선생님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2.1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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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특히 교육 쪽으로 굉장히 보수적
‘함께 살아가는 것’의미 아는 시민 육성해야
문화와 자연이 함께하는 문화공간 조성 필요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하늘에서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던 날, 이남옥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지혜학교로 향했다.
도착해 전화하니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감기몸살로 아파서 출근을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고 했다. 15분만 행정실에 가서 기다려 줄 수 있냐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행정실에 들어가니 행정실 직원이 방으로 안내하고, 차를 한잔 주며 지혜학교에서 만든 신문을 건넸다.

신문은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아이들끼리 네팔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그대로 실은 것은 흥미로웠다.
잠시 후, 이남옥 선생님이 들어왔다. 정말 아파 보여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광주시민과 시가 대안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랬고, 자연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스물한 번째 순서는 이남옥 지혜학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눠봤다.

   
 
▲광주 출신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광주에 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사실 광주사람이 아닙니다. 서울에서 20년 이상을 지내왔고, 광주에 온 지는 5년이 됐어요. 제가 광주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이곳이라면 제 여생을 보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를 대학생으로 지냈던 사람으로서 전라도 광주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광주에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는 대안학교 교사로서 진보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광주가 생각보다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특히 교육 부분에 있어서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드니까 교육으로라도 돌파구를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개인의 출세라든지, 경쟁을 통한 교육의 목적이 광주에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느껴요.

서울에서 오랜 시간 살면서 여러 가지 진보적인 교육 흐름들을 많이 봐왔는데, 가장 진보적이라는 광주에서는 아직 이런 흐름이 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의 대안학교 중에는 인가된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 도시형 대안학교라거나 학교 밖 청소년 돌봄센터 같은 부분적인 대안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에요.
광주시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교육에 대한 철학은 공유할지라도 그것을 나의 아이들 세대가 가지고 가야될 철학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을 느꼈을 때 실망을 많이 했어요.
대안교육이 충분히 가치 있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좋은 학교에 보내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는 거죠.

▲지혜학교는 입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철학과 인문학’을 주로 가르친다고 들었어요. 대안교육이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대안학교 대부분이 운영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요. 교육부에서도 지원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교육재정을 전혀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대부분 교사들이 희생하거나 노후한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제도권 밖의 교육이라고 하지만 그 뜻이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면 다양한 지원이 될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쉬워요.
공교육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대안교육의 20년 흐름에 대해 교육주체나 시정 주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때문에 정말 필요한 곳에 교육지원이 가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비인가기 때문에 사회에서 졸업증이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를 봐야합니다. 검정고시 출신자들은 제도권 밖의 학생들이잖아요. 하지만 정부에서는 제도권 밖에 있는 학생들보다는 제도권 안에 있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는 원칙하에 검정고시 출신자들에 대한 혜택을 다 줄여버렸어요.

예를 들면 국공립대학교에서 검정고시 출신자들을 수시전형으로 받지 않게 된 것이에요. 올해 입학자들, 그러니까 무빈(100명과의 대화 스무 번째. 2014년도 전남대 입학)이까지는 검정고시 출신자들이 자유롭게 수시지원을 할 수 있었는데 2015년 입학생부터는 수시지원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오로지 정시로만 지원해야하니까 꾸준히 입시준비를 해온 일반계 고등학교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요. 전남대가 전라남도와 광주 안에서는 상징적인 위치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막아버리니까 안타깝더라고요.

시나 시민들이 이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대안교육의 가치와 방향을 이해하고, 나눔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시민들을 육성하는 것에 가치를 뒀으면 해요. 그러면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듣고서 함께 방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광주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책이 있나요?
제가 너무 교육 이야기만 했죠?(웃음) 제가 생각한 것은 먼저,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금남로 근처에 갈 일이 있었는데 광주천을 봤어요. 이렇게 훌륭한 공간이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어 삭막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울에선 작은 개천 하나가 그 지역 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민들이 광주천변을 체육활동 하거나 만남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정비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주로 학교 근처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쪽에만 있다 보니까 제가 걷는 것을 좋아해서 근처 송산유원지나 황룡강을 자주 찾습니다. 송산유원지를 가보면 일요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뭔가 하긴 하는데, 교통편도 불편하고 주변에 문화시설이 없어요.
황룡강 주변도 경관이 굉장히 좋습니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거든요.
광산구에서 황룡강 누리길이라고 시도는 하는 것 같은데, 걷다보면 관리가 안돼서 길이 끊긴 곳이 많더라고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려면 좀 더 여유 있게 문화를 즐길 수 있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창출해주는 것이 시정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광산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송산유원지와 황룡강 누리길을 자연을 낀 문화거리로 조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고봉 기대승 선생과 명창 임방울, 시인 박용하 라는 익숙한 이름들이 광산구 출신이더라고요. 이런 문화콘텐츠들이 광산구의 자연경관과 섞여져서 문화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시민들이 정말 좋아할 것이에요.

저희 학교에는 철학교육연구소라고 있습니다. 지혜학교의 철학교육 수업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광주라는 곳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어요.
이런 연구기관이나, 인문학적으로 내용을 생산할 수 있는 단체에 의뢰해 각 지역의 아깝게 잊혀지고 있는 문화콘텐츠들을 발굴해서 지역주민들에게 일차적으로 확산시킨 후, 외부에도 알려질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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