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거 참아가면서 차곡차곡 모았어요!”
“먹고 싶은거 참아가면서 차곡차곡 모았어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12.18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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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지역아동센터 어린이 3년간 기부 릴레이
군것질 참아가며 모은 '돼지 저금통' 34만원

전남지역에 눈폭탄이 쏟아지고 거리에 버스와 승용차는 거북이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가운데 따뜻하게 온정이 넘치는 훈훈한 사연이 들려왔다.

바로 남구 월산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들이 코흘리개 쌈짓돈을 아껴가며 모아온 30여개의 돼지 저금통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그렇게 모아진 성금은 약 34만원 가량이 담겨져 있었다.

이 성금이 특별한 이유는 센터를 이용하는 초등생들은 각자 먹고 싶어 하는 군것질의 유혹을 이겨내며 1년간 한푼 두푼씩 용돈을 모았기 때문이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아이들이 성금을 모았다는 것이 더욱 특별한 이유다.

아이들이 센터를 방문하는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쯤 월산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월산동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탓에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이들도 맞벌이 자녀, 결손자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월산지역아동센터 한해춘 센터장
한해춘 센터장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들이 성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3년전부터다.

한 센터장은 “처음에 아이들조차 마트에서 거스름돈으로 남겨받는 10원, 50원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이것들을 모아보자 생각을 해서 ‘100원의 행복’으로 시작했다”며 “아이들에게 쓸데가 없는 10원도 모여 100원이 될 수 있고, 500원, 1000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마음도 알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월산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매주 수요일 기부의 날로 저금통에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꼬깃꼬깃 접어진 천원짜리 지폐부터 무심코 던져버리는 10원, 50원까지 차곡차곡 모았다. 또한 센터에서 아이들이 쓰고 난 폐지들을 모아 고물상에 팔아 모으기도 하고, 아나바다 운동을 해서 옷을 교환해 입기도 했다.

지난 2009년부터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한 센터장은 “지여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은 지원을 많이 받고 있어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라도 내놓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작은 음식이라도 다함께 나눠먹기도 하고, 직접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아이들과 방문해 성금 전달식을 하고나니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센터를 다니는 아이들 전체도 기부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친근감이 생긴 것이다. 성금 모으기에는 아이들 전체가 참여했고, 전달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역아동센터로 돌아와 평가회를 열고, 각자 성금을 모았던 생각들을 듣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아이들은 저금통 겉면에 ‘기부는 행복해요’, ‘티끌모아 태산’, ‘사랑을 채우자’, ‘기쁘고 좋은 마음으로 기부’라는 등 문구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글자씩 적어가며 저금통을 애지중지 여겼다.

방과후 센터에서 만난 고낭연(12) 어린이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 용돈을 받으면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면서 저금통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며 “먹고싶은 것을 참아가며 모은게 힘들기도 했지만, 힘들게 모은 만큼 정말 좋은 곳에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권예지(11) 어린이는 “엄마한테 용돈을 받으면 더 사먹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꼭 용돈을 조금씩이라도 남겨서 저금통에 넣었다”며 “차곡차곡 모은 성금으로 나랑 같은 나이 또래아이지만 몸이 불편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다른 친구들,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성금 모으기를 위해 또다시 저금통에 한 푼씩 모으기 시작할 아이들은 나눔과 기부에 대한 뿌듯함을 끌어안고, 카메라를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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