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19) 황법량 전남대학교 학생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19) 황법량 전남대학교 학생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2.03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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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시간만이라도 버스 보충했으면
반인권적 문화 청산으로 공동체 되살려야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12월을 시작하는 1일이 시작됐고, 이날 광주에는 올 겨울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많이 내리는 듯 싶더니 금세 그쳐 다음날 부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첫눈은 허를 찌르듯이 참으로 눈답게 내렸다.

황법량 군을 만나기 위해 전남대학교를 찾았다. 황 군은 파릇파릇한 스무 살 신입생이다. 하지만 술 마시고 당구 치며 열심히 놀러 다니는 많은 새내기들과 달리 이 사회와 학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중앙도서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지만, 사람은 많고 앉을 자리는 없어서 자리를 옮겨야했다. ‘스튜던트 라운지’에는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고 있었고, 야외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기에 이날 날씨는 너무나 매서웠다.

이때 이날 강의가 다 끝난 빈 강의실이 있어서 대화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시작한지 15분 정도 지났을까. 전남대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명이 들어와 불 꺼야하니 나가라고 했다.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했다. 겨우 허락을 맡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10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아저씨가 다시 들어와 정말 불 끄고 문 잠글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전남대 학생이 전남대의 강의실을 쓰는데 꼭 이렇게 쫓아야 하는지 물었다. 강의하는 것도 아닌데 강의실에서 뭐하는 것이냐고 했다. 강의실은 교수님이 강의만 해야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않고 노려보기만 했다. 결국 우리는 강의실에서 쫓겨나 어두침침한 복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열아홉 번째 순서는 황법량 전남대학교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광주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먼저 학생이다 보니까 대중교통문제를 말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 첨단에 살고 있어요. 첨단에서 전남대를 오려면 봉선27번 버스를 타야합니다. 하지만 이 버스는 보건대도 가고 운암동에 있는 고등학교를 많이 거칩니다. 중요한 곳을 많이 거치다 보니까 아침 등교마다 항상 만원이어서 힘들더라고요. 사람이 많을 때는 버스를 3대 놓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한 번씩 버스기사님들이 배차간격이나 정류시간을 지키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있어요. 아마 첨단에서 다 타버리면 운암동 사람들이 못타니까 그런 것이겠죠.
그래서 아침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등교 시간만이라도 버스를 보충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유럽여행 다녀온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어떤 곳은 한 대학교 학생회가 시와 협약을 맺어서 대학생은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도 대학생이어서 유용하게 이용했다고 하더라고요. 광주가 지금도 요금이 싸긴 하지만, 한 달에 얼마씩 끊어서 이용할 수 있는 월권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고등학생 시절 대자보를 붙이려고 시도했다가 무산됐다고 알고 있어요.
사실 이전에 학교에 말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인 적이 있어요. 그때는 별 생각 없이 ‘누가 뭐라고 하겠어’라고 붙였죠. 하지만 선생님들께 엄청 혼이 났어요. 선생님들은 왜 절차를 안 거치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럼 다음에는 절차를 거쳐서 붙여보겠다 했죠. 우리가 특별히 어떤 행동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시국이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런 입장에서 행정실로 가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교무실에서 싸우고 나왔어요.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왔어도 그다지 변한 것은 없더라고요. 이번에 전남대에서 토익시험을 강제로 보게 하는 것이 있어요. 토익을 추가 졸업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과정에 넣어버린 것이죠.

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윗사람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1학기 내내 했습니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네다섯 명이 피켓을 들고 있거나 서명을 받거나 전단지를 돌리는 정도긴 하지만요.
언젠가 독일에서 형식상으로 남아있던 대학등록금제도가 폐지됐다는 뉴스를 봤어요. 놀라웠던 것은, 의결되는 과정에서 한 여대생이 동의한다, 반대한다하는 표결을 하고 있던 것이었어요. ‘독일 사람들은 이걸 학생들이 결정했구나’ ‘학생들에게 공식권한을 줘서 참여할 수 있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남대에는 총장이 있고, 총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평의원회가 있어요. 하지만 이곳엔 교수님들만 있고, 학생은 한 명도 없어요. 하다못해 총학생회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물론 학생이기 때문에 교수님들보다 판단하는 것이 미흡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학교에 학생들이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인데 우리는 왜 공식적인 권한이 없을까요. 이런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던 강제 토익시험이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반대운동을 작게나마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학교에 들어와서 엠티를 가는데 얼차려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엠티를 가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저희 학부에서 친한 사람이 한명도 없어요. 오히려 강제 토익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철학과여서 이쪽과 더 친해요.

제가 과 생활은 안하고 있지만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합니다. 개인이 충성을 바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엠티문화는 얻을 것은 없으면서 희생만 강요하는 공동체 문화의 전형이라고 봅니다.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려면, 지금 당장 문화를 바꿔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제대로 된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체라고 말을 했는데, 그렇다면 전남대학교 안에서라도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반 인권적 문화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들은 자주 “군대는 안 가는게 제일이야”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군대라는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이잖아요.

노르웨이의 경우 대체복무제가 있음에도 국민들이 군대를 가요. 공동체가 개인에게 해준 것이 많아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데, 가는 것이죠. 한국군대가 어느 정도 반인권적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헌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인권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만약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면 사람들은 억지로 하긴 하지만, 속으론 도망갈 궁리를 할 것이에요.

저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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