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라곤의 비밀
몬드라곤의 비밀
  • 박상하(고구려대학교 교수)
  • 승인 2014.11.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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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하 고구려대 교수
“우리는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바스크사람이다”. 이 말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중 하나이다. 올해 광주가 세계의 사회적경제를 알아보는 국제포럼 세 번째 행사는 몬드라곤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광주포럼에 초청된 블랑코와 로페즈교수는 어린아이가 신이 나서 자랑하듯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로페즈 교수는 지난 5월 포럼에 만난 적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들은 몬드라곤의 성공 비결을 연대(solidarity)라고 말한다. 연대는 '쿼드리야(Cuadrilla)'로 설명된다. 평생 함께 하는 친구들이란 뜻으로 몬드라곤에만 존재하는 단어라고 한다.
몬드라곤은 원래 바스크지역에 위치한 인구 2만의 작은 광산 마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260여개의 협동조합그룹이 설립되어 8만4천명을 고용하는 스페인 7위의 재벌기업이 되었을까. 궁금증을 넘어 이유를 알아보고 싶은 오기가 발동한다.
여기서 호세마리아 아리스멘디 아리에타 신부님이 등장한다. 그는 교회활동보다는 사회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혁명군 종군기자로 활약하다 처형 위기를 벗어나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몬드라곤 마을에 부임하게 되면서 역사는 시작되었다.

프랑코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바스크사람들의 고난과 위기감은 신부님을 만나면서 강해진 것 같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1956년 신부님이 다섯명의 제자들과 석유난로를 생산하는 기업 울고(ULGOR)을 설립한 이후 58년이 지났다. 이제 몬드라곤은 금융, 제조, 유통, 지식분야로 재벌그룹의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식분야에 소속된 기술연구소가 17개이며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블랑코 교수도 모드라곤대학의 MTA프로그램 팀코치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캠퍼스처럼 지역마다 랩(Lab)을 운영하는데 한국에도 설립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몬드라곤의 비밀은 무엇보다 쿼드리야에서 찾아야 한다.
바스크에선 태어날 때부터 평생 함께 하는 쿼드리야를 형성하는데 우리로 치면 죽마고우쯤 될까. 학교나 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놀면서 바스크 아이들은 쿼드리야를 이룬다. 대여섯명 부터 많게는 25명까지 뭉친다. 우리는 경쟁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협력하라고 가르친다.

쿼드리야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제나 함께 한다. 바스크 사람들은 내가 위험에 빠지면 나의 쿼드리야가 와서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한 사람이 파산하면 그의 쿼드리야는 돈을 모아 그를 돕는다. 로페즈 교수는 "한 명이 다른 1명을 도와주는 건 힘들지만 여럿이 1명을 돕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바스크 사람은 평생 1개의 쿼드리야에 속해 있다. 친구는 늘어나도 그가 속한 쿼드리야는 하나뿐이다. 한 사람의 성과는 곧 쿼드리야의 성과가 된다. 한 사람의 쿼드리야는 그의 삶에 개입한다. 쿼드리아는 개개인 관계가 아니라 그룹이다. 이들은 정체성과 가치, 꿈과 생각을 공유한다.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신부님이 이 마을에 와서 본 것이 쿼드리야들이었다. 바스크 특유의 이 문화가 '평등과 연대'라는 협동조합 정신을 살리는 것과 맞아 떨어진 것일까. 그는 쿼드리야 단위로 일을 진행했다. 울고 역시 5명1조의 쿼드리야가 만든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두레나 향약같은 공동체 전통이 있지만 협동조합같은 형식을 만들지는 못했다.
피들러의 상황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어떤 그룹이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리더의 스타일과 조직이 처한 상황이 잘 맞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신부님의 리더십은 아마도 관계지향형이면서 동시에 과업 지향형 모두를 겸비한 것 같다.
그래서 쿼드리야를 통해 울고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협동조합의 광풍에 시달리고 있지만 진정한 협동조합의 모습을 찾고자 목말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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