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호남인가?
왜 다시 호남인가?
  • 김영집(지역미래연구원 원장)
  • 승인 2014.11.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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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광주 정치권에 ‘호남’이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다. 정동영 전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답지 못하고 정체성이 없다고 강력히 성토하며 ‘호남정신’,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한다.

광주의 박주선 의원 역시 잇따라 강연을 갖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인들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정당이다. 그런데 호남 인사들이 고갈되고 정치력은 붕괴했으며, 호남인 스스로도 패배주의 사로잡혀 있는 현실이다”고 지적하며 “호남정치복원과 호남지도자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 밖에서도 ‘호남’이 이슈다. 향남문화재단과 무등 공부방은 지난 주 순천대에서 호남 지성들의 각성과 역할로 ‘호남, 길을 열자’란 주제의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호남정치학회와 호남광주 미래구상도 2014 호남정치, 반성과 발전방향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의 개혁정치에 앞장섰던 천정배 전 장관은 담론을 뛰어 넘어 이번 27일 아예 명칭까지 ‘호남의 희망’이라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갖는다. 호남개혁정치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야당개혁과 정권교체의 유일한 길이여서 이를 위한 비전과 조직적 힘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호남’ 이야기는 더 발전해 언론을 통해 ‘호남신당설’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이 창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신당에 거론되는 정치인들 이름도 나온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갑작스레 ‘호남’이 잘 팔리고 있다. 도대체 왜 ‘호남’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을까?

첫 번째는 야당의 무기력이 극에 달해 새정치민주연합에 더 이상 정권 교체의 믿음이 없다는 것이 그 배경 같다.

둘째로 가망 없는 야당의 중심에 호남이 전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의원들이 기득권 유지나 몰두할 뿐 개혁의지나 힘이 전혀 없다.

셋째로 호남소외와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도 호남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그래서 지금 ‘호남’이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런 호남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선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호남을 화두삼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뻘짓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차제에 두 가지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호남지역주의로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되면 호남 강화가 자칫 충청 자민련의 몰락과 같은 경우로 빠져들 수 있다. 사실 중앙정가에서는 ‘호남’을 강조하면 개혁정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패권 아니냐고 의심부터 한다.

그래서 ‘호남정치 복원’은 단순히 호남정치 복원이 아니라 ‘호남개혁정치 복원’이 되어야 한다. 특정 계파에 대한 반대나 자신의 지위 강화를 위한 호남정치 복원론은 위험하다. 호남을 가지고 이용해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호남이 제 역할을 못해서 호남정치가 죽은 것이니 만큼 적어도 기득권에 안주한 호남정치인을 대거 물갈이를 하지 않고서야 호남정치 복원을 말할 수 없다. 호남 주민들은 무능력한 지역정치권에 실망하고 대거 교체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서는 그런 의지가 별로 없다. 적당히 계파 관리하며 상향식 공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을 유지하는 정도로 호남정치를 똘마니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호남 개혁정치를 죽이고 야당을 죽이는 짓이다. 호남정치 복원이 도대체 뭐냐? 실은 호남정치의 개혁적인 인물교체가 핵심이다. 미래희망을 만드는 지도부와 주민이라면 다음 총선을 앞두고 그런 결단을 해줘야 맞다. 그런 내적 변화과정에서 호남의 지도력과 호남의 정치역량이 만들어질 것이다.

호남이 이순신 장군 같은, 김대중 대통령 같은 인물을 만나야 드디어 약무호남 시무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호남 개혁정치 복원에 일단은 무조건 박수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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