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 실린 ‘을’의 절규, 가슴 시리지만 꼭 보아야 할 영화!
@[카-트]에 실린 ‘을’의 절규, 가슴 시리지만 꼭 보아야 할 영화!
  • 김영주
  • 승인 2014.11.20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휘황찬란하다.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시민들의 의식주만 보노라면 세계 최고의 풍요로움일 꺼다. 일단 겉으론 모든 게 다 번지르르하다. 그런데 나에게 무슨 삐딱귀신이 달라붙었는지, 그 넘치는 풍요로움이 너무나 추잡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20년 뒤가, 난 너무나 불길하다. 이명박정부의 엄청난 잘못에 전혀 아무런 개선이 없고, 박근혜정부에 들어서서는 아예 고질병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런 나라가 과연 제대로 굴러갈까? 크나큰 개혁이 없이 이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 불길함을 벗어날 희망의 싹조차 말라 버릴 것이다. 국외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도 있고, 국내에서 스스로 빨려드는 수렁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깊은 수렁은, 그 무엇보다도 ‘극렬한 빈부격차 심화와 극심한 출산율 하락’이다.

09년 4월 쌍용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동료와 그들의 가족 25명이 지병과 생활고로 죽어나간 매섭고도 시린 고난 속에서도, 복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법정투쟁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 주에 대법원이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는 회사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그들의 복직에 마지막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다. “해고는 살인이다!”고 말할 정도로 실업문제는 심각하다. IMF사태 이후에, 자본의 효율을 앞세운 지난 정부들을 거치며 비정규직은 늘어만 갔다. 2014년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신규취업자는 무려 80%에 이른다. 가까운 주변만 돌아보아도, 너도 나도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업실패나 해고로 가정이 해체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이 급증해 간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돌자, 가장 대신 주부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했다. 주부들은 갖은 고생과 수모를 겪어야 했고, 그것을 견디지 못해 더러는 가족을 버리기도 했으며, 어린 자녀들까지 생활전선에 내몰리기도 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아등바등하면서, 이웃과 동료들끼리 서로 등을 지기도 하고 눈물을 삼키기도 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눈물은 단지 그들만의 눈물이 아니다. 일자리를 잃고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눈물이고 피맺힌 절규이자 항변이다.
 

 

[카-트]는 07년 이랜드 홈에버사태를 바탕으로 이토록 가슴 미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그 당시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그룹은 홈에버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포함한 계열사 노동자 700여 명을 해고했다. 계약기간도 채 끝나지 않은 노동자들을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였다. 하루 종일 계산대에 서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은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는 이야기를 따스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끼를 입고 전단을 돌리는 그들은,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인 그들이 불 꺼진 마트 계산대 아래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매일같이 천막으로 출근해 농성하기까지, 그 가슴 아픈 사연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이 사태는 노조지도부의 복직포기를 조건으로 나머지 노조원들이 모두 복직되었지만, 우리 사회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노동문제들이 수없이 쌓여 있으며, 노조지도부에 억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경찰과 용역깡패를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회사의 압력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그녀들 뒤로 드높이 솟아 있는 축대벽처럼,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앞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혀 있다.  마치 프랑스혁명이나 68년 5월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떠올리는 ‘카-트Cart라는 손수레’를 앞세우고, 그녀들은 마침내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그 거대한 장벽을 향하여 내달려간다. 그녀들 등 뒤에 쓰여진 “우리 함께 살아가요!” 그리고 농성장 곳곳에 붙어있던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스티커가 더욱 가슴 시리다.

염정아와 김영애, 아름다웠던 미모가 나이 들며 시들어가고 있지만, 연기력은 여전히 탄탄하고 다양하게 무르익어가며 더욱 아름다운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문정희와 천우희, 처음 눈에 들어왔지만 앞으로 눈여겨보겠다. 황정민? “아니, 황정민이 까메오로 출연했었나?” 의아해서 찾아보았더니, [지구를 지켜라]의 순이로 나온 여배우였다. 주진모처럼 동명이인이다. 좋은 배우인데, 이름을 미처 몰랐다. 김강우, 항상 멋진 주인공만 맡았는데, 조연으로도 참 잘 어울렸다. 좋은 영화는 조연을 잘 살려낸다. 부지영 감독, 상업영화는 처음이란다. 내용만 좋은 게 아니라 1000만 관객을 모은 [변호인]에 못지않게 잘 만들었다. 여자감독이 드문 영화계에 기대해 보겠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83040&videoId=46046 

두어 번 울컥 눈물이 어리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찐한 눈물이 쏟아졌다. 영화를 군것질처럼 즐기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이 이토록 나빠지는 걸 마냥 모른 채만 할 순 없다. 앞서 [다이빙 벨]을 이야기하면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나쁜 놈들 멱살을 잡아 흔들며 박치기로 박아버리고 싶지만,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진한 눈물과 치받치는 분노를 지긋이 누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충실하게 잘 하는 게 조금이나마 그 죄닦음을 하는 것이라고 날 위로했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이 막무가내로 떼거리를 지어서 ‘나쁜 투표’로 몰아치며 들이받는 세상을 바꿀 그 무슨 뾰쪽한 방법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시궁창 개판일지라도, 한 명이라도 더 이런 영화를 봐주는 방법밖엔 없겠다. “좋은 작품이고, 볼만한 영화이다!”는 입소문이 널리 퍼져서, 500만 명을 돌파하길 기도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