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골든타임’
에볼라 ‘골든타임’
  • 이재의 전남나노바이오연구원 원장
  • 승인 2014.10.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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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의

에볼라 공포가 갑자기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에볼라 창궐지역인 서아프리카에 보건의료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한 후부터다.
그 전까지는 TV에서만 간간이 접하던 먼 나라 이야기였던 게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곧바로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4명이 사표를 냈다. 의사협회도 의료진의 안전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에볼라 국내 유입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위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실시간 세계지도가 등장해 화제다. 10월 말 현재 희생자 수가 5천명을 넘어서면서 확산 범위가 유럽과 미국으로 넓어지고, 사망자 증가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류는 19세기부터 세계 전역에 걸친 유행성 독감(pandemic flu)을 경험했다. 현재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1833년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시작된 독감이 최초다. 육로와 해로를 통해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태평양의 섬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55년이 지난 1888년 또 다시 팬데믹이 발생했다. 중국 남부 광동성에서 시작된 이 유행성 독감은 2년 뒤 전 세계로 퍼져 약 100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가장 악명 높았던 것은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다. 2년 동안 희생자가 3천만~4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1918년까지 4년간 진행됐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1,500만 명보다 훨씬 많았다.
노약자나 어린이가 감기에 잘 걸린다는 통념과 달리 스페인 독감 희생자들은 99%가 주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4분의 3을 전멸시켰던 흑사병에 이어 20세기 문턱에서 인류가 맞은 최대 위기다.
스페인 독감은 조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에 1919년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을 때 이 독감에 걸려 20일간 고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에서는 1918년 10월부터 유행하여 이듬해인 1919년 1월까지 4개월간 약 14만 명이 사망했다.
그 무렵 조선 땅에 와 있던 일본인 치사율은 0.81%인데 비해 조선인은 1.88%로 2배 이상 높았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 차이’는 ‘쌀값 폭등’과 더불어 그해 ‘3.1운동’ 발생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독감 바이러스는 대략 10~40년 간격의 주기로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유행했던 사스(SAS),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으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최근 독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누적되면서 다양한 신종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전자현미경으로 본 에볼라 바이러스. 노란색은 감염된 동물세포이며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이다. <출처: NIAID>
에볼라는 21세기에 등장한 고위험군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다. 1967년 독일 미생물학자 마르부르크 박사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자이르공화국 에볼라 강에서 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직경 80나노미터, 길이 700~1,400나노미터의 크기로 기다란 막대 모양, 구부러진 나뭇가지 모양 등 다양한 형태다.
혈관 속에 들어가서 출혈을 일으켜 온몸에서 피가 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치사율이 90%로 매우 높았지만 이번 나타난 에볼라는 50%대로 낮아졌다. 치사율이 낮으면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찾을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의료인력 현지 파견으로 에볼라 국내 유입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세월호 침몰’에서 보듯 우왕좌왕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 방호벽이 뚫리면 그 순간 세월호보다 더 큰 재앙이 예견된다.
에볼라에 관해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파견에 앞서 철저한 대비책 강구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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