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을 되돌아 본다
1894년을 되돌아 본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4.10.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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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894년에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이다.

1월 10일에 녹두장군 전봉준이 주동한 고부농민봉기가 일어났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탐학에 항거한 집단행동이었다. 그런데 안핵사 이용태는 사태 수습은커녕 조병갑을 옹호하고 봉기 주모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하였다.

전봉준은 3월 21일에 다시 봉기하였고, 백산에서 보국안민을 기치(旗幟)로 ‘호남창의대장소 (湖南倡義大將所)’를 창설한 후에 황토현 전투와 장성 황룡천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여세를 몰아 4월 27일에는 진주성을 점령하였다. 조병갑의 수탈과 이용태의 폭압이 없었어도 고부 농민봉기가 일어났을까?

전주성 점령에 놀란 고종과 민비 일파는 청나라에 진압을 요청하였다. 당시 조정은 동학농민군의 개혁안을 적극 검토하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런데 민비가 극렬하게 반대하였다. 동학농민군이 흥선대원군과 내통하고 있다는 정보를 민영준이 민비에게 보고하자, 민비는 임오군란의 망령을 떠 올리며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하였다.

이런 고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청일전쟁의 단초가 되었다. 만약 고종이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민심을 수습하였다면 어떠했을까?

청나라 군대는 5월 5일에 아산만에 상륙했고, 천진조약에 근거해 일본군도 인천으로 들어왔다. 외세 개입을 우려하여 전봉준은 전라감사 김학진과 교섭하여 5월 7일에 화약(和約)을 체결하고 자진 해산하였다.

사태가 진정되자 고종은 청·일 양군의 동시철병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6월 21일에 무력으로 경복궁을 점령하고 친일정권을 수립했고, 6월 23일에는 선전포고도 없이 아산만 앞바다 풍도에서 청나라의 함정을 공격하여 청군 1,100여명을 익사시켰다.

이어서 일본군은 7월 1일에 아산·공주·성환 등지에 포진하고 있던 청군에 공격을 가하여 승리하고, 계속 북상하여 8월에는 평양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청군은 8월 16일 밤 평양을 포기하고 압록강을 건너 후퇴했다. 이로써 청나라는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잃었고, 일본은 한반도에서 우위를 점하였다.

일본이 청나라를 이겼다는 소식을 듣자 전봉준은 척왜(斥倭) 창의하였다. 2차 동학농민 봉기에는 동학교주 최시형도 총동원령을 내렸다. 9월 중순에 전봉준의 1만 농민군은 북상하여 충청도·강원도·경기도의 동학농민군과 공주에서 합류하였다. 남접과 북접 동학농민군은 4만 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들은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의 연합세력과 싸워 처참하게 무너졌다.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 일대에서 10.23-25일과 11.8-9일 두 차례에 걸쳐 50여 차례 혈전을 벌였으나 참패하여 겨우 5백 명만 살아남았다. 연발식 라이플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을 화승총의 농민군이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동학농민군은 원평·장흥·광양·순천 등에서 최후 결전을 벌였지만 처절하게 진압되고, 전봉준·손화중·김개남·김덕명 등 동학농민군 지도부가 잇따라 체포되어 처형됨으로서 동학농민혁명은 실패하였다.

만약 전봉준이 2차 농민전쟁을 안 하였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에 무력 투쟁하지 않고 유화책을 병행하면서 내정 개혁을 주장하였다면 어떠했을까?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동학농민혁명 즉 아래부터의 개혁이 성공하였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으리라.

한편 1894년을 되돌아보면서 고종의 무능과 관료들의 부패를 탓하여 본다. 고종이 외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민생정치를 잘 하였다면, 부정부패를 줄였더라면 조선은 그리 쉽게 망하지 않았으리라.

2014년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해이다. 슬프게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국가 개조를 외치고 부패척결을 위하여 김영란 법을 제정하겠다던 당시의 다짐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직도 안 늦었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김영란 법’을 통과시키시라.
국민을 위한 대 개혁을 하시라.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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