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가?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이게 뭔가?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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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 수필집-황진이가 되고 싶었던 여인>

'애가 아팠다. 병원에 입원시킬 비용을 마련 못해 무료병실로 보냈다. 무료병실엔 환자만을 두어야 했다. 아픈 애를 병동에 혼자 두고 나오는 어미의 심정은 말해 뭣하겠는가마는 그애의 입 하나라도 짐에서 덜었다 하는 홀가분한 심정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애는 아무도 모르는 이 병원에 혼자 못 있겠다며 울고 매달렸지만…. 이게 뭔가?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내게 입이 두 개여서 그걸 채우려고 발버둥인가?'

이학씨(79)가 최근 펴낸 자전 수필집 '황진이가 되고 싶었던 여인'(범우사 간) 중 '식구'편에 실린 한 구절이다.

내가 살아온 80년,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자수와 함께 한 세월 등 3부로 엮은 책은 한 여인의 삶의 빛과 그림자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가난과 역경 속 한 여인의 삶 80년

어릴때부터 꿈꾸었던 문학이라는 높고도 험한 길을 가슴 한 켠에 접어두고 때론 먹물로 온몸과 마음을 적셔도 보고 자식 잃은 슬픔을 수 바늘에 모아쥐고 한 땀 한 땀 통한의 바늘로 삭인 그리움을 담은 '창현이는 갔다' 외 82편을 실었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 부인인 이씨는 격동의 세월을 살면서 겪었던 아픈 추억을 이 수필집에 절절하게 담아냈다.

무료병동에서 아이는 폐결핵을 앓다가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15세에 세상을 떴다. 게다가 남편의 외도까지 겹쳐 쌓였던 분노를 가누지 못해 발작 증세를 일으켜 이씨는 10일간 정신병동 신세도 졌다.

이씨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80을 눈앞에 둔 고령임에도 자수를 손에 놓지 않을 정도로 전통자수 예술에 조예가 깊다. 1979년 신사임당상도 수상한 이씨는 현재 자신이 1993년 창설한 이 학 예술진흥원 원장을 맡고 있다.

부농의 딸로 태어나 빈농 출신 남편을 만나 고시 합격에서 정치가로 나서기까지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가난과 역경을 혼자 감당해낸 여인의 80년 삶. 황진이가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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