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해야 한다.
‘호국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해야 한다.
  • 정덕구 시민기자
  • 승인 2014.10.10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명량’ 통해 본 임진왜란과 의승군


▲ 정덕구 시민기자
조계종이 지난 8월 호국의승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가운데, 전국 본말사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호국의승의 날’ 제정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영규대사 등 국가의 위기를 맞아 희생했지만 역사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승군과 승장들의 호국 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추진위를 중심으로 1500여 곳의 본ㆍ말사에 서명지와 안내 자료집을 발송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스님들의 승군 활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역사상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순간에 국민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 종교집단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조선시대 승군의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
 서산대사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가 나라의 위급함을 알리자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군권을 받아 73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전국 스님들이 구국에 앞장서도록 독려했다. 제자 유정스님은 700여 명을 이끌고 금강산에서, 의엄스님은 황해도에서, 처영스님은 지리산에서 의승군을 일으켰다.

▲ 전란이 있을 때마다 구국의 일념으로 스님들이 나섰던 사례는 역사교과서만 찾아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진은 서산대사 진영.
쌍익, 신열, 법정, 인준스님 등과 같은 승장을 따르는 수많은 의승군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 스님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숭유억불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단지 스님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승군의 공훈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지금 현재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수 천 명의 스님이 큰 희생을 치렀지만 제대로 된 조명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국민들 사이에서도 관심 밖으로 밀려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 호국의승의 날 제정이 특정 지도자나 특정 종교를 두둔하는 편향 정책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시각이다.

특히 의승군의 업적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견주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국가적 위기에 목숨 바친 종교집단은 승군(僧軍)이 유일”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범각 스님은 “이순신 장군은 나라의 녹을 받는 장군으로 전쟁에 목숨을 바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조선시대 천민으로 천대받던 스님들이 자발적으로 의승병을 일으키고 스스로 양식까지 준비해 민중을 구하는데 사력을 다했지만 당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에 대한 예우는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충무공은 국가차원의 사액을 비롯해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되고 있다.

호국의승의 날은 우리 역사에 명백히 있었던 사실을 복원해 5000여명의 의승군들의 헌신 끝에 국가를 지킨 그 정신을 회복하자는 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이번 기념일 제정 운동은 불교가 나라와 민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승군 활동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공훈을 감안했을 때, 호국의승의 날은 반드시 국가기념일로 지정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5개 국경일과 45개의 국가기념일을 공식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기념일이란 1973년 3월 시행된 ‘각종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6615호)에 따라 제정ㆍ주관하는 기념일’이다. 국가기념일에 관한 규정은 시행령으로 되어 있으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선언으로 결정되게 된다.

조선시대 의승군 공훈 결코 부족함 없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주관부처가 정해지고, 기념식 등을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역사적 의의 및 국가 정책적 필요성,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지속가능성, 다른 기념일과 유사ㆍ중복 여부 및 형평성 등에 부합하면 비로소 공인된 국가기념일이 된다.

무엇보다 호국의승의 날은 ‘의병의 날’이나 ‘순국선열의 날’, ‘충무공 탄신일’ 등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추진위는 1차적으로 오는 12월15일까지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펼치며, 지속적으로 기념일 제정 여론을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앞으로 국회 청원을 통해 호국의승의 날국가기념일 제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는 “이 분들의 대가없는 구국활동으로 조선왕실의 종묘사직이 지켜질 수 있었고 나아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이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 인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048호/2014년10월11일자]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