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달콤한 아침이슬’展에 참여한 일본인 작가 오우라 노부유키는 지난 13일 결국 검열 항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재구성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세월오월’ 작품검열로 진통을 겪으면서 특별전 참여 작가 3인과 오우라 노부유키는 자신의 작품을 철거했고, 윤범모 책임큐레이터 복귀, 비엔날레 정상화 등을 위해 지난 5일 작품을 다시 복원시켰다.
그중 ‘홀링 퍼스펙티브’을 출품한 일본인 오우라 노부유키 작가와 ‘아시아의 숲-그날’을 출품한 홍성민 작가의 복귀된 작품에는 또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처음 ‘세월오월’ 작품검열에 반발해 오우라 노부유키는 작품을 바닥에 뒤집어 놓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홍성담씨의 작품 검열에 강하게 항의한다’ 문구가 적힌 하얀 종이를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액자유리 겉면에 부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에 강하게 반발한 오우라 노부유키는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아 자신의 작품에 붙였던 종이를 떼고, 전시 준비실 한켠에서 14점의 작품을 재작업 했다.
그는 일본어, 영어, 한국어로 적힌 ‘홍성담씨의 작품 검열에 강하게 항의한다’ 종이를 다시 불에 그슬려 군데군데 까맣게 불태웠다. 그리고 항의의 메시지를 담은 종이의 그을림과 그의 목에 걸린 빨간 임시출입증에 적힌 터전을 불태우라 ‘BURNING DOWN THE HOUSE’ 문구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그을려진 종이는 다시 액자를 분리해 콜라주로 제작한 작품 원본 속에 넣어 항의 문구가 적힌 종이와 작품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일본 천왕을 비판한 ‘홀딩 퍼스펙티브’ 작품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걸릴 수 없었던 ‘세월오월’ 검열에 대한 메시지가 하나로 합체됐다.
또한 광주시립미술관 1층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1전시실에 걸린 ‘아시아의 숲-그날’ 작품에는 까만 현수막이 작품 일부분을 가리고 있다. 홍성민 작가의 작품을 가린 검정색 현수막에는 걸개그림 ‘세월오월’에 대한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의 탄압에 강력히 항의한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세월오월의 원본과 수정본이 삽입되어 있다.
하지만 눈에 익숙한 장생도(수묵채색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가폭력을 의미하는 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는 군인,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군인, 천안함 어뢰, 세월호 등을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홍성민 작가는 “세월오월 작품 검열로 예술에 대한 탄압,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편안한 작품전시와 감상은 위선에 평안과 안녕을 들씌우는 것이다”며 “작품 일부를 가리면서까지 현수막을 걸게 된 것은 특별전에 참여한 작가로서 철수에 이어 재전시에 임하면서 작품에 부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과 미욱한 자존의 표현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걸지 못하게 한 ‘세월오월’ 작품은 18일부터 10월 3일까지 대만의 타이난시 청콩대학 대만문학부 강당에서 전시되며, 오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미국 뉴욕시 유엔본부 앞에서 작품이 전시된다. 추후 독일 베를린, 일본 등 곳곳에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