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 칼럼 3, 섹스, 거짓말 그리고 CCTV
청백리 칼럼 3, 섹스, 거짓말 그리고 CCTV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4.08.2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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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설마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의 꽃인 검사장이 공연음란(公然淫亂)을 하였습니다. 8월 22일에 제주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CCTV 영상 분석 결과, 12일 밤에 제주지검장이 20여 분 간 제주 시내 왕복 7차선 대로변에서 5차례 음란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경찰 발표 뒤 해당 지검장은 변호인을 통해 "겸허히 수사 결과를 인정한다."며 "수치심에 죽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께 충격과 실망을 준 점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망연자실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일주일동안 ‘섹스, 거짓말 그리고 CCTV' 드라마를 보았던 것입니다.
16일에 제주발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13일 0시 45분께 제주시 중앙로 인근의 한 음식점 앞에서 제주지검장이 경찰에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됐다가 무려 10시간이나 유치장 신세를 진 뒤 오전에 풀려났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런데 그 지검장은 조사 과정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이름 대신 동생의 이름을 말했다가 지문 조회 결과 신원이 지문과 다르게 나오자 나중에 스스로 이름을 밝혔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졌습니다.
17일에 제주지검장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가 "임지에서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으나 검찰조직에 누(累)가 될 것을 염려하여 인적사항과 신분을 감춘 것이 상상조차 못할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면서 "확인되지도 않는 터무니없는 의심으로 한 공직자의 인격이 말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검거 당시 현장에 다른 남성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18일에 제주지검장은 “검사장으로서의 신분이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의 자리에서 기꺼이 물러나겠다.”고 말하며 사표를 제출했고 법무부는 즉시 수리하였습니다.
21일에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어났습니다. 현직 여성 검사가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린 것입니다. 검사가 성추문 관련 건으로 기소된 경우 해임 또는 파면의 중징계를 하도록 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을 언급하며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법무부(法務部)입니까, 법무부(法無部)입니까”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22일에 CCTV 판독 결과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확인되었습니다. 전 제주지검장의 항변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검찰도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게 됐다"는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젊은 검사들 사이에서는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공연음란 행위를 한 일 자체가 충격인데, 그 당사자가 현직 검사장이었다는 것 때문에 후배로서 더 자괴감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한 중간 간부는 "관피아 수사같이 검찰이 일을 좀 한다는 얘기를 들을 시점에 터진 사건이라 더 안타깝다.”고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공직자임을 망각한 행위입니다. 아무리 참을 수없는 것이 식욕과 성욕이라 할지라도 성풍속을 다루는 검찰의 지역 총수인 검사장이 대로변에서 그런 일을 하다니 너무나 어이없습니다.
이 사건은 두 가지가 있어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여고생의 고발과 CCTV입니다. 여고생의 112 신고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아예 드러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CCTV가 없었다면 진실 공방이 일어났을 것이고 검경갈등으로 비화되었을 것입니다.
한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이순신 장군이 읊은 ‘한산도가’를 패러디한 ‘제주도가’는 너무 씁쓸합니다.

제주 섬 달 밝은 밤에 대로변에 홀로 서서
베이비 로션 발라 놓고 깊은 신음 하는 터에
어디서 112 신고로 나의 애를 끊나니.

공직자 여러분, 제발 자기 관리를 잘 하시기 바랍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입니다. 수신(修身)도 못하면서 어찌 국가 일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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