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실 마을에 까치가 찾아왔어요”
“난지실 마을에 까치가 찾아왔어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8.13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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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1동, 아파트 단지 간 단절 깨고 ‘소통’으로 하나 되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고민했지요. 아파트 내 소통이 단절돼 고독사, 층간소음 문제 등 이웃 간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남구 백운1동을 부르는 말이 있다. 따뜻한 땅이라는 의미인 ‘난지실 마을’이다. 이처럼 따뜻한 기운을 받아 백운 휴먼시아 2,3단지를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이 한창이다.

까치고개를 지나는 백운1동은 도시 속에 볼품없는 달동네로 거주 특성상 취약지구에 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휴먼시아에 4천여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면서 급속도로 변해갔다.

낙후된 취약지구 속에 아파트 단지 들어서

뜨거운 여름날, 백운 휴먼시아 3단지 관리사무소에서 백운1동의 난지실 마을 만들기를 꾸려가고 있는 최희규 관리소장을 만났다. 바로 이곳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3단지 관리사무소 건물 내에는 월화수 지역아동센터, 노인정, 푸드뱅크 지원센터, 반딧불 작은 도서관 등이 모여 있었다.

“현재 휴먼시아 1단지는 곧 분양이 될 예정이지만, 2~3단지는 임대아파트로 영세민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죠. 그래서 단지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계층이 형성되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LH공사는 낙후지역인 이곳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몇 가지 지원을 하고 있었다. 단지 주거환경 개선사업, 입주민 주거복지사업 등으로 난지실 마을축제, 단지 내 아이들 갤러리, 아파트 텃밭, 힐링 터널, 새벽요양 보호사 이·미용 봉사 등이 진행되면서 아파트 단지 내 마을 만들기 사업이 꿈틀대고 있다.

또한 난지마을 페스티벌을 통해 관심이 없던 주민들도 하나둘씩 참여하게 되고, 백운1동에 위치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까지 ‘난지실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 소장은 “휴먼시아 2~3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 백운1동 난지실 마을의 마을 만들기는 씨앗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까치고개의 특성을 살려 까치마을 위원회를 통해 역사를 더 발굴해 마을을 까치 이미지로 활성화 시켜볼 예정이다”고 설명한다.

밝고 따뜻한 동네 ‘난지실 마을’

시내로 통하는 백운동의 유래는 밝고 따뜻하다는 의미의 ‘난지실’이란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중 백운1동의 연혁은 조선 후기에 도천면에 속했고, 구한말에는 도천면 백운리였다.

또한 높은 고지에 위치한 탓에 해질녘에는 꼭 구름이 걸려서 넘어갔기 때문에 흰 백(白)자와 구름 운(雲)자를 써서 ‘백운(白雲)’이라고 불렀다고 마을의 터줏대감들은 말한다.

백운동의 굉장히 유명한 고개는 바로 ‘까치고개’다. 전국에서도 명칭이 알려진 이 고개는 백운동에서 사직동 관할 서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까치고개와 건너편 쥐불등(비석등) 아랫녘으로 지금의 백운광장 일대에는 벽도교, 진다리가 설치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에는 ‘난지실 마을에 둥지를 틀다’라는 제호로 마을의 역사를 담아 아파트 잡지인 창간호를 발행했다. 이 잡지에는 30년 넘게 마을 세탁소를 운영해온 이야기, 매년 열리고 있는 동네 어르신 소식, 마을의 이모저모 등이 담겨져 있다.

이후 이웃과 함께 도로 옆 화분에 꽃을 심기도 하고, 빗물 재활용 이용설비로 아파트 단지 내 텃밭을 분양받아 가꾸기, 소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힐링 터널에 달기 등 난지실 마을만의 이야기를 꾸려나갔다.

까치 이미지 특성화 시켜 마을 이미지로 승화

그렇게 국민임대아파트 휴먼시아에 사는 이웃 간에 웃음꽃이 번지기 시작했다. 입주 초창기 입주민들간의 서먹서먹한 관계는 오간 데 없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퇴직 교장,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주부, 어린이 기자단 등이 마을의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한편 3단지 관리사무소 옥상에는 ‘마을 텃밭’이 펼쳐 있었다. 콘크리트의 높은 아파트 안에 펼쳐진 작은 텃밭은 더욱 대조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텃밭 바로 한켠에는 단지 내 거주하고 있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 갤러리를 꾸며냈다.

지난 7월에는 백운 휴먼시아에 거주하는 초등생과 인근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모여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해보고, 아파트 내 설치된 지하수 및 급수시설 둘러보는 등 어린이 기자단을 꾸려 간담회를 열었다.

난지실 마을의 백운1동 주민들은 이러한 역사와 유래를 추가로 발굴하고, 소소한 마을 이야기를 담은 백운1동 마을잡지 ‘난지실 마을에 날개를 달다’를 오는 10~11월경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백운 1동은 까치고개 등 마을의 역사를 담은 ‘마을 벽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상미 백운 휴먼시아 2단지 입주민협의회 회장은 마을 벽화에 관련하여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마을벽화 제작이 한 번에 확산되다 보니까 특색이 없고, 마을의 역사와 유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며 “우리 난지실 마을의 벽화는 까치를 통해 까치고개의 역사와 유래를 담아낸 벽화를 그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 회장은 어디를 가나 아파트마다 늘 건설회사 이름이 붙여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난지실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그녀는 “예전부터 불려오던 희한한 동네이름을 붙여서 아파트 외벽에 새긴다면 오랫동안 기억되고, 외지에서 찾아와도 찾기 쉽고 인상에 남게 될 것이다”며 “우리 휴먼시아도 까치의 특성을 살려 까치 아파트구나 알 수 있도록 마을 벽화를 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가는 무렵 최희규 소장은 유성매직과 작은 나무 판넬을 내밀었다. “기자님도 소원을 담아 이곳에 적으시면 ‘힐링 터널’에 걸어 드릴께요. 소원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라며 웃으며 권유했다.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힐링 터널’을 찾아가니 짧은 길이지만 메시지를 통해 아파트 주민 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마을 만들기의 초창기 씨앗단계를 퍼트려 날개를 달아 까치처럼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도록 난지실 마을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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