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 칼럼1-목민심서
청백리 칼럼1-목민심서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4.08.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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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요즘 부패와 뇌물 비리 뉴스가 조금 뜸 하다 싶더니, 8월 첫날에 국회의원 대형 비리가 터졌습니다. 저번에는 모 국회의원의 차에서 뭉칫돈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감사원 공무원을 끌어들여 부정부패를 저지른 철도마피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총리실은 부패척결추진단을 가동하여 관피아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그 위에 정피아가 도사리고 있으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격입니다. 이제 국회는 김영란 법(공직자 부정청탁금지법) 제정에 관심조차 없나 봅니다. 여의도 국회는 말로만 ‘개혁’ ‘새 정치’ ‘민생’을 외치고 있습니다.

세상이 썩었습니다. 악취가 납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살았던 시절도 그랬습니다. 1801년에 강진에 유배 온 다산은 한탄하였습니다. 흑산도에서 유배중인 형 정약전에게 보낸 안부 편지에서 “조선이라는 나라가 썩은 지가 이미 오래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다산은 나라를 근심하고 시대를 아파하는 마음으로 백성이 수탈당하지 않고 정의가 살아 있는 세상을 구상하였습니다. 그래서 쓴 책이 바로 경세유표(經世遺表)입니다.

경세유표는 ‘세상 경영을 유언으로 올리는 건의서’입니다. 다산은 강진 다산초당에서 1808년부터 1817년까지 10년 동안 이 책을 썼습니다. 여기에는 중앙의 관제, 세제, 각종 행정기구등 일체의 제도와 법규에 대하여 개혁의 대강을 제시한 후 기존제도의 모순, 실제의 사례, 개혁의 필요성 등을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거의 마무리 할 무렵, 회의 懷疑가 왔습니다. “이 책을 누가 볼 것인가. 누가 경세를 펼칠 것인가? 차라리 한 사람의 선량한 목민관이 자기 고을을 조금이라도 잘 다스린다면 백성들의 시름이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목민관의 도리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 더 낫겠다.”

이런 생각에서 다산은 목민심서 牧民心書를 썼습니다. 목민 牧民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살찌우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산은 자서 自序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오늘 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은 모른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여위고 시달리고, 시들고 병들어 쓰러져 진구렁을 메우는데, 그들을 기른다는 자들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을 살찌우고 있다.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당시 지방 수령과 아전들은 백성에 대한 수탈이 극에 달하였습니다.
1803년에 강진에서 다산은 ‘애절양 哀絶陽’ 시를 지었습니다. 남자의 성기가 잘림을 슬퍼하는 시입니다. 낳은 지 사흘 밖에 안 된 아이에게 관아가 군포세를 매겼습니다. 아전은 세금으로 소를 빼앗아 갔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백성은 자기 양경을 자르면서 “이 물건 때문에 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절규하였습니다. 그 아내가 잘린 양경을 가지고 관청에 호소했으나 문지기가 막아 버렸습니다. 이런 판은 “군도 - 민란의 시대” 영화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책 이름을 심서 心書라 함은 무슨 까닭입니까?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라 이름한 것입니다.

다산은 1818년 봄에 강진 다산초당에서 목민심서를 완성하고 여름에 18년간의 귀양이 풀려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로 갑니다. 그리고 1821년에 여유당에서 자서(自序)를 씁니다.

목민심서는 지방관의 직무와 몸가짐에 대한 책인데 모두 12부입니다. 1부 부임부터, 2부 율기, 3부 봉공, 4부 애민이고, 5부에서 10부는 6전, 즉 이·호·예·병·형·공이며, 11부는 진황, 12부는 해관입니다.

목민심서는 공직자의 필독서라는 명성과는 달리 감동이 오거나,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닙니다. 쓴 약과 같은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분들은 율기와 애민, 봉공 6조는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바른 몸가짐. 청렴한 마음. 집안을 다스림. 청탁을 물리침. 씀씀이를 절약함. 베풀기를 좋아함”이 율기 律己 6조입니다. 공직자 분들에게 이것이라도 기억하시길 부탁드리면서 <청백리 칼럼> 첫 회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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