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기관 사이의 복지 다리
주민과 기관 사이의 복지 다리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7.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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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매니저, 마을 잘아는 통장들 맡아
조그만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김헌진 신흥동 1통 통장. 복지매니저.
갈수록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 현관문 바로 앞에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소통이 줄면, 당연히 주변에 대한 관심도 무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네 어른들과 매일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며 장대비를 준비하던 어느 날 상무대로에서 신흥동 주민센터로 이어지는 육교 옆 좁은 길로 들어섰다. 마치 할아버지 댁에 온 것처럼 시골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골목이었다. 철도를 덜컹덜컹 지나면 작은 동네슈퍼인 ‘에덴슈퍼’가 있다. 이 슈퍼는 신흥동 1통 통장이 운영하는 가게이기도 하다.

김헌진 통장이 반갑게 나와 맞아준다. 그의 명함엔 통장 대신 복지매니저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복지매니저는 동네 골목 구석구석 사정을 잘 아는 통장들이 맡으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과 행정기관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근처에 카페가 없어 슈퍼 구석의 테이블에 앉았다.
막 이야기를 나누려 할 때 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나 이거 2개 가져갈께잉”하며 아이스크림 2개를 덥석 집어갔다. 김 통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예~ 조심히 가셔요잉”이라고 했다.
이곳이 정말 광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외상이었다.

김 통장은 “저희 슈퍼 물건들을 자세히 보시면 기저귀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저귀를 찾을 수 없었다.
신흥동은 도농복합동으로서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동네다. 특히 신흥동 1통은 60%가 고령 주민이며, 90대가 넘는 독거노인도 있다.
이렇듯 나이 드신 주민들에게 행여 불상사라도 생기진 않았나, 불편한 점은 없나 살피는 것이 김 통장의 역할이다.
그는 “주민들과 최일선에서 가장 밀접하게 생활하는 통장들을 복지매니저라고 한다”며 “주민들의 어렵고 불편한 점을 캐치해서 당장 조치는 할 수 없더라도 구청 또는 주민센터와 연결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복지매니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어 홍보 측면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 통장은 동네 어른들을 살피고 다니는 것은 조그만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들의 마인드 문제이며, 노인들이 무거운 것을 들고 올 때 같이 들어주는 등의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주민에게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골목의 불안전한 시설들을 살피고 다니면서 사전예방하고, 마을 전반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며 “복지매니저를 함께 할 사람이 너무 적다. 같이 할 분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장을 그만두더라도 자발적으로 동네 어른들을 위한 ‘매니저’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엄미현 광산구청 복지연계팀장은 “복지라는 것이 기존엔 행정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구석구석 살펴볼 수 없어, 주위에서 신고를 해주거나 직접 호소하지 않으면 도움드리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이 일어난 뒤에 사후약방문식의 처리가 이뤄졌단 소리다. 이에 먼저 찾아 도움을 줘서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복지매니저 제도가 도입됐다.
엄 팀장은 “복지매니저가 자신의 동네에 누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담당원들에게 이야기하면, 해당 업무담당 부서와 이야기해 방안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5일에는 신흥동 통장 16명이 모여 복지매니저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날 엄 팀장은 “어려운 사정을 살피고, 돌보고, 살리는 이웃이야 말로 최고의 복지다”며 “어려운 주민이나 위기 가정을 복지매니저가 찾아주기만 하면 행정은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행정이 모든 사각지대를 찾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웃의 사정을 잘 아는 복지매니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교육을 통해 신흥동 통장들은 ▲긴급한 도움 필요한 위기 가정 발굴 ▲정기적인 방문 ▲복지 정보 공부하고 주민과 공유하기 등을 실천하기로 했다.
또한 광산구는 복지매니저 교육을 전체 21개 동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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