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9]
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9]
  • 시카고=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4.07.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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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ingdale Trail의 지역 경제적 효과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 공사 현장에서 듣는다
20세기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주요 교통수단은 ‘기차’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현대화가 급속화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도심 속의 철로들은 낡게 되거나 폐쇄되면서 도심 속 유휴부지로 남게 됐다. 결국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선부지는 도시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새로운 활용방안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기획취재는 폐선부지 활용방안 중 전국 최초 공원으로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과 국내 사례, 해외 사례 등에 대한 현장취재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모습 드러내다
2회 광주 푸른길 공원 관리실태 및 관련 시민단체의 역할
3회 국내 최초 푸른길,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4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나주시 자전거 테마파크
5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6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미국 뉴욕시 High Line
7회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지역 경제적 효과
8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시카고 Bloomingdale Line
9회 Bloomingdale Line의 지역 경제적 효과
10회 에필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관광명소 꿈꾸다

   
 
도심 속 유휴철도부지로 남은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Bloomingdale Trail)을 둘러보기 위해 취재진은 공사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안전을 위해 엔지니어 브라이언도 함께 일정에 참여했다.

웨스트 아미테이지 애비뉴(3033 W. Armitage Ave)에 위치한 The 606프로젝트의 사무실에서 나와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약 4.3km(2.7마일)길이의 Bloomingdale Trail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취재에 도움을 주기로 한 The 606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를 담당하고 있는 브리엔 캘러헌(Brienne Callahan)과 TPL(The Trust for Public Land) 시카고 사무실의 감독 베쓰 화이트(Beth White)는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친절하게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미국에서 2번째 평평한 지역 시카고

▲엔지니어 브라이언
뉴욕과 다르게 시카고는 우리나라 여름과 비슷하게 습도가 높은 편으로 날씨가 꽤나 후덥지근했다. 아직 The 606프로젝트는 완성되지 않은 공사 중이라 입구에 도착했을 때부터 뉴욕 하이라인(High Line)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차이점이 눈에 들어왔다. 뉴욕의 하이라인은 약 9m(30피트) 높이에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시카고의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약 5m(17피트) 그다지 높지 않은 높이에 위치해 완만한 길을 이용해서 진입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0.2마일마다 사람들과 휠체어, 바퀴가 있는 모든 것들이 오갈 수 있도록 진입로를 만들 예정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택, 학교 등은 얼굴만 내밀면 같은 눈높이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Beth White
The 606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베쓰 화이트(Beth White)는 “시카고는 17피트로 30피트의 하이라인 보다 땅에서 더 가까워 주변인이나 이웃과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며 “완만한 경사에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재미가 있는 길을 만들고, 인근 주민들은 10분 내 거리에 어린이들의 놀 공간, 바퀴가 있는 모든 것이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플로리다 지역은 가장 평평한 지역이지만 그 다음으로 평평한 지역은 바로 시카고로 알려졌다. The 606 프로젝트는 위, 아래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산책길을 만들기 때문에 시카고 주민들은 큰 흥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베쓰 화이트는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리는 설계를 하되 하이라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철도 흔적을 모두 지우고 디테일하게 조경 조성과 공원 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낮은 높이에 인근 주민과 소통가능

블루밍데일의 중심은 로건 스퀘어(Logan Square) 지역 뿐만 아니라 홈볼트 파크(Humboldt Park), 위커 파크(Wicker Park), 벅타운(Bucktown) 지역 등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기존에 있던 2개의 공원과 새로 조성하게 된 4개의 공원 등 총 6개의 공원이 각각 특색 있는 장소로 The 606프로젝트를 연결해주고 있다.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초창기부터 시가 나서서 시민들을 위한 공원을 조성을 하기로 한 점도 다른 점 중 하나다. 17피트의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양 옆으로 콘도미니엄(한국의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다. 실제로 콘도미니엄의 2~3층 테라스에서는 블루밍데일 트레일의 모습을 훤히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은 아름다운 산책길이 완성된 이후 더욱 아름다워질 경관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편 보통 도심개발을 하는 경우는 인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베쓰 화이트는 “수십년동안 계획 파트에서 일을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만큼 주민들의 열성이 높다. 동네가 변한다고 하니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며 “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관심보다 주민 대다수는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아름다운 경관이 조성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참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블루밍데일 트레일 인근에 총 21개의 학교가 들어서 있고, 4,300백 명의 10세 이하 어린이들이 살고 있다.

베쓰 화이트는 “4,300명의 어린이들이 쉴 수 있는 장소, 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The 606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다”며 “이곳을 통해 아이들은 야외 학습장으로 사용할 수 있고, 위험하게 길을 건너지 않고 안전한 통학로로 다닐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시카고의 혹한기 겨울 견뎌내야할 환경

브라이언도 “어린이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갑자기 높게 입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진입부를 부드럽고 완만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전거 도로는 가운데 있고 양 옆에는 걷거나 뛸 수 있는 소프트 산책로를 조성한다”고 언급했다.

민·관·비영리단체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까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The 606프로젝트는 10여 년 전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공통된 의견이 모아지면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다.

2011년부터 역임한 람 엠마누엘(Rahm Emanuel) 시장의 지도력 하에 이 프로젝트는 기세가 올랐다. 엠마누엘 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시카고 전역에 걸쳐 800개의 새로운 공원, 휴양지, 녹색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서명을 한 것이다. 이후 2013년 6월 The 606의 최종 설계 계획과 렌더링, 포괄적인 프로젝트 이름의 베일이 벗겨졌다.


지난 2013년 8월 블루밍데일 트레일 건설이 시작됐고, 오는 2015년 6월쯤이면 전체 구간 개장을 통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진행 과정의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카고는 비정상적으로 깊게 땅이 어는 매우 혹한 겨울날씨가 찾아온다.

The 606프로젝트도 공사가 잘 진행되는 반면에 겨울로 인해 작업을 방해받게 됐다. The 606 공원은 광대한 풍경과 식물들(25만여개)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겨울에도 생존하고 여름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블루밍데일 트레일 현장에서 책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은 또 다른 소통의 휴식공간을 꿈꾸고 있었다. 이들은 앞으로 2.7마일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시카고 강과 동부지역이 만나도록 하는 확장된 프로젝트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브리엔 캘러헌(Brienne Callahan)과 베쓰 화이트(Beth White)는 한 목소리로 “내년에 완성되고 난 후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을 보러 또 다시 한번 찾아와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고 취재진과 약속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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