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6]
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6]
  • 뉴욕=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4.07.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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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미국 뉴욕시 High Line
낡고 녹슨 철로 High Line, 뉴욕의 ‘랜드마크’ 되다
20세기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주요 교통수단은 ‘기차’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현대화가 급속화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도심 속의 철로들은 낡게 되거나 폐쇄되면서 도심 속 유휴부지로 남게 됐다. 결국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선부지는 도시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새로운 활용방안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기획취재는 폐선부지 활용방안 중 전국 최초 공원으로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과 국내 사례, 해외 사례 등에 대한 현장취재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모습 드러내다
2회 광주 푸른길 공원 관리실태 및 관련 시민단체의 역할
3회 국내 최초 푸른길,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4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나주시 자전거 테마파크
5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6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미국 뉴욕시 High Line
7회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지역 경제적 효과
8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시카고 Bloomingdale Line
9회 Bloomingdale Line의 지역 경제적 효과
10회 에필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관광명소 꿈꾸다

   
 
자유의 상징인 뉴욕시티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하게 된 하이라인 공원. 30여 년 동안 방치된 낡은 고가철로가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된 것은 인근에 살고 있는 동네 주민들과 수많은 시민덕분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은 오랜 기간 동안 바래왔던 시민들의 노력으로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 공원과 공통점을 갖는다.

푸른길과 비교, 지상vs고가 위치적 차이점 있어

두 사례는 시민과 공원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도 있지만 지상과 고가라는 큰 차이점도 있다. 물론 광주 푸른길도 국내 최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지만, 뉴욕의 하이라인은 폐선철로 활용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및 도시재생에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사례로 거듭났다.

비슷한 점이 많아 깊은 관심을 갖게 된 High Line이 광주 푸른길과 보이지 않는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4시간을 달려 다시 인천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고 약 13시간이 지나 뉴욕에 도착했다.

<시민의소리>취재진은 한 달 전부터 하이라인 관리를 맡고 있는 비영리 관리위원회인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에 수차례 접촉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과 시차가 12시간이 나는 관계로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High Line 프로젝트에 참여한 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수석건축가 황나현씨의 소개로 하이라인 친구들의 Megan Freed(Director of Communicataions)씨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Megan Freed는 “아쉽게도 하이라인 친구들을 창립한 로버트 해먼드는 뉴욕에 없다”며 “공동 창립자인 조슈아 데이비드는 현재 너무 바쁘지만 잘하면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취재진의 손에 들린 관련 서적으로 구입한 한글판 ‘High Line Story’를 보고 “이 책은 한글버전으로 출판된지 얼마 안 된 걸로 알고 있다”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평범한 뉴욕 시민, 하이라인을 만들다

하이라인 스토리는 하이라인 친구들의 공동 창립자 로버트와 조슈아가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10년 동안 겪어온 일들을 생생하게 작성한 내용이다. 그리고 한글버전은 올해 3월에 첫 판 인쇄만 들어가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참이었다.

뉴욕의 하이라인은 맨해튼 Gansevoort Street에서부터 West 34th Street에 이르는 2.4km의 고가 화물 철도였다. 현재 High Line이 완성되어 개방된 구간은 West 30th St까지 총 1.6km며, 폭은 2.5m 정도의 공중에 떠있는 산책로다. 그리고 3번째 구간인 북쪽으로 향한 약 0.8km(800m)는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2014년 안에 공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취재진은 하이라인 구간 중 첫 번째로 개방된 구간의 입구인 Gansevoort St쪽 계단을 이용해 하이라인에 올라갔다. 계단 입구에는 하이라인 안에서 규제하고 있는 금지사항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주요 금지사항은 난간에 앉거나 기대지 않기, 자전거, 스케이트보드나 스쿠터 사용금지, 개 진입금지, 입구나 통로 어지럽히지 않기, 금연 등 철저하게 하이라인을 걷는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사항들로 세세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빌딩 숲 사이로 길게 펼쳐진 녹색 진풍경에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그대로 나왔다.

약 9m 상공에 펼쳐진 하늘공원은 양옆으로 늘어선 고층건물 사이에 위치해 공중을 걷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고 초고층 현대식 건물이 야생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뒤섞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이라인은 총 9개의 출입구가 있으며, 건물 3층 높이에 위치한 터라 계단 외에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는 구간도 있다.

또한 이미 뉴욕에서 꼭 봐야할 새로운 명소로 소문나 지도를 들고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무성하게 우거진 야생풀더미 속에 예전에 열차가 지나가던 폐철길이 그대로 찾을 수 있었다.

고가철도 철거 주장과 대치 상황 겪어

뉴욕의 제2의 센트럴파크라 불릴 정도인 ‘High Line Park’가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광주 푸른길 공원도 역시 완성되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광주시와 시민단체, 환경단체, 철도청, 인근주민들과 수많은 교섭, 갈등 끝에 시민들의 품으로 다가왔다.

원래 초창기 하이라인은 1847년 고가가 아닌 지상으로 다니는 화물운송 철도였다. 하지만 10번가~11번가의 극심한 교통혼잡과 체증, 빈번한 인명사고 발생으로 ‘죽음의 거리(Death Avenue)’라 불리면서, 당시 철도회사는 미봉책으로 웨스트사이드 카우보이(West Side Cow-boys)라는 인력을 고용해 열차 앞에서 말을 몰며 붉은 깃발을 흔들어 미리 경고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뉴욕시 운송위원회와 뉴욕시는 지상 철로를 철거하기로 한후 고가 선로 건설을 시작했다. 그렇게 1934년부터 웨스트사이드의 고가를 달리는 화물수송을 담당하는 열차운행이 시작되면서 ‘하이라인(High Line)’이름이 붙어지게 됐다,

산업시대의 상징이었던 열차들은 21세기 들어 교통수단이 발달되면서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하이라인도 결국 1980년을 마지막으로 기차가 멈추게 됐다. 이후 도심의 흉물로 남게 되자 첼시지역 개발업자와 부동산업자들이 하이라인 철거를 요청했다.

그 무렵 뉴욕타임즈는 뉴욕 철도회사 CSX가 하이라인을 인수, 뉴욕시는 하이라인 철거 주장, CSX는 레일전환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이로 인해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논의하기 위해 커뮤니티 위원회 모임이 열리고, 조슈아와 로버트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임에서 조차 아무도 하이라인 보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남자는 “뭔가 하려면 우리 자신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합심으로 지난 1999년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 비영리단체)을 공동 창립했다.

이들은 도시계획과 개발에 전혀 아는 바가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사는 뉴욕 시민이었다. 하이라인 스토리에 서 조슈아, 로버트는 “전문 지식이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하이라인 공원을 만든 성공의 열쇠가 됐다”며 “아는 것이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수천명의 이웃, 자원봉사자, 후원자, 설계사 등이 참여해 하이라인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들은 상반된 도시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하이라인에 얽힌 수많은 이해당사자들과 철거를 희망하는 단체를 상대로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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