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100] 어머니, 늦게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칭찬릴레이100] 어머니, 늦게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7.02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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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옥진 나눔 밥차 김은희씨(故공옥진 여사 외동딸)

▲공옥진 나눔 밥차 김은희씨(故공옥진 여사 외동딸)
“지금까지 살아온 마음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고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칭찬릴레이 주인공은 조금은 특별하다. 100번째 주인공을 마지막으로 칭찬릴레이 대단원의 레이스를 마치고자 한다.

지난 2012년 4월(본지569호)에 시작해 2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양하고 수많은 칭찬릴레이 주인공들을 매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100번째 마지막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특별한 곳을 찾았다. 지선1187을 타고 마지막 종점 정류장인 무등산국립공원(원효사)에 내려 원효사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랜시간 동안 함께 해온 원효사

이번 주인공은 원효사를 길목에 위치한 ‘절로 가는집’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보다 더 익히 알려진 것은 1인 창무극의 대가 故공옥진(전라남도 무형문화재 29-6호)여사의 하나뿐인 외동딸 김은희(65)씨다.

백중 영가천도 49재가 열린 원효사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사무실 한켠에서 만난 김 씨는 “봉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하는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마음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고 있지요”며 “현재 잘 자라준 자식들 덕분에 걱정거리 없이 열심히 살아줘서 봉사도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문을 뗐다.

모태신앙이 불교인 김 씨는 37세때부터 어머니 공옥진 여사가 생전에 다니던 원효사에서 오랜 인연을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12년 7월 세상과 작별을 고했던 공옥진 여사의 이름 석 자를 세상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비를 털어 ‘공옥진 나눔밥차’로 배고픈 이들을 위해 무료로 밥을 퍼주고 있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 공옥진 나눔 밥차를 끌고 찰밥과 떡, 과일 음료수 등을 싸들고 다닌 것이 벌써 23회째가 넘었다. 이번엔 여름철 복날을 맞이해 기력을 회복해줄 삼계탕을 메뉴로 고민하고 있었다던 김 씨. 이외에도 매주 둘째주 화요일 조대병원을 찾아 불교신자들과 차 봉사를 하고 있다.

엄마를 사랑한 외동딸의 무료밥차 봉사

엄마를 너무 늦게 사랑해서 미안하다던 김 씨에게서 공옥진 여사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공옥진 여사는 가족보다 춤을 더 사랑한 예술인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예술가의 가족은 슬픈 것 같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외로운 유년시절에는 외할머니 손에 자라왔었다”며 “어릴 때는 엄마가 죽도록 미운적도 있었지만, 봉사를 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웃에게 심부름을 자주 시켰던 외할머니 손에 자라왔던 덕분에 한글도 모르는 외할머니 곁에서 정을 베풀면서 사는 더 값진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언제 어머니가 가장 그리웠냐는 질문에 전국민을 가슴아프게 했던,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였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엄마가 아직도 살아계셨더라면 진작 진도 앞바다 팽목항에 나가 살풀이를 하고 계셨을 것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고 아련한 얼굴로 떠올렸다.

그렇게 공옥진 밥차는 공옥진 여사가 생전 영광에서 지내오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승하고자 영광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하게 됐다. 어머니가 평소 사람들에게 늘 하던말인 “오메 왔능가, 많이들 묵고 가시오. 글고, 고맙소”라는 문구를 달고 난원노인복지센터를 찾는다.

눈물이 많은 그녀, 나눔·베품의 정 전파해

김 씨는 “영광에 있는 어르신들이 간혹 어머니와 지냈던 일화를 들려주시곤 하는데, 영광에서 공옥진 여사의 밥을 한 번도 안 드신 분들이 없다며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그래서 어머니가 영광을 사랑하신 만큼 될 수 있으면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그녀는 가슴 아팠던 사연들이 떠올라 떨어지는 눈물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김 씨는 “없는 사람이 더 나눌 줄 알고, 고생을 해본 사람들이 더 나누는 모습을 봤다”며 “그동안 너무 약을 많이 먹어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그래도 어떻게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 묻는 사람들, 간병인들이었던 사람들이 장기기증 하는 모습들을 보며 저도 남을 세월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운영한지 15여년이 넘은 원효사 입구 ‘절로 가는집’ 찻집에서는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치료모금을 모으고 있다. 원효사 신도회장, 생명나눔실천광주전남본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도 행여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한다.

또한 김 씨는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복 저금통에 이만큼의 복이 저축됐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그만큼 복이 바로 인출되는 것이다”라는 말로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렇게 김은희씨는 맺어진 좋은 인연들의 소중함을 안고, 공옥진 여사가 타계 직전까지 다니던 곳을 찾아 그리운 엄마를 회상하며 나눔과 베품의 온정을 전파하고 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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