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관들의 ‘종교순례기’와 ‘인생 삼모작’
전 장관들의 ‘종교순례기’와 ‘인생 삼모작’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6.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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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삼모작 인생 만들어가야
정동채, 정치인의 자성은 무엇인가

최근 전 장관들이 책을 출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성훈 전 농림식품부 장관의 ‘워낭소리, 인생 삼모작의 이야기’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봉정암에서 바티칸까지’가 그것이다.

김성훈 전 장관은 상지대 총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환경정의 이사장,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며, 환경운동가이자 남북평화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했다. 현재 농촌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워낭소리, 인생 삼모작의 이야기’ 책의 서문에서 “억압받고 푸대접받는 서러운 백성들의 가슴마다에는 아직도 워낭이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여 성난 민초들의 원성이 하늘을 뚫고 천광에 메아리 칠 때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 돼 지상으로, 큰 재앙으로 되돌아올지 누가 아느냐. 그러니 제발 순진무구한 민초들에게 그 못된 망나니 같은 신자유주의 방망이를 휘둘지 말라”고 공분했다.

이 책은 그가 지금까지 써왔던 칼럼들을 모아 만들었다.
그는 ‘인생의 삼모작’에 대해 “그동안 그만큼 배불리 먹고 잘살았으면 이제 남은 인생은 생명살리기, 어려운 사람 돌보기, 하늘과 자연의 뜻에 순종하기를 시늉이라도 시도할 때가 아닌가”라며 “그것이 삼모작 사모작 인생이었으면 그 얼마나 좋을까”라고 강조했다.

농업정책에 대한 우려섞인 비판을 하고, 자유무역협정,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인 식량 자급률, 대기업만 살찌우는 농정 조직 등 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유기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유기농 혁명, 한식 세계화 등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하고, 시민 소비자 운동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유기농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저농약 농산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계속하되 친환경 농업 개념에서 떼어내어 별도의 표시를 해야 한다 ▲친환경 직접지불제 지원의 기간 제한을 풀고 단계별 지원 단가도 높여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축산물에 대한 판매 촉진과 판로 확대를 위한 정부의 유통 촉진 지원 정책이 획기적으로 보강돼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가의 저장·가공·유통 사업을 저비용으로 할 수 있도록 법규상의 제약점을 제거하고 마을 단위의 1촌1품 운동을 정책화해야 한다 ▲천적과 생산자재를 적극 개발해 저렴하게 생산 농민들에게 공급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고 수입된 불량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철저한 감시·감독하는 체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 등을 제시했다.

그는 “뭔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루어지도록 희망하고 봉사하고 싶다”고 말하며 세 가지의 희망을 말했다. 첫째로 환경 생태계가 살아나는 것과, 둘째로 공동체 정신의 부활, 셋째로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또한 “평화를 지키고 싶다”며 “더불어 잘 먹고 잘 사는 균형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다”고 강조했다.

정동채 전 장관은 광주 태생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대중 아태평화재단 이사장,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대통합민주신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는 등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다.
그는 ‘봉정암에서 바티칸까지’ 책의 서문에서 “나는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신앙의 깊이는 보잘것없다”며 “나의 종교가 중요한 만큼 다른 종교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며 지내오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종교 신자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외의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의외다.
그는 “종교는 어떤 국제기구들보다 세계 평화와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이제 각각의 종교들은 개인의 구원과 성화, 해탈을 기반으로, 인간 존엄을 위한 대승적 차원으로 자신의 목표와 활동들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 책은 그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지 순례에서부터 불교국가 부탄(불행이 법으로 금지된 나라) 순례, 사찰순례와 수행체험, 문광부 장관 재직 당시 방문한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십자가의 길’, ‘갈릴리 호수’, ‘오병이어 성당’ 순례, 수도원 순례, 이슬람에 대한 소개 등 동·서양 종교를 두루 방문하고 순례하며 적은 기록이다.
그리고 서옹·대행·송담·청화 스님과의 일화와 교황 베네딕트 16세 즉위식에 참석한 내용 등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에필로그 ‘나’를 버리는 정치]에서 종교 순례기를 마치며, 내 삶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정치에서 과연 무아(無我)와 무집착(無執着)의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라고 묻고 “정치에는 적도 동지도 없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서 그야말로 적과 동지가 수시로 바뀌는 정치무상(政治無常)을 절감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좋게 지내지 못한다면 나쁘게는 지내지 마라’는 말을 언급하며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며, 내가 남을 떠나고 남이 나를 떠나고, 떠났다가 다시 만나 도움을 받고, 법의 심판에 맞닥뜨리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치인의 자성(自性)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수시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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