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4]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
@[트랜스포머4]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
  • 김영주
  • 승인 2014.06.26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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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 [어벤져스] [수퍼맨]같은 블록버스터는 “미국은 위대하다! 영웅이여 영원하라!”는 신물나는 메시지 말고는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그저 두들겨 패고 박살내며 싸우는 영화이다. 비주얼만으로는 숨 막힐 정도로 엄청나서 어떻게 저런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싶도록 대단하다. 그것도 건물 한 두 개가 아니고 대도시 전체를 온통 박살내버리는 엄청나게 스펙타클한 액션 장면들은, 글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스토리 내용을 콩이야 팥이야 주절주절 읊어댄다면 모를까, 서너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어서 참 난감하다.

톰 크루즈의 액션을 기대하면서 보았던 [엣지 오브 투모로]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처음 10여 분, 2차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우주괴물과 싸우는 로봇군단으로 각색한 전쟁장면은 정말 대단하고 웅장했다. 그러나 나머진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그렇고 그런 스토리로 재미가 없지도 않지만 그런 소소한 재미를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딱하다. 톰 크루즈도 이젠 나이도 들고 출연하는 영화도 점점 고만고만해지고 있다.
 


[트랜스포머]가 1편에서 ‘변신 로봇’이라는 추억어린 일본만화 캐릭터를 생생한 비주얼로 엄청난 감동을 주었지만, 스토리와 내용이 15살 중등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유치함으로 실망을 주었다. “그 엄청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실력에, 어떻게 그런 정도의 스토리와 내용 밖에 만들지 못할까?” 그 차이가 너무 커서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미국문화 자체가 그런 기발한 순발력과 경박한 유치함이 함께 뒤섞여서, 때론 천진난만하고 때론 막무가내로 자기집착한다. 2편과 3편은 비주얼만 조금 더 다양해지고 스토리와 내용은 갈수록 더욱 찌질해져서, 이번 4편을 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며 호언장담하며 보여주는 <예고편>이 결코 평범치 않는 비주얼을 예감해 주었다. 눈요기만 하기로 했다. 3D로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꼬여서 일반영화로 보았다. “3D로 볼 껄!” 후회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4823&videoId=44613&t__nil_VideoList=thumbnail 

과연 비주얼 하나만큼은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며 호언장담할 만 했다. 시카고 장면도 그러했고, 홍콩 장면도 그러했다. 스토리와 내용에 음미할 내용이 없기는 하지만, 2편이나 3편처럼 찌질하지는 않다. 단지 그 엄청난 비주얼에서 또 다른 엄청난 비주얼로 보여주기 위하여 잠시 커피타임으로 한 숨 쉬고 건너가는 징검다리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래서 별로 지루하지 않고 그저 그 엄청난 비주얼들로만 몰아치며 160분을 채워간다. 스펙타클한 싸움장면만은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도 된다!” 정말 정말 대단하다.

서운한 점이 있다면, 1편부터 이야기해 왔던 불만과 여자 주인공뿐이다. 그 거대한 로봇들이 엄숙하고 장대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않고, 주절주절 궁시렁거리며 징징대는 그 대사들을 화악 지워버리고 싶다. 더군다나 그 궁시렁대는 잡음에 맞추어서 로봇의 얼굴 표정까지 자세하게 그려낸다. 로봇의 얼굴 표정을 그려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게 영화를 더 찌질하게 만든다. “어떻게 저런 게 우주전쟁의 거대로봇이야? 동네 뒷골목 양아치지! 쩝쩝.” 이 불만으로 각을 세우면, 이 영화 모든 걸 초쳐버린다. 이왕 보려거든, 이 불만을 관객이 스스로 뇌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여자 주인공은 역시 메간 폭스다. 3편의 로즈 휘틀러도 상당히 서운했는데, 이번 니콜라 펠츠는 서운함을 넘어서서 허전하기까지 했다. [트랜스포머]에서 여자 주인공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메간 폭스가 다른 여배우로 바뀌니까 그녀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메간 폭스가 영화계를 은퇴할 듯한 소문이 돈다. 그래서 그 빈자리를 좀 더 심하게 느끼는 걸까? 아니다. 그보다는 그녀의 ‘퇴폐적인 섹시함’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 안젤리나 졸리가 [클레오파트라]를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은퇴한다지만 그 동안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해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나마 안타까움이 덜 하지만, 메간 폭스는 그녀가 갖는 매력을 제대로 펼쳐 보여주지 못하고 은퇴하기 때문에 못내 안타깝다.

비주얼만으로는, * 대중재미 왕특급A, * 영화기술 왕특급A. / 비주얼말고는, * 대중재미 D, * 영화기술 D. /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미국 보수파 꼴통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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